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봄비
라고 한 줄 썼는데
오후강의 저녁강의 마치니 비는
온데간데 없다 너는
비였나 비는 너의 과거인가
누구에게 말을 거는 것인지
나는 무얼 쓰려고 한 것인지
비와의 관계?
(그 비를 말하는 게 아님)
따져보면 없는 관계도 아니다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니고
내외하는 사이도 아니다
어느 때고 너는 비였지
너는 내렸고 나는 맞았지
걸으면서 맞았고 뛰면서도
맞았어 우산으로도 맞고
우산이 뒤집어져서도 맞았어
돌아다니면서도 맞았어
서울 대구 부산
부산에선 바람도 맞았어
그래 어제는 대전에서 맞았지
지하철역 입구에서 택시를 내리지 않았으면
쫄딱 맞았을 비였어
(이거 시야?)
커피 한잔 같이 마셔본 적 없지만
불러보고 싶었지
너라고
너는 봄비
아는 사이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렇게 우리는 지나가고
지나치고
얼굴도 모르면서 느낌으로만 중얼거려
비가 오는 것 같다고 중얼거려
네가 오지 않았을 때 섭섭하기도 했지
우산 들고 나왔을 때
너를 기다린 건가
우리는 만나도 일정이 없는 사이
어떨 땐 창밖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사이
그래도 기다린 건가
기다린 건가
그러다 한 방울 떨어지면
은근히 좋았어 비
비다
너는 비
지금은 온데간데 없는 너
혼자서 멋쩍게 불러본다
우리는 멋쩍은 사이
너는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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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듬이 들리는듯한 시~제 취향저격~~^^

로쟈 2018-05-04 17:03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