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어버렸는 걸
제목이 그렇길래 피식 웃었다
마흔은 기억도 나지 않는구나
하지만 서른은 기억하지
나이 쇼크는 그때 있었지
삼십세란 책을 선물했더니
친구는 정색하고 울상이 되었지
모두 도살장 문턱에 있는 듯싶었지
스무살에 으스대던 우리였는데
십년만에 모두 고개를 떨구었네
끈 떨어진 신세 같았지
그때는 또 세기말이 코앞이었네
무슨 생각으로 버텼던가
차라리 마흔은 두번째 스무살이었네
(오십은 이도저도 아니구나)
마흔이 되어버렸는 걸은
서른이 되어버렸지로
고쳐 읽는다
아직 한창이었지만 뒤로
가는 일만 남은 듯했던
서른살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 시절
아직 인생이 백지였던 때
나는 왜
절망이라고 적었던가
잎사귀 하나조차 아까워서였을까
나는 얼마나 오래 살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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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삼십세도 바흐만의 삼십세로 시작했다는 전설이.
정신적 임종을 맞이하는 기분이였달까~
스무살적
사십 넘은 여자도 여자일까?
내나이가 쉰살이라고 말하는 날이 존재하긴 할까?라는
망발을~
그런데 오십세가 되어버리고야 말았네요.

로쟈 2018-05-25 23:40   좋아요 0 | URL
그나마 나이인플레가 있어서 0.8곱하라는 설이.

로제트50 2018-05-2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신의 <대학별곡>을 읽으며
호기심과 들뜬 맘으로 20대에 들어섰고 초조함으로 30대 문턱을
넘었으며... 특별함 없을 40대에,
정말 특별하고 놀라운 삶이 펼쳐지더
이다...50대에 이르러 죽음이 옆에 있음을 느끼고 내가 가진 절망들이 죽음보다
낫다고, 불행을 가진 채로 더 자아를
확장시키는 그런 삶. 그러다 보니
60대가 기대됨...

로쟈 2018-05-25 23:41   좋아요 0 | URL
기대수명이 90대가 되어가는듯해요.

앤사랑 2018-05-26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각자의 인생 그즈음 같은 계기로 뭔가 잊혀지지 않은 기억을 만들었군요. 우리 모두.
저도 ‘서른 살‘ 저 책을 스무살 중반 즈음에 학교 근처 서점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가능성 중에 한 가지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책을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서른의 기억이 반갑고, 마흔을 맞이하던 기억이 떠오르고
(일단 신체 기능이 분명하게 떨어졌다는 실감이 크거든요.)
오십은 많은 의욕을 떨어뜨리겠구나 하는 막연한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이럴수가. 망할 정리벽.
혹시나 했는데, 결국 그 책을 재활용쓰레기로 버렸군요.
그렇게 재활용 되어 버린 나의 서른. ㅠㅠ

로쟈 2018-05-26 20:49   좋아요 0 | URL
네 그렇게 한시절을 보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