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간들에 대한 언론 리뷰들 가운데 가장 그럴 듯했던 건 클로테르 라파이유의 <컬처코드>(리더스북, 2007)에 대한 것이다. 경제경영서로 분류되니까 평소에 내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전혀 아닌데, 내용상으로 치자면 문화인류학서로 분류해도 되는 게 아닌가 싶다.

Clotaire Rapaille

 

 

 

 

 

저자 자신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이며 마케팅 구루"라고 하지 않는가. 애당초 소르본느대학에서 문화인류학 박사를 받았다고 한다(사진을 보니 호남형의 멋쟁이다). 원서는 랜덤하우스에서 나온 모양인데 아예 홈피(http://www.randomhouse.com/broadway/culturecode/index.html)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저자만큼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인가 보다. 하긴 지난주에 나온 책인데 알라딘에만 리뷰가 다섯 편이 올라와 있다. 팔리는 책은 팔리는 것일까, 아니면 특별한 마케팅 기법이 있는 것일까. 나는 리뷰 정도만을 그냥 읽어둔다(책은 나중에 도서관에나 들어오면 빌려봐야겠다).

경향신문(07. 01. 20) 미국이 싫어하는 말 ‘유혹’

왜 미국 사람들은 축구보다 야구에 열광할까? 왜 일본의 이혼율은 그렇게 낮을까? 왜 이탈리아 남자들은 여자들을 쉽게 유혹할까? 세계 제1위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은 미국 시장에서 마케팅을 펼치면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이제까지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콘셉트의 광고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미국에서는 로레알 제품을 쓰는 이유가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감을 갖기 위한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성공의 비결은 ‘컬처코드’에 있었다. 컬처코드란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를 뜻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인의 컬처코드는 ‘조종’이다. 개척정신과 반항심리가 강한 미국인들은 조종당한다고 생각하면 이를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 그리고 이들에게 유혹이란 곧 ‘조종’의 느낌이다. 따라서 로레알은 유혹이란 콘셉트를 포기하고 코드에 부합하는 마케팅을 함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인이 축구보다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도 컬처코드에서 찾을 수 있다. 가정은 미국문화에 있어 가장 강력한 원형이다. 미국에서 가장 성스러운 의식인 추수감사절 만찬은 반드시 온 가족이 함께 모인 가운데 어머니의 집에서 치러진다. 따라서 미국의 국민적 오락인 야구가 세 개의 누(壘)와 하나의 홈으로 이뤄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에게 가정(홈)은 가장 강력한 이미지이며, 야구에서 점수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게 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부진을 면치 못하던 현대차가 미국에서 극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인의 ‘개척자’ 코드에 부합하는 판매전략 때문이었다. 그들은 3년마다 새 자동차를 시험해 보기 원하며, 5년마다 새 텔레비전을 구입하려 한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완벽한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대신 제품이 위기에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해줄 훌륭한 서비스에 더 민감하다. 현대차는 긴급출동 서비스와 대체차량 제공 등 최고의 서비스로 저가제품의 가치를 극적으로 높였다. “우리 자동차는 완벽하거나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의 자동차를 계속 달리게 할 것입니다.” 현대차의 이런 메시지는 미국인의 코드를 만족시켰고, 이후 판매량은 극적으로 성장했다.

컬처코드라는 문화적 무의식은 전 세계 모든 인류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경이다. 그리고 동시에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한 결정적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저자는 문화인류학과 정신분석학과 마케팅의 만남이 빚어낸 독특하면서도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주고 있다.(정유진 기자)

07. 06. 20.

P.S. 다른 리뷰에서의 들고 있는 사례: "프랑스인들은 우아한 만찬 장소에서도 거침없이 섹스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돈 이야기를 하는 건 천박한 짓으로 여긴다. 미국은 반대다. 미국인들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섹스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그러나 돈에 관한 이야기라면 밤을 새워 해도 괜찮다."(매일경제)

 

 

 

 

이제 나의 관심은 두 가지이다. 한국인의 컬처코드와 러시아인의 컬처코드를 자세하게 다룬 책은 없는가, 하는 점. 그러고 보면, 진중권의 신간 <호모 코레아니쿠스>(웅진지식하우스, 2007)이 이런 류의 책이 아닐까 싶다. 혹은 작년말에 나온 강준만의 <한국 생활문화사전>(인물과사상사, 2006)이 이런 류에 들까. 아쉬운 건 러시아다. 아직도 <굿모닝 러시아>(지호, 2004) 외에, 문화사로서 <나타샤 댄스>(이카루스미디어, 2005) 외에 러시아 문화코드에 관한 '확실한' 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거기에 문화인류학과 문화기호학적 분석까지 가미한 책이 올해는 출간되었으면 좋겠다(그게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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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7-01-20 20:11   좋아요 0 | URL
<나타샤 댄스>란 어떤 책일까.. 제겐 노래가 있는데 말이지요. 러시아 문화사로서의 <나타샤 댄스>, 제목이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로쟈 2007-01-20 23:58   좋아요 0 | URL
잘 씌어진 러시아 근대 문화사입니다. 아직 품절되지 않았다면 장서용으로 구입하시길.^^

sommer 2007-01-21 16:01   좋아요 0 | URL
'컬쳐코드'를 '오브제 a'를 통한 집단적 주이상스로 옮겨도 무방하겠네요. 여기다 그 구멍들은 다시 자본으로 귀환한다는 것, 이 지점에 '시차적 관점'의 지젝이 잠시 정박해 있는 것 같습니다.

로쟈 2007-01-21 17:14   좋아요 0 | URL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란 설명이 더 쉬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