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 많아서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몸 따로 마음 따로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뒤늦게 꼽는 이유다(그래도 10일은 넘기지 않으려고 분발심을 발휘한다). 책과 관련해서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있는 달이어서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하기야 요즘은 여름이 독서의 계절 노릇을 하고 있으니.



1. 문학예술


지난달 세상을 떠난 필립 로스를 기념하려고 한다. 다수의 책이 번역돼 있어서 그냥 최근에 나온 책들로 세 권을 골랐는데, 구애받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하반기에 로스의 대표작들을 읽는 강의를 기획해보려고 한다(<울분>과 <미국의 목가>만 강의에서 다룬 바 있다). 


 

필립 로스 전담 번역가이기도 한 정영목 교수의 소설론과 번역론이 최근에 나왔는데, 로스의 책들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최근작으로는 피츠제럴드의 또 다른 대표작 <밤은 부드러워라>(문학동네)가 있다. 몇년 전에 시공사판 번역본(<밤은 부드러워>)으로 강의한 적이 있는데, 2학기에는 새 번역본으로 강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예술분야에서는 조르조 바사리의 대작 <르네상스 미술가평전>(한길사)을 고른다. 과거 탐구당판이 이번에 다시 나왔는데, 번역과 교정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대안이 없는 게 또한 현실이다. 소장용이나 도서관 대출용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10여 년 전에 나온 평전 <조르조 바사리>(미메시스)도 어딘가 있을 텐데, 다시 찾는 것도 일이다.



2. 인문학


역사 쪽으는 김기봉 교수의 <내일을 위한 역사학 강의>(문학과지서사)와 함께 제임스 빌링턴의 <러시아 정체성>(그린비), 그리고 이훈의 <만주족 이야기>(너머북스) 등을 고른다. 각각이주제거리여서 '역사학'과 '러시아사', '만주사'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도 되겠지만, 일단은 한권씩만 읽는 걸로.


 


지역 쪽으로는 라틴아메리카 관련서들이 한꺼번에 많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2018 라틴아메리카: 세계화 시대의 라틴아메리카>(SNUILAS), <라틴아메리카 명저 산책>(그린비)와 임호준 교수의 <즐거운 식인: 서구의 야만 신화에 대한 라틴아메리카의 유쾌한 응수>(민음사)를 고른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다시 다루게 되면 필히 참조해볼 만한 책들이군. 



3. 사회과학


북미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 바야흐로 변화의 시대다(이번 지방선거도 정국 변화의 방향타가 되어줄 것이다). '창비담론 아카데미'의 공부 결과를 묶은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창비)에 눈길이 가는 이유. 책은 창비담론 가운데 부제대로 '분단체제론과 변혁적 중도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공부 주제가 두 가지에 한정될 필요는 없고 출발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분단체제와 87년체제가 과연 극복, 지양될 수 있을까. 올해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추이만 지켜볼 일은 아니고, 각자가 변화의 시대를 읽는 공부도 해야겠다. 



남북관계와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으로 박한식, 강국진의 <선을 넘어 생각한다>(부키)가 필독에 값하는 책이고, KBS제작팀의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가나출판사), 그리고 프랑스의 북한 전문가들이 쓴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세종서적) 등이 시의성 있는 책들로 참고할 만하다. 



4. 과학


좀 두꺼운 책이지만 마이클 셔머의 <도덕의 궤적>(바다출판사), 그리고 리처드 메이비의 <춤추는 식물>(글항아리)을 고른다. 의학 분야의 책으로는 반전운동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심장내과 의사 버나드 브라운 박사의 '공감과 존엄의 의료'론,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책과함께)도 덧붙인다. 본인뿐 아니라 가까운 가족을 환자로 둔 독자라면 필히 읽어봄직하다. 



5. 책읽기/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의 <강원국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가 이달에 나온다. 글쓰기의 새 기준을 마련해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독서론으로는 책을 안 읽는 현 세대를 '책혐시대'라고 부르는 김욱의 <책혐시대의 책읽기>(개마고원), 그리고 며칠 전에 언급한 클라이브 제임스의 <죽음을 이기는 독서>(민음사)를 고른다. 이 정도면 좀 비장한 독서가 되는 건가. 


18. 06. 10.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고른다. 다작의 작가여서 읽을 만한 작품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나사의 회전>이 가장 많이 읽히는 듯싶다. 헨리 제임스 입문 격으로 읽어보면 좋겠다. 나대로는 <여인의 초상>을 강의하면서 헨리 제임스의 세계에 좀더 깊이 들어가볼 참이다. 땡볕 더위가 닥치기 전에 바짝 읽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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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8-06-1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영목샘 강의 듣고 싶어요

로쟈 2018-06-13 00:00   좋아요 1 | URL
책으로 들어보셔도.

:Dora 2018-06-1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이 2학기에 강의한다구 하셔서 ..그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