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의 문학의 기원, 그 글쓰기의 기원은 외부의, 낯선 세계를 향한 강렬한 그리움이었던 듯하다. 낯익은 내부, 강변의 정적, 그 결핍을 보상해줄 낯선 외부를 향한 동경이 그의 글쓰기의 기원이었을것이다. 이같은 판단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자신이 쓴 편지 형식의 글 「어떤 일본인 벗에게」(『낯선 신을찾아서』, 일지사, 1988)일 것이며, 마산상업학교 시절, 문학에 열중하던 그 시기의 초입에 "전시물자가 산적한 마산 부둣가에 나아가 친구들과 밀항을 꿈꾸고 있곤 했다"는 술회는 그 간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외부의, 낯선 세계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1936년생으로, 세 누나 밑의 외아들인 그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 국민학교에 다니던 둘째누나의 교과서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그것은 강변의 버드나무집 소년이 매일 보고 듣는 농사 짓는 아버지와 불심이 깊은 어머니‘들‘의 세계와는 정녕 다른, 일문으로 씌어진 이방의 세계, "참으로 희한한 글자와 그림"의 세계였다. 그와 같은 연장선에 놓인 이방의 노래가 유년의 그에게 달라붙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여기서 일제말 천황제 파시즘의 논리를 운위하는 비약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영문으로 씌어진 소설 ‘나부랭이‘와 잡지들이 또한 그의 의식 성장의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때 중요한 것은 논리가 아니라 이미지, 그 낯선 세계들의 이미지이다. 그 자신이 "신국神國 일본을 위한 교육은, 저에게 논리가 아니라 생리적 감각의 수준이었지요"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31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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