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1914-1980)의 신작이 나와서 뭔가 했는데 무려 ‘첫‘ 장편소설이다. 23세이던 1937년에 탈고했지만 받아주는 출판사가 없어서 원고 뭉치로만 남아있다가 스웨덴의 한 여성기자에게 주어졌고 로맹 가리가 세상을 뜬 지 12년이 지나서야(1992년) 경매품으로 세상에 다시 나왔다는 것. 이걸 다시 22년이 지난 2014년에 갈리마르에서 비로소 책으로 출간했다고. 출간과정 자체가 소설거리다. 여하튼 그래서 로맹 가리의 첫 소설이 그의 ‘마지막‘ 소설이 되었다(문학사에서는 가끔 있는 일이긴 하다). 이럴 때 우리가 쓰는 표현으로 ‘기구한‘ 작품이다.

통상 로맹 가리의 데뷔작은 그간에 <유럽의 교육>(1945)으로 알려졌다. <죽은 자들의 포도주>를 완성하고 8년이 더 지나서야 작가로서 데뷔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의 마지막 작품은 <솔로몬왕의 고뇌>(1979)다. <죽은 자들의 포도주>는 이 두 작품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되는 셈. 이번 겨울 로맹 가리에 대한 강의도 예정돼 있는데 겸사겸사 23살의 로맹 가리, 러시아 태생의 로만 카체프를 만나봐야겠다. 포도주를 한 병 들고 찾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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