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월요일 하루가 더 붙어 있는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그래도 휴일만 하루 는 게 아니라 평일이 하루 준 것이니 이틀 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이건 무슨 계산법인가?). 그래봐야 내일 아침이면 지나간 모든 휴일이 그렇듯이 ‘있지도 않았던 휴일‘이 될 터이지만.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일에서 손을 떼니(처음엔 한달만 쉬어가자고 했는데 한달, 두달, 쉬어가다 보니 이제는 쉬는 데도 적응이 되었다. 쉬는 김에 반년은 쉴까 싶다), 달이 바뀌어도 부담이 없다. 5월이고 가정의 달이고 오늘 저녁에도 가족모임이 있기는 한데, 새로운 일은 아니다. 대개 그렇겠지만 가족에게 바라는 것은 건강과 무탈밖에 없다.

엊그제 러시아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하나로 여성 버디영화 <코코코>(2012)를 보았다. 모처럼 본 러시아영화, 라고 적으려니 한두 달 전에 본 <레토>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동시대 러시아 코미디는 오랜만이어서 반갑고 즐거웠다. 여성 버디영화라고 했지만 두 여주인공이 직업과 성격에서만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지식인(인텔리겐치아)과 민중(창녀)‘이라는 오래된 계급관계를 대변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통상의 남녀관계가 아닌 여여관계로 처리하고 있는 게 이 영화의 특징이다.

돌이켜보니 체제전환기의 남성 버디영화였던 파벨 룽긴의 <택시 블루스>(1990)와 비교되기도 했다. <택시 블루스>에서는 인텔리겐치아 대신에 노동자(택시기사)와 예술가(색소폰 연주자)가 나온다. <택시 블루스>에서 두 남자가 결별하고 택시기사 혼자 남게 되는 것과 달리 <코코코>에서는 관계의 위기 끝에 리자(인류학박사 연구원)가 비카(민중계급 여성)를 다시금 포용하려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현실에서라면 둘의 관계는 아직도 긴 여정을 남겨놓고 있다.

리자 역을 맡은 안나 미할코바(포스터의 왼쪽)는 닟익은 배우로 러시아의 국민 영화감독 니키타 미할코프의 딸이기도 하다. 미할코프의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에 조연으로 나왔던 적도 있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첫 모습이었다. 제목 ‘코코코‘는 미술사의 사조 ‘로코코‘를 비카가 ‘코코코‘로 잘못 알아듣는 장면에서 나오는 말이다. 요컨대 ‘로코코의 세계‘가 있다면 ‘코코코의 세계‘도 있는 것이다. 이 간극을 다룬 유쾌하면서도 심란한 코미디가 <코코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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