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서의 마지막날 일정은 아침을 먹고 버스투어를 하는 것이었다. 어제 하려던 일이 인원이 차서 마뤼졌는데 오늘도 아침에는 비가 흩뿌려서 수륙양용 버스는 바다로의 입수가 불허되었다(일본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코스라 한국인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중년의 중국인 커플이 껴 있는 정도였다). 괌의 해변도로를 따라가면서 몇몇 명소를 소개받는 것 정도에서 의미를 찾았는데, 간략한 괌의 역사를 헤드폰을 통해 듣다가 생각난 책이 에릭 울프의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뿌리와이파리)이다.

바로 생각난 건 아니고 ‘역사 없는 민족‘을 검색하다가 뜨지 않아서 시간이 좀 걸렸다. 부제가 ‘인류학과 정치경제학으로 본 세계사 1400-1980‘. 제목에서의 대비가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는 책이다. ‘유럽‘ 대 ‘역사 없는 사람들‘. 세계문학, 특히 근대세계문학을 강의하면서 자연스레 ‘(근대)문학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이 미치게 되었고 겸사겸사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다시 보니 품절 상태. 거실 책장에 꽂혀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만약 없다면 낭패스런 일이다.

근대세계 형성사에 관한 지배적인 서사들이 있다. 얼른 떠오르는 건 이언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글항아리)와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21세기북스) 같은 책들이다(물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근대란 무엇이고 근대화란 필연적 과정인가를 먼저 살펴보아야 근대문학에 대한 해명도 가능하다. 이 주제에 대해 강의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좀더 체계적인 설명을 책으로 써봐야겠다. 감정과 피로감에 시달리지만 않는다면 가능할 텐데, 장담할 수 없는 일이군...

이제 곧 체크아웃을 하고 점심을 먹으면 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다. 비는 그친 상태고 바다는 내내 같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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