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선생의 1주기를 맏아 비평집 <잘 표현된 불행>(난다)이 재간되었다. 지난해에 적었던 것 같은데 저자는 그의 책들과 함께 사후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선생도 마찬가지다. 이 사후의 삶이 진정한 불멸의 삶이다. 이미 갖고 있는 책이지만 쪽수만 보면 분량이 좀 늘어났다. 글이 추가된 것인지 편집상의 차이인지는 실물을 봐야 알 것 같다. 장서용으로 다시 주문.

강의에서 나는 곧잘 ‘잘 표현된 불행‘이란 말을 인용한다. 문학이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한 한 가지 유력한 답변이라고 생각해서다. 오늘 강의에서 다룬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작품도 약간 응용하자면 ‘잘 표현된 절망‘의 사례다. ‘잘 표현된‘ 불행과 절망이 우리를 불행과 절망에서 구원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불행과 절망이건 간에 그것이 잘 표현된다면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문학의 신앙이고 내기다. 비록 불행을 행복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을 수는 없더라도 잘 표현된 불행과 절망은 우리를 위로한다.

투르게네프의 산문시 ‘거지‘에서 적선을 하고자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당황해하는 화자에게 그것만으로도 적선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는 거지를 떠올리게 된다. 문학과 독자는 그런 ‘빈 적선‘을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아닐는지.

이번에 <잘 표현된 불행>과 함께 나온 책은 파워 트위터리언이었던 선셩의 트위터글 모음집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난다). 이런 종류의 책이 처음은 아닌 듯하지만 분량으로는 기록이지 않을까 한다. 무려 668쪽. 얼마만큼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는데(중독?) 그 정도면 불문학 교수와 비평가라는 직함에다 트위터리언을 더 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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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8-0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자마자 기헝도가 떠오르는~

로쟈 2019-08-10 11:00   좋아요 1 | URL
좋은 사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