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차 부산에 내려가면서 가방에 챙겨넣은 책은 수전 손택의 평론과 연설을 모은 <문학은 자유다>(이후)와 제발트의 산문과 에세이 모음, <캄포 산토>(문학동네), 그리고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난다) 등이다. 예전에 읽었던 손택의 연설들을 다시 읽어보고 제발트의 책으로 넘어왔는데, 애초에 관심을 두었던 ‘역사와 자연사 사이‘라는 에세이는 <공중전과 문학>(문학동네)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그래서 눈길을 돌린 게 ‘영화관에 간 카프카‘인데, 이건 한스 치슐러(치쉴러)의 <카프카 영화관에 가다>란 책에 대한 리뷰다.
20년쯤 전에 한국어판도 나왔다가 절판된 책으로 알라딘에는 이미지도 뜨지 않아 따로 검색을 했다. 나도 나오자마자 구입했기에 어딘가에 보관돼 있을 책이기도 한데 제발트를 읽다 보니 다시금 관심을 갖게 돼 영어판도 주문했다. 제발트는 이 책을 뛰어난 카프카 연구서로 높이 평가한다. 제발트의 독자라면 이런 평가가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또 이해될 것이다.
카프카에 관해서라면 나도 꽤 많은 자료를 갖고 있는데(정작 독서를 미루고 있다) ‘영화관에 간 카프카‘는 카프카에 대한 이해와 함께 카프카와 제발트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아주 요긴해 보인다(이번 겨울에 제발트와 카프카에 대해 강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견적상 제발트의 리뷰에 대한 꼼꼼한 읽기는 영어판을 배송받은 이후로 미뤄야겠다. 이제 황현산 산문집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