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6년 최고의 영화 10편을 꼽으면서 1위에 올려놓은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이다. 이 노익장 감독은 지난해 태평양전쟁을 소재로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각각 10월과 12월에 미국과 일본에서 개봉되었다고 하고, 이스트우드는 평단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골든글로브 및 아카데미의 유력한 작품상/감독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단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해마다 문제작들을 쏟아내는 그의 열정이 경이롭다. 여하튼 올해 가장 주목해볼 만한 영화들 중의 두 편이 이스트우드의 작품일 거라는 예상은 해볼 수 있겠다(더불어, 영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의 과제목록이 하나 더 늘겠다. '이스트우드가 새로 쓴 역사'라고).

중앙일보(07. 01. 09) 이스트우드가 새로 쓴 역사
할리우드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77) 감독은 "역사는 승자와 패자 양쪽의 눈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통설을 단호히 거부한 그의 손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가 다시 쓰여졌다. 2차 대전 최대의 격전으로 꼽히는 이오지마(硫黃島) 전투를 미군과 일본군의 시각에서 각각 조명한 영화 '아버지의 깃발'(미.일 지난해 10월 개봉)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미.일 지난해 12월 개봉)를 통해서다.
이에 따라 이스트우드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15일 시상하는 제64회 골든글로브상에서 유력한 감독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후보 자리는 모두 다섯인데, 그는 두 영화로 각각 감독상 후보에 올라 혼자서 두 자리를 차지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일본에선 특히 '이오지마…'가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으며 연말연시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의 인간적 고민에 초점을 맞춘다. 1945년 2월 19일 미군의 상륙으로 시작된 이오지마 전투는 한 달가량 이어졌다. 양쪽 모두에서 2만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하루하루 죽음과 맞서 싸워야 했던 병사들의 고뇌도 깊었다.

'아버지…'은 고지에 대형 성조기를 세우는 미군 병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의 진실성을 추적한다. 영화에 따르면 사진은 연출됐을 뿐 아니라 사진 속 병사 중 한 명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다른 인물이다. 깃발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였다. 그렇지만 미국 정부는 세 명의 병사를 영웅으로 미화한 뒤 전쟁국채 발행을 위한 홍보요원으로 적극 활용한다. 이들은 "우릴 영웅으로 만드는 건 사기다. 진정한 영웅은 전장에서 죽어간 전우들"이라고 항의하지만 묵살된다.

'이오지마…'의 주인공은 섬 수비대 사령관 구리바야시(와타나베 겐) 중장과 말단 병사 사이고(니노미야 가즈나리)다. 원치 않는 전쟁에 조국의 이름으로 불려온 이들은 수시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띄운다. 따라서 영화는 전쟁을 미화하거나 전사자를 영웅으로 떠받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아버지…'은 다음달 15일 국내 개봉 예정이며, '이오지마…'는 아직 개봉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주정완 기자)
◆이오지마(硫黃島)=일본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100㎞ 떨어진 태평양의 작은 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일본 본토를 향해 폭격기를 띄우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미군은 이오지마 비행장을 확보한 1945년 3월부터 도쿄 대공습을 감행해 확실한 승기를 잡게 된다.(*아주 오래전이지만 나는 가장 처절했다는 이 전투를 담은 영화 <유황도>를 본 적이 있다. 이스트우드가 쓴 '다른 역사'가 기대된다.)

마이데일리(07. 01. 08) 클린트 이스트우드, 오스카 전초전 美NBR 작품상
클린트 이스트우드(76)가 감독한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가 전미비평가위원회(National Board Of Review) 선정 최우수작품상에 선정됐다. 7일(현지시간) 영화전문잡비 버라이어티, 헐리우드닷컴 등은 이 영화가 비평가위원회 선정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비평가위원회 수상결과는 아카데미시상식, 골든글로브 등에 많은 영향을 보여와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지난 2005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다. 비평가위원회 감독상은 ‘디파티드’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선정됐고 남자배우상은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의 포레스트 휘태커, 여자배우상은 ‘더 퀸’의 헬렌 메린이 뽑혔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의 최대 격전지였던 태평양의 이오지마(유황도) 전투를 그린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지난해 이 영화와 똑같이 이오지마 전투를 영화로 제작한 ‘우리 아버지의 깃발’을 감독했고 연이어 ‘아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선보였다. ‘우리 아버지의 깃발’은 미국 군인 입장에서 이오지마를 그렸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일본군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투를 필름에 담았다.

‘우리 아버지의 깃발’은 라이언 필립, 제시 브래포드 등이 출연했으며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라스트 사무라이’로 잘 알려진 와타나베 켄이 주연을 맡아 일본어로 촬영됐다.

이오지마 전투는 6명의 미국 해병대 대원이 섬 정상에 성조기를 뽑는(*꽂는?) AP보도 사진으로 유명하며 ‘우리 아버지의 깃발’은 이 사진을 모티브로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오지마 전투는 미군 2만 4800명이 사상자를 냈고 일본군은 2만명 이상이 전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이경호 기자)
07. 01.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