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위기' 관련 기사를 하나 더 옮겨놓는다. 직접적인 건 아니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것인데, 한국일보의 '지평선'란에 실린 'MIT!!!'가 그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감탄스럽다는 것인가, 는 읽어보면 안다.

한국일보(07. 01. 22) MIT!!!

“자, 여기서 두 일차 방정식을 하나의 매트릭스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자, 어떻게? 잘 하면 되지! (학생들 웃음). 잘 하려면, 이 쪽을 하나로 묶어서 이렇게….” 난해한 선형대수학 강의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길버트 스트랭 교수가 응용수학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쉽고 요령 있는 교수법 때문인 것 같다. 수학의 대가가 막상 한 자릿수 덧셈 뺄셈은 손가락 꼽아가며 더듬더듬 하는 것을 보니 우습다. 이렇게 교실 풍경을 그대로 담은 강의를 본다면 책으로만 보는 것보다 공부가 한결 재미있겠다.

■이 강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오픈 코스 웨어(OpenCourseWareㆍ http://ocw.mit.edu/OcwWeb/index.htm)라고 해서 인터넷에 올려 전세계 어디에 있든지 누구든지 로그인도 할 필요 없이 그냥 공짜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직 이런 동영상 강의는 26개 과목에 1,000시간 분량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오디오나 텍스트만 올린 강의는 물리학에서부터 컴퓨터 엔지니어링, 철학,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모두 1,550건이다. 계속 업데이트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9, 20세기 유럽 제국주의’ 강좌의 경우 강의 개요와 독서 목록, 과제물 내용 등이 완벽하게 올라 있다. 전문가라면 이 정도만 보면 이 분야에서 새로운 조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2002년 외신에서 MIT가 OCW(강의 공개 프로그램)를 통해 인터넷에 강의 내용과 참고자료 등을 모두 올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정말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은 매달 전세계에서 140만 명 정도가 접속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MIT가 아이디어와 인적 자원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기업과 개인이 수천 만 달러의 운영 기금을 기부한 OCW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지식을 공짜로 보급해 세상과 삶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익 모델은…? 그런 생각할 시간은 강의에 활용된 제3자의 지적 생산물을 공개하기 위해 일일이 본인의 동의를 얻는 데 보냈다. 가히 노벨상 감이다. 그래서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아낌없이 주는 지성”으로, BBC 방송은 “교육 혁명”으로 평가했다. 되지도 않은 콘텐츠를 가지고 표절이니 인문학의 위기니 해 가며 돈에 눈이 먼 한국의 현실이 참으로 초라하다.(이광일 논설위원)

07. 0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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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2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인 2007-01-22 20:21   좋아요 0 | URL
오 MIT 즐찾해야겠어요. ㅎㅎ 서양사에 관심이 생겨서, 그 쪽 요즘은 뭐 공부하나 보게요 ^^;

로쟈 2007-01-22 21:08   좋아요 0 | URL
**님/ 짧은 시론에서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하려다 보니까 압축/비약이 있는 건 맞습니다. 제가 공감하는 건 '위기' 담론의 허실입니다. 정말 가만히 앉아서 '위기'만 주워섬겨온 게 아닌가 하는...
기인님/ 여행준비에도 바쁘실 분을 더 바쁘게 해드렸네요.^^

마노아 2007-01-22 23:55   좋아요 0 | URL
정말 '혁명'이네요. 놀라워요.

나비80 2007-01-23 01:04   좋아요 0 | URL
어떤 '위기'에 대처하는 대학과 인문학자들의 자세가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 건 동감합니다. 결국 '돈을 달라'는 옹아리만 하는 부류와 좀 배고파도 여전히 변함없이 정신의 풍요만을 누리겠다는 부류만 있는 것 같아 가상의 '위기'가 실제의 위기로 발전한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