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사동쪽에 나갔다가 반디북에 들렀었는데 도올 김용옥의 <요한복음 강해>(통나무, 2007)가 마침 나와 있길래 사들고 왔다(이 강의/강해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페이퍼를 올려둔 바 있다). 귀가길 전철에서 주로 훑어본 건 책의 '참고문헌'이었고 그에 대해서 몇 자 적으려다가 피곤해서 그만두었었다(오늘밤에라도 몇 자 적어둘지 모르겠다).

한데, 그 사이에 일이 터져 한겨레의 인터뷰 기사(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191139.html)에 이어서 여기저기에 도올의 EBS강의에 대한 논란이 시끄럽다(이 강의는 원래 '영어 강독'을 위한 강의임에도 불씨는 다른 데서 번지고 있다). 성서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고 거기에 대해서 자기의 의견/해석을 가진 사람이 그걸 개진하는 것이야 문제삼을 일이 전혀 아니다. 그러한 해석에 대해 비판하는 일도 같은 수순을 밟으면 된다. 이건 순전히 말씀(로고스)에 관한 것이고 그 말씀의 영역에 한정되는 일이다.

논란을 전하는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도올과 교회, 누구의 성경해석이 맞나'라고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는데, 실상 모든 해석은 오류가능성에 개방돼 있는 것이고 다만 어떤 해석이 보다 설득력이 있으며(말이 되며) 보다 생산적인가를 따져보면 그만이다('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라고 반박할 게 아니라). 내겐 <요한복음 강해>가 갖는 의의는 그런 것이다. 고색창연한 문어투의 고리타분하고 식상한 성경구절들을 새롭게 읽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 도올을 비판한다면 그의 해석보다 더 정교하고 멋들어진 우리말(혹은 번역서라도) 해석/주석/강해서를 추천하면 그만이다. 그리고는 도올은 아무아무개보다 못하다, 라고 평해주면 그만이다. 목숨 걸 일은 아닌 것이다... 

오마이뉴스(07. 02. 16) 도올과 교회, 누구의 성경해석이 맞나

성서 요한복음을 교재로 영어학습 강의를 하면서 '구약 폐기' 등의 주장을 내놓은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와 보수 기독교계간의 논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도올은 지난 5일부터 교육방송의 외국어교육사이트 'EBS랑'에서 <영어로 읽는 도올의 요한복음>이라는 유료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총 100강으로 계획된 이 강의는 현재 10강까지 진도가 나갔다. '성서를 통한 영어학습'을 목적으로 한 강의이지만, 이 강의에서는 성서와 기독교에 대한 도올의 새로운 해석과 주장이 펼쳐지고 있어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교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는 지난 8일 도올이 한 1~5강까지의 신학적 오류를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도올은 기자회견과 강의 도중 '정통신학 입장에서 요한복음을 강의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적으로 정통신학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도 바울 시대에는 성경이 없었다' '구약은 폐기됐다' 등을 거론하는 도올 강의 내용에 대해 이 단체는 "사도 바울 시대에도 이미 구약은 성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마치 신약만이 성경이 되는 듯한 표현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도올이 성서에 쓰인 그리스어 '메타노이아(μετανια)'를 '마음의 상태를 바꾸라'고 번역해야한다면서 '예수님은 '회개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 단체는 "사람들이 죄로 인해 마음이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죄에 대한 자각 없이 단지 '마음을 돌이키라'고 하는 것은 전 포괄적인 의미를 놓치는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성서에 등장하는 '로고스'(logos)를 '인간의 정신'·마음·'인간의 말할 수 있음' 등으로 해석, "로고스가 하나님이 아니다"라는 한 강의 내용에 대해서도 "희랍(그리스)의 로고스 사상과 요한복음이 말하는 로고스를 단순 연결한 것"이라며 "이것은 'the Word was God'의 의미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수의 어록자료(Q문서)를 기초로 제자들이 서술형 문학적 장르를 넣어 드라마처럼 구성했다는 강의 내용에 대해서도 이 단체는 "복음서를 기록한 제자들은 이미 예수님의 사역과 가르침을 알고 이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자들이 성서를 창안해 기록한 것으로 설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올은 한국교회언론회가 자신의 강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을 역비판하면서 보수성향 기독교인들의 정치참여도 함께 비판하고 나섰다. 16일 보도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종교인들이 거대한 사교클럽을 만들고 압력단체화해 정치권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기독교가 학교를 많이 갖고 있으니 사학법에 대해서는 발언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정치·외교 문제까지 참견하면서 역사를 리드하려 하고, 제정일치 시대 신정정치로 가려 하고 있다"며 "종교권력이 역사를 이끄는 신정정치를 한 나라치고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종교는 양보와 겸양의 자세로 사람들을 보살피고 안아주는 '품'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

또 지난 8일 한국교회언론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던 '신학적 오류'에 대해 도올은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너희가 모세 율법을 믿느냐, 나를 믿느냐'는 물음을 한다"며 "구약의 모세를 믿으려면 유대교로 가야하고, 우리나라에서 성황당을 믿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파격적이면서 흥미로운 견해이다). 구약성경은 다른 신을 섬기지 않는 조건으로 애굽(이집트)에서 해방시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이끌어주겠다고 한 유대인들의 민족신 '야훼'(여호와)의 계약이라는 것. 예수가 지상으로 내려온 뒤 새로운 계약(신약)이 성립됐기 때문에 구약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것이 한국교회언론회의 지적에 대한 도올의 반박이다.

그는 또 "누가 과연 오류를 범하고 있느냐, 자신들의 신념만 종교고 나머지는 이단이라면 거꾸로 보면 자신이 이단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도올이 무슨 얘기를 하든 그 얘기로 신앙이 깨진다면 그것은 신앙이 아니다"라며 기독교계 대표와 공개 토론을 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네티즌들도 이번 도올 강의와 관련한 뉴스에 댓글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도올 - 보수 기독교계 간 논쟁이 철학과 신학의 전문적인 영역에 있어 네티즌 댓글 대부분은 구체적인 논리가 결여된 쌍방에 대한 비난으로 얼룩지고 있다. 기존 기독교 교리를 옹호하는 이들은 도올의 강의를 일방적으로 폄하하거나 도올 개인을 비하하는 수준이고, 반대로 기독교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일부 교회의 폐단을 지적하거나 기독교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안홍기 기자)

07. 0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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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sculp 2007-02-16 23:40   좋아요 0 | URL
기독교에 대한 선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강의를 듣고있는데 그냥 상식선의 애기라고 받아들였는데 결국 난리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군요.
동일한 김용옥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의 수순을 밟을것으로 생각도 드는데.
제가 직접 경험한것중. 예전 김용옥이 태권도에 대한 발표하는 자리가 있어 올림픽공원에 보러 갔었는데 태권도가 가라데다 뭐 이런 신문기사가 전날 나오면서 그 자리에 못나오고 출간된 논문집에 이름은 보이는데 내용이 삭제된것을 직접경험했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도 까서 보여주면 뒤집어지는 세상에서 한바자욱 더나간다는것이 참 어려운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나이에 아직도 깡 좋다는 생각이. 허허 웃고 악수만 해주고 다녀도 대접받을 나이같은데.
근데 책은 아직 도착을 안하네요. 설이 껴서 그런지.

비로그인 2007-02-17 00:46   좋아요 0 | URL
저는 의도된(?) 논란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만큼 홍보효과도 더 커지니.. 도올 강의는 돈 낼만 하게 재밌지요.

로쟈 2007-02-18 08:16   좋아요 0 | URL
biosculp님/ 새삼스럽지만, 워낙에 금기적인 '상식'이 많은 것이죠. 한국이란 나라에는...
테츠님/ 그 정도면 음모론이겠죠.^^ 소위 교양 강의 아닙니까? 영어 독해력 향상을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