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어버렸는 걸
제목이 그렇길래 피식 웃었다
마흔은 기억도 나지 않는구나
하지만 서른은 기억하지
나이 쇼크는 그때 있었지
삼십세란 책을 선물했더니
친구는 정색하고 울상이 되었지
모두 도살장 문턱에 있는 듯싶었지
스무살에 으스대던 우리였는데
십년만에 모두 고개를 떨구었네
끈 떨어진 신세 같았지
그때는 또 세기말이 코앞이었네
무슨 생각으로 버텼던가
차라리 마흔은 두번째 스무살이었네
(오십은 이도저도 아니구나)
마흔이 되어버렸는 걸은
서른이 되어버렸지로
고쳐 읽는다
아직 한창이었지만 뒤로
가는 일만 남은 듯했던
서른살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 시절
아직 인생이 백지였던 때
나는 왜
절망이라고 적었던가
잎사귀 하나조차 아까워서였을까
나는 얼마나 오래 살고 있는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