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그때 거기서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고 경을 치고
그때 거기서 풍선이 날아오르고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고
당신을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너고
난데없이 폭설이 내리고
다리가 묶이고
나는 출근을 못하고
그때 거기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씀바귀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 하고
남해 바다에 뛰어들어도 좋겠다 싶고
초록빛 바다에 발을 담그고
그때 거기서도 당신은
울고불고 흐드러지던 꽃잎들 안색 바꾸고
세상은 저물어가는 석양처럼 뒷짐지고
펼쳐놓은 책은 권태를 시전하고
나는 왜 빨리 늙지 않는지 한탄하고
모든 건 그때 거기서
이별을 예감하고 재회를 예견하고
모든 일은 벌어졌거나 벌어질 운명이었으니
이건 당신의 사주이고
모두의 알리바이
그때 거기서 당신은
이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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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5-2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사진과 멋진 시입니다. 강의하러 간 곳이 바다 근처일 때가 가끔 있어요. 근데 늘 기차시간에 쫓겨서 그냥 오곤 하죠. 아내 졸라서 안면도 가자고 해야겠어요.

로쟈 2018-05-26 20:47   좋아요 0 | URL
네 남해 봄바다가 좋았던 기억이.~

two0sun 2018-05-2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 되어버렸지를 쓰시더니
그때? 거기로? 가버리셨네요
뒤져보니(마구마구)
저에게도
그때 거기서가 있었네요
끊겼으면 좋았을? 마지막 여객선 위
시커먼 인천 바다에
이인성의 낯선시간속으로를
패대기치며
괜한 화풀이를 하던
빨리 나이먹고 싶다고
스물 네살은 징글징글하다고.
(이인성의 책은 다시 샀지요.
책값에 속 쓰려하며)

로쟈 2018-05-26 20:48   좋아요 0 | URL
각자의 그때 거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