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론 총서 01'로 <들뢰즈와 그 적들>(우물이있는집>이 출간됐다(처음에 '들쥐와 그 적들'로 읽었다). 정정호 교수 편의 논문집인데, 11명의 필자 모두가 국내의 어문학, 철학 전공자들이다. (재)작년인가 영미문학회인가의 학술발표회 주제가 '들뢰즈와 그 적들'이었고 아마도 이번에 묶인 논문들은 그때 발표된 것들인 듯하다. 몇년 전에 <들뢰즈 철학과 영미문학 읽기>(동인, 2003)가 같은 편자에 의해서 나온 적이 있는데, 그간에 보다 확장되고 심화된 연구 성과들을 열람해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이진경의 <노마디즘>과 이정우의 몇몇 저작을 제외하고도 국내 저자가 쓴 들뢰즈 관련서들은 댓 종 이상 출간돼 있다).  

 

 

 

 

아직 아무런 리뷰기사가 뜨지 않아서 소개를 옮겨오면, "철학사 교수에서 철학자로, 예술이론가에서 영화이론으로, 정치경제이론가로, 문학이론가로 종횡무진 횡단하는 인문 지식인인 들뢰즈의 폭넓은 연구 영역을 각 분야별로 고찰했다. 들뢰즈의 문학예술론 및 몸철학, '중간'문학론, 언어와 문화론, 영화론, 윤리론, 정치론, 유목주의와 자율주의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들뢰즈에 대해서 다양하고 종합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목차로 보아 좀 아쉬운 건 지젝의 들뢰즈론 <신체 없는 기관>에 대한 참조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들뢰즈-가타리' 커플의 작업을 맹비판하면서, 가타리야말로 들뢰즈의 적임을 주장한 이가 지젝 아닌가?(내부의 적!) 그런 관점에서 들뢰즈/가타리를 다시 읽는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연말에 나온 걸로 돼 있는(하지만 알라딘에는 꽤 늦게 올라온) 책이 로널드 보그의 '들뢰즈 3부작' 중 마지막 책 <들뢰즈와 시네마>(동문선, 2006)이다. 따져보니까 작년 한해 동안 세 권이 모두 출간됐다(역자들의 부지런함을 치하할 일이다). 사던 책이니만큼 이미 구색을 다 맞춰놨는데(원서로도 진작에 맞춰놨었다), 완독하는 건 아마도 역순이 될 듯싶다. 그건 들뢰즈의 영화론에 대해서 숙지해야 할 필요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들뢰즈와 시네마>는 "<시네마1>과 <시네마2>에 대해 영어로 쓴 최초의, 최상의 해설이다"란 평도 듣는 만큼 한번 도전해봄 직하다. 물론 '들뢰즈와 영화'란 주제에 한정하더라도 읽을 책은 차고 넘친다. 책읽기에만도 거의 '진화적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거기에다 보그는 "시네마에 대한 들뢰즈의 접근에는 베르그송으로부터 그가 받은 영감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시간에 관한 베르그송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지 않으면 <시네마1>과 <시네마2>의 많은 부분이 애매하게 된다."(11쪽) 협박해놓고 있으니 견적은 더 불어난다(물론 저자가 베르그송에 대해선 잘 정리해놓고 있지만).

지난 1월에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을 읽고 또 들뢰즈의 <푸코>까지 읽어보겠다던 계획이 입에 침만 묻히고 무산돼 버렸는데, 어느새 스테이지는 '들뢰즈'로 바뀌었다. 이 숨가쁘게 반복되는 차이 속에서 잠시 넋을 놓는다...

07. 0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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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ta 2007-02-09 22:15   좋아요 0 | URL
<들뢰즈와 시네마>일단 주문해 놓긴 했는데 워낙 악명높은 동문선이라. 번역이 어떨지 심히 걱정되는군요. 로날드보그의 다른 들뢰즈책도 그래서 구입을 안했다는..원서대조작업으로 읽어야하는 공을 다시 들여야 하는건지..-_-

로쟈 2007-02-09 22:17   좋아요 0 | URL
역자인 정형철 교수가 보그의 제자라는군요. '전력투구'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yoonta 2007-02-09 22:20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그렇다면 일단 믿고 읽어봐야겠네요. 이상한 부분은 로쟈님이 검열해 주시리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