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심사대를 통과해서 대기중이다. 탑승까지는 한시간 남겨놓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환승하여 더블린으로 입성하게 될 텐데, 탑승할 비행기가 네덜란드 항공이라는 사실은 한 시간 전에 알았다(일정표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 환승 대기시간이 세 시간쯤이라고 하니까 예정에는 없었지만 네덜란드도 들르는 걸로 쳐야겠다(오래전에 암스테르담에 대한 시도 쓴 게 있었군).

뻔질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새 공항이 친숙한 처지가 되었는데, 그래도 공항에서 자정을 맞는 건 처음이다. 공항에서 1박2일? 낮에 여행에 가져갈 책들을 챙기다가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청미래)을 잠시 펼쳐보았는데(가방에 넣지는 않았다), 부제가 ‘히드로 일기‘였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 기식한 경험을 쓴 책인 모양. 소위 공항용 책이다. 이런 대기시간에 읽어보기 좋은.

다른 책으로는 크리스토퍼 샤버그의 <인문학, 공항을 읽다>(책읽는귀족)도 있는데, 기억에는 정색하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공항이라는 공간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 도구는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 친숙한 문학이라는 통로이다. 저자는 현대문학 비평을 가르치는 교수답게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여 여러 문학 작품에서 나타난 공항의 모습을 스케치하며 우리에게 공항이란 공간의 새로운 모습과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안내해준다. 또한 공항의 의미를 알랭 드 보통 같은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관통하여 자크 데리다와 프로이트, 미셸 푸코, 니체 등을 연결 지어 인문학적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는 여흥을 제공한다.˝

소개를 다시 보니, 원서를 구입해서 읽어보려던 책이다(구매내역이 없는 걸로 보아 흐지부지된 모양이다. 비싸서였을까?). 공항에서 이런 책을 읽으려면 한나절은 죽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데리다와 푸코까지 끼고 읽어야 한다니.

여하튼 다시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문학기행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곧바로 영국문학기행을 떠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언젠가는 공항에서 태어난 것처럼 여겨질 날도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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