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의 후기 대표작 <파우스트 박사>(문학과지성사)의 새 번역본이 나왔다. 이로써 현재 읽을 수 있는 한국어판은 3종이 되었다(민음사판과 필맥판이 더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이 읽히는(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많이 읽힐) 판본은 민음사판일 텐데, 내가 강의에서 읽을 때는 아직 나오기 전이어서 필맥판으로 읽었다. 토마스 만의 장편 가운데서는 <마의 산>(1924) 다음으로 강의에서 읽은 듯한데, 첫 장편인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1901)을 세 작품 가운데서는 제일 늦게 읽었다. 나는 만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마의 산>의 번역본이 가장 많이 나왔고, <파우스트 박사>가 그 뒤를 잇게 되었다. 여전히 <부덴크로크가의 사람들>은 한 종의 번역본이 전부다.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보자면, 민음사판으로는 중단편집과 함께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과 <파우스트 박사>를 읽을 수 있는데, <마의 산>이 추가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문학동네판으로는 단 한 권의 토마스 만도 읽을 수 없는데(이 '부재'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주요한 특징이다) 사실 방대한 장편의 새 번역자를 찾는 일부터가 어려운 일이어서이지 싶다.
열린책들판으로는 중단편집 <베네치아에서의 죽음>과 장편 <마의 산>을 읽을 수 있다(<마의 산>이 3권짜리로 나와 있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리고 을유문화사판으로는 <마의 산>을 읽을 수 있는데, 강의에서 주로 쓰는 교재다. <마의 산>은 기타 범우사판과 세창출판사판(<마법의 산>)으로도 나와 있다.
강의에서 토마스 만의 작품을 한 편만 다룬다면 단연 <토니오 크뢰거>다. 중편이란 분량과 함께 대표성을 고려해서다. 그리고 한편을 더 읽는다면 나로선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고르겠다. <마의 산>이 세번째이고, 거기에 더 여유를 부린다면 <파우스트 박사>. 그밖에 장편으로는 대작
<요셉과 그 형제들>(전6권)이 있는데, 분량상 엄두를 내기 어렵다(강의에서 다루기도 어렵다).
그리고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창비)와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아카넷), <선택된 인간>(홍신문화사) 등이 국내에 번역된 만의 장편들이다(<선택된 인간>은 구 번역본으로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새로 나오지 않았다). 자타공인 20세기 전반기 독일문학의 최대 작가의 소개로서는 아직도 좀 미흡하게 여겨진다. 그나마 이 정도 소개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