페미니즘 관련서는 거의 매주 출간되고 있기 때문에 뉴스가 되지는 않는데, 그래도 최근에 나온 책 두 권은 주목할 만하다. 하나는 <99% 페미니즘 선언>(움직씨)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 리인허의 <이제부터 아주 위험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아르테)이다. 페메니즘 관련서는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 편이지만 한동안 읽게 되지 않았는데(너무 많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여성문학 강의와 관련한 필요도 있어서 다시 손에 들고 있다. 페이퍼를 쓰는 일도 잦아질지 모르겠다. 

















먼저, <99% 페미니즘 선언>. 작성자는 저명한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를 포함한 3인이다. 페미니즘 선언의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 <레즈비언 페니즘 선언>(현실문화)이나 급진 페미니즌 선언서들은 모은 <페미니즘 선언>(현실문화) 등이 앞서 나왔었다. <99% 페미니즘 선언>은 당연하게도 '99%'라는 말에 방점에 찍힌다. 그리고 차별점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99퍼센트의 페미니즘은 여성 혐오와 성 소수자 혐오의 양자택일 싸움을 거부한다. 평생을 일해도 가난한 99% 사람들, 집 안팎에서 자본에 이중 착취당하는 여성들과 생물학적 성에 불응하는 퀴어 LGBTQ+들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 싸운다. 이 시의적절하고 불같은 선언으로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세계를 요구하는 페미니즘 혁명이 시작된다."


원서를 구하려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예상대로 전문이 공개돼 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숙독해볼 참이다. 
















그리고 리인허. 중국의 여성 사회학자이자 걸출한 페미니스트를 처음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해봄 중국문학 강의에서 왕샤오보의 <혁명시대의 연애>(창비)를 읽으면서인데, 요절한 천재작가 왕샤오보의 아내가 리인허였다. 왕샤오보와 사별한 이후에 리인허는 트랜스젠더 택시기사와 재혼하여 입양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한다. 그녀의 인생 자체가 '선언적'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책은 부제가 '검열의 나라에서 페미니즘-하기'다. '검열의 나라'는 물론 중국을 가리킨다. 


"전 세계 여성 결정권자의 60퍼센트가 중국인이며, 유리천장 문제에서 중국은 꽤나 주목받는 나라다. 그렇다면 중국은 정말 ‘여성우위사회’일까? 유교적 남존여비, 사회주의적 무성화, 개혁개방과 함께 밀어닥친 성 관념의 변화까지 우리와 다른 듯, 닮은 중국의 페미니즘은 어떤 모습일까? 페미니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살펴본 중국 사회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나게 된다.

중국 1세대 페미니스트이자 LGBT 운동가인 리인허의 페미니스트로서의 고민과 시선을 담은 책이다. 1950년대 태어난 저자는 전통적인 ‘남존여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소거된 ‘여성’과 사회를 지배한 ‘성 엄숙주의’, 개혁개방 이후 자유주의적 성 관념이 유입되기까지 전복의 전복을 거듭한 중국의 역사, 문화, 사회적 토양에서 지속적으로 여성과 성소수자의 삶을 고찰하며 목소리를 내 왔다. 언제나 시대와 불화했던 이 전위적 페미니스트의 에세이는 그 다양한 부침의 결과물들이 상존하는 중국의 사회의 정경을 포착한다."


지난해 강의시에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는데, 리인허의 책으론 <중국여성의 성과 사랑>(동방미디어)이 진작에 번역됐었다. 중국에서는 1996년에 나오고 번역본 출간은 1997년이다. 현재는 절판. 왕샤오보의 작품들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더 널리 알려져서 번역본이 더 나오면 좋겠다...


20.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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