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 선집으로 ‘드디어 다윈‘ 시리즈가 <종의 기원>(사이언스북스)을 첫권으로 하여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다윈‘이란 시리즈 타이틀이 여러 의미와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데 독자의 느낌도 복잡하다.
일단 나로선 이제 책들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라 적어놓은 처지에 새로운 시리즈와 마주하게 되니 착잡하다. 게다가 <종의 기원>을 강의할 일은 없을 테니 이 책을 읽게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다른 <종의 기원> 번역서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종의 기원>이여 안녕‘이라고 말할 배포는 키우지 못했으니.
책장에 꽂혀 있는 다윈 평전들을 비롯해서 바닥에 쌓여 있는 책들만 하더라도 진화론 분야의 책이 부지기수다. 근래에 나왔던 책으로는 <다윈에 대한 오해>나 <진화와 인간행동> 같은 묵직한 책까지. ‘드디어 다윈‘은 이렇게 묻어두려 했던 책들까지 다시 소환하게 만드니 심지어 괘씸하게 여겨진다.
비록 역자나 출판사가 미덥다 하더라도 <종의 기원>만 갖고는 ‘지각 출간‘을 환영하고 싶지 않다. 사과에 시기가 있는 것처럼 출간도 시기가 있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이런 불편한, 내지 착잡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기다려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