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읽기'가 무료해서 잠시 아침신문들을 훑어보니 외신면 톱기사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것이다. 국제회의석상에서 작심하고 미국에 한방 먹였다는 것이고, 다시금 신냉전체제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테러시대에서 신냉전시대로?). 미국 단일패권주의에 그간에 환멸스러웠다면 미-러 양극체제는 그보다 나을까. 이런 거 분석/전망해주는 책도 조만간 나왔으면 싶다. 기사는 참고자료로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07. 02. 12) 푸틴 ‘미 일극체제 더는 못 참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작심한듯, 탈냉전 이후 ‘미국의 일극적 세계질서’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신냉전 선언’을 방불케 하는 고강도의 대미 비판연설이다. 다음날 연설에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냉전은 한번으로 족하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과 러시아, 이란 정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정책회의에서 “국제회의이기에 논쟁적 발언을 하겠다”고 말문을 연 뒤 32분 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을 조목조목 비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단상 앞줄에 앉은 소련 연구자 출신의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서방 쪽 참석자들은 매우 놀라는 모습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체제는 권력과 힘, 의사결정의 중심이 하나이고, 지배자와 주권도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내부로부터 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의 군사행동을 두고 “일국적”, “불법적”이란 말을 쓰면서 “전세계 전쟁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나라도 국제법 뒤에서 피난처를 찾을 수 없으므로 어느 나라도 더는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며 “이로 말미암아 군비경쟁이 촉진되고 핵무기를 가지려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확장은 동맹 현대화나 유럽 안보와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상호 신뢰를 잠식하는 심각한 요인”이라고 말해 러시아의 불만을 드러냈다. 또 미국은 “러시아에 민주주의를 가르치려 하면서 스스로는 민주주의를 배우려 하지 않는 자들”이라고 공박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이 반대하지만 이란에 무기 판매를 계속할 것이며, 세르비아가 반대하는 코소보의 독립을 저지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옛소련의 영광 재현’을 목표로 삼은 자신의 정책이 완결단계에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보인다. 또 그가 후견인이 될 ‘포스트 푸틴 러시아’가 녹록지 않은 상대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어 연설에 나선 메르켈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러시아는 신뢰할 만하고 예측 가능한 상대라는 느낌을 받아왔다. 서로 솔직하게 대화할 필요가 있고, 문제를 카펫 밑으로 쓸어넣을 필요는 없다”며 푸틴 대통령의 대립적 정세관을 넌지시 비판했다.

11일 연설에 나선 게이츠 장관은 “냉전은 한번으로 족하다”며 “에너지 자원을 정치적 압력 수단으로 쓰려는 시도 등, 러시아의 일부 정책들은 국제사회 안정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반박했다.(류재훈 기자) 

경향신문(07. 02. 12) 푸틴 “美 MD가 군비경쟁 조장” 직격탄

탈 냉전 이후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오던 군사력 균형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최근 노후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저격하는 실험을 통해 ‘스타워스’ 우려를 상기시킨 데 이어 에너지 수출로 경화를 여퉈둔 ‘푸틴의 러시아’가 미국 주도 단극화 세계질서에 공개 도전장을 냈다. 냉전식 군비경쟁시대가 재도래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43차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의 군사전략을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것이라면서 미국이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미국의 대 러시아 견제의 증거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진과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거론하면서 “러시아 국경 인근에 군사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왜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의 MD 시스템이 냉전시절 상호확증파괴의 공포에서 이뤄진 냉전시절 군사력의 균형을 완벽하게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폴 M’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신형 탄도미사일은 미국의 MD에 맞서기 위한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라크전에서처럼 미국의 초대군사력 행사가 또 다른 분쟁을 유발하는 불안정과 위험만 증폭시킬 뿐이라며 미국의 아픈 부분에 소금을 뿌렸다. 구소련 국가들의 선거에 감시단을 파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한 나라의 외교적 이해를 보장하기 위한 ‘야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은 또 러시아내 반정부 단체를 은밀히 지원, 체제붕괴를 노리고 있다면서 집권 7년 동안 진행된 미국의 교묘한 대러 포위전략을 공개 비난했다. “베를린 장벽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새로운 분할 선과 규칙들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미국의 MD시스템 구축을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담 뒤 회견에서 “체코와 폴란드의 MD시설이 북한과 이란 미사일 위협 때문이라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당장 학생들이 보는 지구본을 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고작 최대사거니 1700㎞의 중거리 미사일을 갖고 있을 뿐인데 이를 빌미로 동유럽에 MD를 확장하는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체코·폴란드와 북한의 지리적인 위치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 러시아와 다시 군비경쟁을 벌이자고 해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새로운 세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핵잠수함, 항공모함,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 등이 포함된 야심찬 군비 현대화 계획을 공표했다. 구소련 군대의 전투대응력을 능가하는 것을 목표로 향후 8년간 1890억달러를 투입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최근 러시아 두마(하원) 연설에서 최근 매년 4기씩만 늘리던 탄도미사일을 올해는 17기 확보하고 34기의 신형 토폴 M 미사일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까지 토폴 M 미사일을 추가로 50기 배치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러시아의 군사예산은 올해 310억달러로 2001년에 비해 4배가 늘었다.

물론 러시아가 미국과 본격 군비경쟁에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보기는 힘들다. 올해 미국의 국방예산은 전쟁비용을 포함해 6246억달러로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최소한 미국의 MD 확충만큼은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전문지 에어포스타임스 10일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올해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3번째 MD 발사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 반데버그 공군기지에 모두 30기의 MD용 요격미사일을 배치한다. 미국은 또 지난 7일 체코 정부와 MD용 레이더기지 건설에 합의하는 한편 폴란드 군기지에 10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키로 했다.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유럽 지도자들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했다”면서 “그의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고 응수했다.(워싱턴|김진호특파원)

07. 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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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7-02-12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러한 변화가. 안 그래도 체코 갔을 때, 체코신문(물론 영문;;;; )보니까 1면이 미국 레이다 기지를 체코에 건설하는 것에 대한 반대여서, '흡족'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러시아 친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면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이 변화이기는 하군요. MD에 대해서 러시아가 위협을 느끼지 못하고 미국에게 받는 것이 꽤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세계 정세변화에 따라서 안티-미국을 결집시키려는 행동일런지, 그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것인지 흥미롭습니다. 그래도 다시 '양극'이라 하기에는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일터인데, 다윗 수십명이 돌 던지면 골리앗도 난감하기는 하겠지요;; 퍼갑니다. ^^

나비80 2007-02-1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윗 수십명이 돌을 던지는 것 보다 자기 편 몇이 돌아서는 게 더 큰 타격일텐데 아직 그런 징후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블레어나 메르켈, 하워드 같은 총리들이 나서서 힘을 실은 연설이었다면 파장이 더 컸겠지요.
그리고 러시아의 자신감 운운하는데 정말 그만한 수준인지도 의문이고요. 중국 쪽과 모종의 의사교환이 있었을 것 같은 추정이 들기도 합니다. 미국의 단일패권은 눈꼴십니다. 그러나 얕은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 수년 내에 주목할만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로쟈 2007-02-1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사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다 계산된 외교적 언사일 테고, 한번쯤 과시/경고하는 것이죠. '나 물로 보지 마!'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