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비(http://www.dambee.net/)에서 학술동향기사를 하나 옮겨온다. 담비에는 학술저널들에 실린 논문들을 '리뷰팀'이 정리해주는 기사들이 게재되는데, 어차피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먼 논문들이지만 '리뷰' 정도는 따라가볼 수 있고, 그게 교양의 한 부분을 이룰 수도 있겠다. 플라톤에 관한 이 정리기사는 '19-20세기 플라톤 연구동향 총정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짤막한 리뷰로서는 너무 큰 타이틀이 아닌가 싶지만 믿거나 말거나 한번 읽어봄 직하다. 이제이북스의 플라톤 전집은 곧 나오기 시작하는 건지 궁금하군...  

담비(07. 03. 03) 플라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풀라톤의 대화편들은 플라톤의 당대와 그의 사후 이래로 각 시대나 사상가들에 의해 매우 다양하고 상이하게 해석되어 왔다. 이런 플라톤 저작연구의 다양성과 상이성은 근본적으로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이러한 플라톤에 대한 메타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변이 시도돼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김진 경희대 교수로 '철학탐구' 제19집에 실린 '플라톤,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칸트 전공자인 김진 교수와는 동명이인인 모양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1855년 슐라이에르막허(*슐라이어마허)가 플라톤 대화편의 형식과 내용은 '분리될 수 없다'는 관점을 내보였으나, 이러한 해석의 원칙은 당시 헤어만이 이끄는 발전론적 관점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재음미되고 있다. 그것이 대화드라마적 관점의 연구를 견인해내고 있다. 이것은 대화편 안에 내적으로 구성된 철학적 요소들을 주목함과 동시에 대화편의 문학적, 희곡적 요소들, 등장인물, 무대장치적 묘사, 해설자의 설명, 기타 문학적 장치 등을 고려하여 본다는 뜻이다. 

플라톤은 역사상 유래없이 자신의 전 저작을 대화의 형식으로 저술한 유일무이한 철학자다. 그는 서술의 형식 그 자체를 자신의 철학적 사상에 포함시키려고 했다는 것(*그렇다면 데리다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철학자는 바로 플라톤?). 김 교수는 플라톤의 대화편이 다른 철학적 대화편의 저술가와 비교해 보았을 때 문학적으로 정교하고 치밀하며 체계적인 구성양식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희곡적 요소들의 적절한 배치로 저자가 대화의 내용으로만 전달하기 힘든 철학적, 역사적, 대화상황적 뒷배경을 정교하게 묘사한다는 것.  

그러려면 무엇보다 논문식 해석을 지양해야 한다. 대부분의 철학적 저작이 저자가 주장하려는 바가 분명하지만, 플라톤의 저작은 이러한 직접적 이해의 방식이 우선적으로는 배제되어 있다는 것. 일단 플라톤이 등장하지 않는 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그의 주장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플라톤의 익명성'이란 주제로 연구자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면 저자 자신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대화편을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까. 여기서 두번째 원칙이 발생하는데, 철학적, 문학적 요소를 꼼꼼히 고려하는 것이다. 철학적 요소의 예를 들자면 질문과 대답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플라톤 대화편에서는 '질문'보다는 '답변'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고 한다. 때로 질문을 주장으로 착각하여 해석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 그리고 김 교수는 플라톤 대화편의 대화논증술적 서술들이 가만히 보면 규칙성이 감지된다고 한다. 먼저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형식은 "예"와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 많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이런 의미인가 아니면 저런 의미인가"와 같은 선택질문의 형식이 많다.

마지막으로 각 대화편은 완결된 일회적인 통일적 전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각 대화편은 플라톤에 의해 탄생된 허구이며, 등장인물들이 역사적 인물이고, 역사적 모티프를 갖는 것이라고 해도, 결국 플라톤이라는 저자에 의해 재구성되고 창조되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대화편끼리 서로 부딪히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편에 나오는 참주와 법률편에 나오는 참주는 매우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국가편의 대화가 이뤄지는 곳이 피레아스(pireas, 당시 상업과 민주정치의 요새)로 시라쿠스(Syrakus) 출신의 거주외국인 케팔로스(Kephalos)의 집이다. 여기 등장하는 케팔로스의 두 아들은 참주정치의 희생자들로 이들에게 참주정의 장점을 얘기할 수 없다는 상황이 있다는 것. 반면 법률편의 상황은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플라톤이 마음대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었다는 식이다.

플라톤은 동시대부터 그 난해성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위에서 고찰한 대화드라마적 해석방법은 이러한 난해성을 뚫고 플라톤과 만나기 위해 지난 19~20세기 동안 플라톤 연구자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도달한 대체적인 합의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리뷰팀)

07.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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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자료 퍼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