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강의가 일부 취소되거나 연기돼서 3월까지 나로선 예정에 없던 작업시간을 갖게 되었다. 원고 교정과 새 원고 쓰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다. 덧붙여 몇 가지 궁리할 시간.
궁리거리 중 하나는 한국문학강의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인데(어디까지 읽을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여름에는 <로쟈의 한국현대문학 수업>을 교재 삼아 이를 보완하는 강의를 하려한다. 책에서 다룬 작가와 작품에 더하여 이문구, 김원일, 김훈 등의 대표작을 읽을 예정이다.
이번 책에 대한 인상을 일부 읽다 보니 서문에서 사정을 밝혔음에도 남성작가들만 다루었다고 유감을 표시한 분도 있다. 강의를 진행한 건 지난 2017년인데 여름학기에 여성작가 10명(특강때 다룬 강경애까지 포함하면 11명)에 대해 다루었고 가을학기에 남성작가 10명을 읽었다(특강에서는 <한국문학의 위상>을 다루었다). 그리고 책을 내는 과정에서 몇몇 작품이 갖는 대표성을 고려하여(<광장>이나 <당신들의 천국><난쏘공> 등) 남성작가 편을 먼저 내게 된 것. 여성작가 편도 내게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문학에 대해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근대문학을 다룰 수도 있고(수년 전에 한 차례 진행했다) 2000년대 이후 문학을 다룰 수도 있다(일부 작가는 이미 다루었다). 그렇지만 세계문학 강의(올해도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문학 강의를 진행한다)와 함께 도스토옙스키 전작 읽기를 진행해야 하기에 아직은 계획일 뿐이다. 당장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야 계획을 더 진전시켜볼 수 있겠다.
<로쟈의 한국현대문학 수업>의 서문에 적었는데 2017년에 한국문학 강의를 두 시즌에 걸쳐 진행한 것은 나대로 대학 입학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첫 학기에 ‘문힉개론‘(권영민 교수) 강의를 듣고, 두번째 학기에 ‘한국근대문학의 이해‘(김윤식 교수) 강의를 들으며 나는 문학과 한국문학에 입문했다. 30년이 지나서 내가 무얼 얼마나 알고 이해하게 되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를테면 벽에 기대 서서 자기 키를 재보는 것과 같은. 동시에 내가 얻은 인식에 대한 보답의 의미도 있다. 채무 청산이라고 할까.
내년까지는 도스토옙스키에게 진 빚도 갚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