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해서 썼지만 동의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크 릴라의 <난파된 정신>(필로소픽)의 부제가 ‘정치적 반동에 관하여‘다. 제목보다는 부제에 끌리게 되는데 ‘반동‘에 대한 책이 그간에 희소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집필 동기도 정확히 그렇다.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반동이 득세하는 시기인지라 이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해부가 요긴하다.

˝중동의 이슬람 근본주의, 유럽의 극우 민족주의, 미국의 신정(神政)보수주의 등 시대착오적 사고로 비웃음을 당하던 반동이 거침없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저자는 반동이 그저 무지와 반발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며, 반동은 혁명 못지않게 시대에 대한 통찰과 정교한 이론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역사의 합리적 진보를 예언한 헤겔 철학에 반발하여 다시 유대인 전통의 원천으로 돌아가려 했던 프란츠 로젠츠바이크, 철학에서 소크라테스의 전통을 회복하려 했던 레오 스트라우스, 근대 정치혁명사를 초월적 질서에 대한 그노시스주의의 반란으로 인식한 에릭 뵈겔린 등 3명의 온건한 반동사상가를 소개하면서 반동 정신의 근원을 추적한다.˝

정치평론보다는 철학적 검토의 성격을 띠고 있기에 현실정치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정치적 반동의 정신상태 혹은 구조에 대해 이해하도록 돕는다. 내친 김에 (계몽주의가 아닌) 몽매주의에 대한 책도 소개되면 좋겠다. 역사의 진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반동과 몽매주의의 힘이 그만큼 강고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마르크스부터가 이에 대해 과소평가했다). 우리가 물려받은 건 계몽의 유산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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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ask 2019-10-18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관한 내용은 아니지만, 정치적 반동과 혐오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여 여기에 글을 남기네요 ^^:

제 블로그에 혐오를 다룬 시리즈가 있는데, 한 번 읽어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의견까지 주시면 더더욱요~!
<혐오사회도 괜찮으신가요?> 시리즈를 시작하며
https://blog.naver.com/keep_selfs_real/221619610414

로자님이 쓰신 것처럼, ˝정말 이런 곳도 다 있군요.˝
너무 멋지네요.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