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문학 강의에서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과 <설득>을 읽었다. 둘다 오스틴이 세상을 떠난 1817년말에 나왔다(책에는 1818년이라고 표기돼 공식적으로는 1818년본이다). <노생거 사원>이 1798-99년에 쓰인데 반해서 마지막으로 완성한 장편인 <설득>은 1815-16년에 집필되었다.
재작년에 나온 한국어판 전집(전7권, 시공사)의 편제가 그렇듯이 오스틴의 작품은 여섯 편의 장편소설과 그 나머지 작품들로 갈무리된다. 초기작으로 영화화되어 화제를 모은 서간체 소설 <레이디 수전>을 포함한 작품집에다 <이성과 감성>부터 <설득>에 이르는 여섯 편의 장편이다. 장편에 한정하면 <노생거 사원>(초고 제목은 <수전>)은 세번째 작품에 해당하면서 동시에 오스틴표 소설의 출사표로 읽힌다. 그리고 <설득>이 마지막 작품이므로 오스틴문학의 시작과 끝에 해당한다.
강의에서는 수년전에 가장 많이 읽히는 <이성과 감성>과 <오만과 편견>을 읽었고, 재작년에 <레이디 수전>, 그리고 이번에 두 작품을 읽음으로써 <맨스필드 파크>와 <에마>, 두 작품을 남겨놓게 되었다. <에마>는 여름학기에 다룰 예정이어서 가을의 영국문학기행까지는 오스틴문학을 대략 90퍼센트 가량 소화하게 될 것이다(대략 많이 번역된 작품순이다).
<에마>와 비교가 필요하지만 <설득>은 오스틴문학의 결산이거나 새로운 출발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새로운 출발이라면 그 이후에 쓴 미완성작 <새디턴>(가제 <형제들>)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시각에 따라서 전작들과 연속성에 주목할 수도 있고 차이점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 강의에서는 잠정적으로 차이를 더 강조하면서 사회상의 변화가 작품에 반영되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물론 더 확실한 건 <설득>을 앞뒤로 하고 있는 작품들과 비교해봐야 알 수 있겠다. 오스틴문학관 방문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