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키르기스스탄에는 눈이 내리고
나는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걸었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을 맞고
나는 키르기스스탄의 위도를 알지 못해
키르기스스탄에 내리는 눈을 가늠할 수 없었다
비슈케크에는 낙엽이 날려도 무방한 것인가
하기야 모스크바도 이맘때면 눈이 내렸지
모스크바에 있을 때는 나도 모스크바인
모스크바의 나무들과 똑같이 눈을 맞았지
비슈케크의 지붕들이 과묵하게 눈을 맞은 것처럼
키르기스스탄에는 키르기스스탄의 눈이 내리겠지
눈은 일찍부터 지상과 내통하기에
어디에건 소리없이 내려앉지
키르기스스탄의 아침이 밝으면
이제 백년보다 긴 하루가 시작되겠지
친기스 아이트마토프의 하루는 백년보다 길었지
나는 낙엽이 떨어진 밤거리를 걸으며
다시금 눈 덮인 키르기스스탄을 떠올린다
비슈케크의 밤거리로 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