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을 도배하고 있는 문학관련 기사는 노르웨이 작가 순 뢰에스의 소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문학동네, 2006) 출간과 이에 맞춰 한국에 온 작가 순 뢰에스에 관한 것이다. 이렇게만 소개하면 별 특이사항이 없는 듯 보이지만, 작가는 '지선'이란 한국이름을 가진 입양아출신이다. 노르웨이의 저명한 문학상 수상작가가 되어 '금의환향'한(그녀는 자신의 '모국'을 남편과 함께 방문했다) 또다른 '성공담'이 관련기사들의 주조이다.

작가는 <올드보이>나 <빈집> 같은 한국영화들도 재미있게 보았다고 하는데, 박찬욱 감독의 신작을 비틀어서 말하자면 '입양아지만 괜찮아'쯤 될까? 실제로 이번에 출간된 소설은 정신질환의 문턱을 넘나들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17세 소녀의 불안한 내면과 독백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작가 자신이 정신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에 바탕을 둔 작품이기도 하다고. 이래저래 흥미를 끄는 작품이다(정군님은 벌써 리뷰를 쓰셨군!).

경향신문(06. 12. 19) 입양아출신 노르웨이 소설가 고국품에 ‘책’을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쌍둥이 오빠와 함께 노르웨이로 입양됐던 아기가 30년 만에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신진작가가 돼 고국땅을 밟았다. 18일 오후 6시 서울 성북동의 주한 노르웨이대사관에서는 한국계 작가 쉰네 순 뢰에스(31·한국명 지선)를 위한 특별한 만찬이 열렸다. 2002년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인 브라게상을 받은 장편소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 한국판 출간(손화수 번역·문학동네 펴냄)에 맞춰 한국에 온 작가를 환영하고 격려하는 자리였다.

아직 앳된 얼굴의 작가 뢰에스는 “작가로서 한국을 방문하고 많은 환영을 받게 돼 기쁘다”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구사하는 언어는 강하고 색다른 뉘앙스를 갖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소재의 작품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4년간 정신병동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발표한 이 소설은 그해 노르웨이 도서상재단이 수여하는 브라게문학상 청소년 부문상을 수상했다. 1999년 발표한 ‘요코는 홀로’에 이어 두번째 작품이다.

뢰에스는 “책이 나왔던 해,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온 적이 있다”면서 “빨리 생각하고 빨리 말하고 빨리 걷는 편이어서 서울의 빠른 속도가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줬다”고 밝혔다. 또 “친부모를 만나는 게 긴장되고 즐거웠으나 그들은 죄의식 때문인지 나와 느낌이 많이 달라 당황스러웠다”면서 “이번에는 삼촌과 할머니도 만났다”고 말했다.

뢰에스는 쌍둥이 오빠 시그비엔과 함께 1976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 외스트폴의 의사부부 집에 입양됐다. 그들을 낳은 스무살의 산모는 몸져누웠고 시그비엔은 심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있는 상태였다. 집 월세보증금마저 병원비로 나간 데다 아들의 병이 국내에서는 고치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자 친아버지는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두 아이를 입양시켰다. 양부모의 영향으로 오빠 시그비엔은 의사가 됐으며 뢰에스는 간호학을 전공했다.

이들이 친부모와 연락이 닿은 것은 2001년. 일본에서 일했던 오빠 시그비엔이 귀국길에 한국에 들렀다가 홀트아동복지회에 연락하면서 친부모와 상봉했다. 다음해 뢰에스도 한국에 왔다. 친아버지는 뢰에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그는 “성장하면서 남들과 다른 얼굴 때문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컸지만 또래의 노르웨이 청소년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뢰에스의 출세작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는 정신질환의 문턱을 넘나들다 정상적인 삶을 되찾은 17세 소녀 미아가 경험한 세 계절 동안의 변화를 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린 작품이다. 쇠락의 길로 빠져드는 가을, 주인공의 절망적 상황을 생생히 묘사한 겨울에 이어 마지막 봄 부분에서는 서서히 생의 의지를 찾아가는 미아의 심리상태를 표현했다. ‘주인공이 지닌 세상과 가족, 친구를 향한 비뚤어진 시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브라게상 심사위원들은 격찬했다.



이번 국내 출간은 한국에 사는 한살 아래 여동생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언니처럼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여동생은 브라게상 수상소식을 들은 뒤 출판사에 연락해 작품검토를 부탁했다. 오는 22일까지 한국에 머무는 뢰에스는 21일 오후 3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한윤정 기자)

06. 12. 19.

P.S. 순 뢰에스 부부를 그제 한 문학상 시상식장에서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사진에 비해서 굉장히 작은 얼굴과 체구의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남편은 사진 그대로였지만...

06.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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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12-19 10:19   좋아요 0 | URL
저도 아침에 이 기사 봤어요.1면에 배치되어 있더군요.^^
도저히 기를 능력이 안돼서 아이를 머나먼 이국으로 입양시켜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땟을까 싶어요.

로쟈 2006-12-19 13:53   좋아요 0 | URL
기본적으론 국내 입양이 안되기 때문이겠죠. 입양아 수출 1위국이라니까...

sommer 2006-12-19 16:56   좋아요 0 | URL
번역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아미 탄생만으로는 모자라고 번역의 우회를 거쳐야만 고국에 기입된다는 것...아직도 귀환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이름 없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네요. 이 나라에선 실재의 귀환과 동시에 상징이 잠시 그 가능성을 엿본다는 생각까지 함께...

로쟈 2006-12-19 21:52   좋아요 0 | URL
"번역의 우회를 거쳐야만 고국에 기입된다는 것"을 일반화시키고픈 유혹은 느끼게 되네요. 그것은 인류학적이면서 동시에 철학적인 어떤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