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조금 일찍 먹고 돌아오니 책상에 작은 소포가 놓여있다. 물론 책이다(오늘도 세 개를 받았다). 아마존에서 온 걸 뜯어보니 얼마전에 소개한 바 있는 지젝의 <라캉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2007)가 들어 있다(*들은 바로는 국역본이 곧 나온다고 한다).

이미지보다 별로 크지 않은 '포켓북'이다(한동안 전철에서 읽을 책이 정해졌다!). 지난 3일에 주문을 했으니까 보름 정도 걸린 셈이다. 책값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이지만(합계 21.9불이다), '지젝'이라서 참아두기로 했다(이 시리즈의 최신간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이며 나는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했다).  

Этика психоанализа. Семинары. Книга 7. (1959-60)

이런 입문서들이 대개 그렇듯이 색인 앞에 붙은 마지막 장은 추천도서 목록이다. 라캉에 대해서라면 물론 <에크리>와 <세미나>를 읽어야 한다. 지젝의 권고는 반드시 둘다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느 하나만 읽어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게 지젝의 설명이다. 그러니까 둘을 겹쳐서, 잇대서 읽어야 하다. 사위인 밀레르가 편집하고 있는 라캉의 <세미나>는 국내에 단 한권도 출간돼 있지 않지만 불어로는 절반 이상이 출간됐으며 영어로는 1-2년의 터울을 두고 계속 번역되고 있다. 러시아어로 가장 최근에 나온 건 <세미나7: 정신분석의 윤리>(2006)이다.

 

 

 

 

지젝의 설명에 따르면 예컨대 이 <세미나7>과 <에크리>에 실려 있는 '칸트와 함께 사드를' 같은 글을 같이 읽어야 한다는 것(물론 우리로선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세미나>건 <에크리>건 번역돼 있지 않으니까. 몇 편의 글이 <욕망이론>(문예출판사, 1994)으로 번역돼 있으나 불어본 <에크리> 이상으로 읽기 어렵다(이루어지지 않는 게 욕망이라지만 라캉 읽기에 대한 욕망만큼 이를 실증해주는 게 또 있을까?). 거기에 비하면 지젝은 얼마나 경쾌하며 이해하기 쉬운 것인지!

이어서 지젝이 제시하는 최고의 2차 문헌들(지젝은 이하의 책들을 화끈하게 'the best'라고 소개한다). 몇 권은 그래도 국내에 소개돼 있어서 나의 손끝이 가볍다. 제일 먼저, 가장 짧은 최고의 입문서는 숀 호머의 <라캉 읽기>(은행나무, 2006). 그리고 라캉 임상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는 브루스 핑크의 <라캉의 정신의학>(민음사, 2002)과 다리언 리더의 <왜 여자들은 부치는 편지보다 더 많은 편지를 쓰는가?>(1996). 목록에서 내가 안 갖고 있는 유일한 책이다(몇 달전에 도서관에 주문해놓았지만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다리언 리더는 국내에 소개된 <라캉>(김영사, 2002)의 저자이다.

 

 

 

 

라캉과 철학에 대한 에세이는 조안 콥젝의 <나의 욕망을 읽어봐>(1994)와 알렌카 주판치치의 <실재의 윤리>(도서출판b, 2004). 콥젝의 책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여자가 없다고 상상해봐>와 함께 근간 예정인 것으로 안다(콥젝의 글은 <성관계는 없다>에서 읽어볼 수 있다).  

그리고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한 최고의 라캉주의적 독해는 에릭 샌트너의 <나만의 사적인 독일>(1996)과 믈라덴 돌라르의 <단지 목소리뿐>(2006). 돌라르는 알다시피 지젝의 단짝으로 지젝과 함께 슬로베니아의 이론정신분석학회 최초의 멤버 2인 중 한 사람이다. 

거기에 아직까지는 라캉에 관한 최고의 전기로 꼽히는 루디네스코의 <자크 라캉>(새물결, 2000). 이만한 분량으로는 유일한 전기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지젝에 따르면 몇몇 논란이 될 만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가장 방대한 전기적 자료를 제공해주는 책이라고.   

마지막으로 라캉에 관한 최고의 웹사이트, 는 여전히 www.lacan.com 이다.

07. 01. 19.

P.S. 지젝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건 겸연쩍은 일이었겠지만, 내가 꼽는 최고의 라캉 입문서는 물론 지젝의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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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sculp 2007-01-1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보문고는 이용안하시나요. 교보에서 주문하신 라캉책 12000원에 뜨는데요.

로쟈 2007-01-1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 땐 제가 성미가 급해서 바가지를 쓰기도 합니다.--;

에바 2007-01-1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던 페이퍼였는데 드디어 책이 도착했군요. 저는 일단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 두었는데 책이 도착한 듯 싶습니다. 추가 페이퍼도 기다리겠습니다.^^

로쟈 2007-01-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가 페이퍼는 에바님이 쓰셔도 좋을 듯한데요.^^

기인 2007-02-2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다시 라깡을 공부하게 될 수도.. 왜냐하면 다시 알튀세를 공부하게 ‰映?때문이죠. 이는 다시 제임슨을 공부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결국 그 라깡으로 간다면!!! -_-; 최대한 알튀세에서 멈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