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전공자의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남기호 교수의 <헤겔과 그 적들>(사월의책). 제목부터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패러디하고 있는데, 요지 역시 헤겔에게 들씌어진 그와 같은 오해를 교정하겠다는 것이다. 포퍼는 열린사회의 적들로 플라톤과 헤겔, 마르크스를 꼽았었다. 전체주의 사회의 철학적 원흉들이라는 것.

비단 포퍼만의 견해는 아닌데 프로이센의 ‘국가주의 철학자‘라는 게 헤겔의 전형적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헤겔 당대의 철학적 논쟁 상황을 복원하여 헤겔의 입장이 과연 무엇이었던가를 다시 검토한다. 주로 다루는 것은 헤겔의 <법철학 개요>를 둘러싼 논쟁이다.

헤겔 철학의 한 국면을 자세히 다룬 책이어서 곧장 읽기에는 난점이 있는데 미리 저자가 옮긴 헤겔 입문서 <헤겔: 생애와 사상> 정도를 참고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헤겔과 마르크스를 겨냥한 <열린사회와 그 적들2>(민음사)도 오랜만에 다시 들춰볼 수 있겠고. 유감스럽게도 포퍼의 책은 아직도 개정되지 않았다(표지갈이 해서 다시 나온 1권과 견주더라도 2권은 방치상태다). 독자 입장에서는 방조자들이야말로 칼 포퍼의 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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