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06. 11. 27) 마광수교수 “내 주제는 영원히 性이다”
마광수 연세대 교수(55·국문학)가 다시 성 논쟁의 무대에 올랐다. 개인 홈페이지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로 지난 24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것. 대법원에서 음란물 확정 판결을 받은 소설 ‘즐거운 사라’의 본문과 남녀 성기가 노출된 사진 등을 올린 데 대한 조치다.
마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 별 게 다 있는데…날 표적 삼아 ‘본때’를 보여주자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즐거운 사라’ 사건 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진전된 게 없다. 문화 민주화가 되려면 멀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25, 26일 이틀간 전화로 이뤄졌다. 대면 인터뷰는 “그럴 형편이 안 된다”는 그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음란이란 법조항이 분명한 것도 아니고 해석도 검열기관마다 제각각”이라며 “마광수를 잡는 것이 음란을 잡는 것인 줄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시정명령 통보도 없이 곧바로 경찰이 수사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은 마교수의 홈페이지가 별도의 성인인증 절차가 없어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유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교수는 이에 대해 실제로 드나드는 이용자들은 대부분 20대 이상 성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작가처럼 독자와의 대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요청에 따라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성들여 홈페이지를 관리해왔다. 자신의 시나 소설, 수필 작품은 물론 평론, 그림들까지 올렸다.
마교수는 “홈페이지에 다른 글도 많은데 전체는 보지 않고 부분만으로 문제 삼은 것이 ‘즐거운 사라’ 때와 똑같다”고 말했다. “당시 판사도 ‘10년 후에는 무죄’라고 말했다. 그걸 보고 ‘엿장수 맘대로식 재판이구나’ 생각했다”며 “재판은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의 조사 방침을 듣고 밤새워 ‘오해받을 만한 사진들’을 지운 것도 이 때문이다. 더이상 구설수에 오르기 싫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그는 “학교(재직 문제)가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당장 아주대가 27일 예정된 특강을 취소하겠다고 연락했다고 한다. 연세대측으로부터는 아직 반응이 없다. 하지만 불안하다고 했다. ‘즐거운 사라’로 해직된 후 몇년간 휴직과 복직을 되풀이한 기억 때문이다. 동료 교수들과의 관계도 껄끄러운 듯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은 외설이 아니라 ‘문화 민주화’를 향한 싸움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이미 1960년대에 성개방을 하지 않았느냐”면서 “한국이 말로만 문화강국, OECD 진입했다고 자랑하는데 검열제도가 버젓이 살아있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 민주화가 되려면 검열제도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경찰도 음란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마교수는 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논란을 불러일으키며 92년 10월 검찰에 구속됐다. 그해 1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교수직을 잃었다. 95년 대법원은 ‘즐거운 사라’에 대해 음란물로 확정판결했다.
그의 전공은 ‘윤동주 연구’. 음란물과 관련된 필화 사건의 주인공, 혹은 비타협적 프리섹스주의자 교수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 79년 윤동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연구와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올해도 ‘삐딱하게 보기’ 등 윤동주 작품 이론서를 펴냈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이다 뭐다 하며 몸의 담론이 유행하는데 외국 학자들이 이야기하면 박수 쳐주면서 내가 하면 ‘죄인’ 취급이나 하는데 이게 바로 사대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도 문화적으로 기여한 사람이다. 네일아트, 페티시즘, 피어싱은 이미 20년 전에 내가 이야기했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국 소설로는 유일하게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 ‘즐거운 사라’였다”며 “‘한류’ ‘한류’ 하면서 난리인데 잡아가지 말고 오히려 상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몸 담론의 ‘국산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그는 “89년에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책을 냈을 때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다”며 “하지만 요즘 ‘야하다’는 말은 칭찬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영원히 내 주제는 성”이라며 “문화 민주화를 위해 불합리를 타파하고 억압된 본능을 바로세우는 계몽자의 입장에 설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90년 합의이혼한 마교수는 현재 서울 동부이촌동의 집에서 86세의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이번에도 병든 어머니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전했다. ‘적당히 좀 살아라’는 야단을 들었다는 것. 마교수도 건강에 문제가 있다. 우울증과 당뇨를 앓고 있다. 올해는 위궤양으로 입원까지 했다. 하지만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
마교수는 글쓰기 외에 그림 그리는 것도 즐긴다. 한때 미대 진학을 꿈꿨을 정도로 실력도 탄탄한 편이다. 지난해와 올해 화가 이목일씨 등과 함께 전시회를 했다. 내년 1월 중순에 또다시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마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고민하는 게 또 있다. 당초 이달 말 출간할 예정이던 소설 ‘유혹’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이 소설 역시 음란물로 낙인찍힐까 두려운 것이다. ‘성인 등급 신청’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모 일간지에 연재하던 소설이 네 번 경고 끝에 중단된 이후 “더욱 겁을 먹게 됐다.” ‘억압된 본능을 바로세우겠다’는 투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김유진 기자)

경향신문(06. 11. 25) 마광수 음란물게재 혐의 입건…‘괴로운 사라’
즐거운 사라’로 유명한 연세대 국문과 마광수 교수(55)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음란물을 게재한 혐의(정보통신망법 등 위반)로 24일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마교수는 지난해 5월부터 자신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음란소설 ‘즐거운 사라’의 본문을 비롯해 남녀의 성기가 노출된 나체사진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마교수는 외설 논란을 일으킨 ‘즐거운 사라’ 파동끝에 1992년 10월 검찰에 구속됐으며 그해 12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교수직을 잃었다. ‘즐거운 사라’는 95년 6월 대법원에서 음란물 확정 판결이 나왔다.
마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10년이 훨씬 지났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의 법 기준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음란의 기준이란 것이 애매하지 않느냐. 일본 번역서들은 별 게 다 들어와서 심의를 모두 통과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해 ‘모르는 게 약이다’는 식으로 대처하는데 이제는 성도 ‘아는 것이 힘이다’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홈페이지에는 선정적인 수필 등 음란물이 담겨 있는데 미성년인증 절차없이 누구나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도 추가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교수 홈페이지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마교수는 98년 3월 사면·복권되면서 연세대에 복직했다. 그는 최근 시집 ‘야하디 얄라숑’, 에세이집 ‘마광쉬즘’ 등을 펴내는 등 작품활동을 재개했다.(김유진·임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