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성 작가 마거릿 드래블(1939-)의 새 번역본이 나왔다. <찬란한 길>(문학과지성사)로 1987년작이다. 봄학기 영미 여성작가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는데 도리스 레싱 이후의 작가를 추가한다면 넣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 보니, 지한파 작가로 혜경궁 홍씨의 이야기를 소재로 <붉은 왕세자빈>이란 소설도 발표한 적이 있고 한국도 다녀갔다. 그외 절판됐지만 <첫고백>이란 소설도 번역됐었다.

사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작가여서 검색해보았는데 일부 책을 내가 이미 갖고 있었다. 작가가 저명한 영문학자이기도 해서다. 제인 오스틴 소설들에 대한 해설과 영국문학 가이드북 등이 내게는 손이 가는 책들이다. <찬란한 길>의 원서와 함께 두 권의 책을 더 주문했다. 대략적인 소개는 이렇다.

˝1987년에 발표된 마거릿 드래블의 <찬란한 길The Radiant Way>은 <타고난 호기심A Natural Curiosity><상아의 문The Gates of Ivory>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 영국을 그린 3부작의 첫 소설로, 1980년에서 1985년까지 영국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1979년은 마거릿 대처가 총리가 된 해이다. 그리고 영화 ‘풀 몬티‘ ‘빌리 엘리어트‘에서 그려지듯 1980년대 영국은 실업과 파업으로 노동자 계급에게 고난의 시대이다. 1979년부터 약 11년 반 동안 집권한 대처는 신자유주의와 뉴라이트라는 기치 아래 집권 당시 ‘유럽의 환자’라고까지 불렸던 영국을 탈바꿈시켰다. 대처의 정책은 일견 급진적이고 개혁적이었으나,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고려 없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 방법은 동시대를 살았던 누군가에게는 절망이기도 했다. <찬란한 길>은 중산층 지식인 계급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당시 사회의 단면을 포착한다.˝

당연한 기대지만 3부작의 나머지 소설들도 번역되면 좋겠다. 드래블의 소설을 정식으로 읽어볼 기회도 마련할 수 있게끔. 참고로 드래블이 선정한 10대 소설 가운데 영국 여성작가의 소설은 세 편이다. 제인 오스틴의 <에마>.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그리고 도리스 레싱의 <금색 공책>. 어떤 소설을 쓸지 대략 어림해볼 수 있겠다. 그런 소설들을 모델로 삼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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