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관련 국내기사는 대부분 (1)북핵 (2)에너지 (3)테러에 집중돼 있는 듯하다. 우리의 관심과 맞닿아 있는 탓이겠다(하긴 어제는 러시아의 곰들이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기사가 뜨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가 이유라고). 예전에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에 관한 페이퍼를 올려놓은 적이 있는데, 오마이뉴스에 '러시아 에너지'의 근황에 관한 기사에 올라와 있어서 옮겨놓는다. 같이 읽어볼 만한 관련서들이 많지는 않은데, 요는 에너지 주권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 제국'은 무엇보다도 '에너지 제국'이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06. 11. 23) 에너지의 힘... 러시아가 돌아왔다

러시아가 돌아왔다. 과거의 '핵'을 버리고 신무기인 '에너지'로 무장했다. 소련 붕괴 이후 '종이 호랑이' 신세로 전락했던 과거의 러시아는 어디를 둘러봐도 없다. 소련이 붕괴했을 때 유럽연합은 언젠가 러시아가 다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올초 러시아는 유럽연합에 잊을 수 없는 새해 선물(?)을 선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가격협상 논쟁을 벌이다 급기야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가스중단은 우크라이나에 한정되어 우려했던 '비상사태'는 없었지만, 수송관이 우크라이나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때 그 의미는 분명했다.

이후 유럽연합은 해결해야 할 최선의 문제로 '에너지 독립'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렇다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게 되자, 유럽연합은 에너지 부문의 자유시장 관계를 규정하는 '에너지 헌장' 문제를 부각시켜 러시아에 대응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이외의 국가에 대한 가스 수송망 자유 이용을 위한 국제 에너지 헌장의 비준을 요구했다(러시아는 1994년에 서명은 했지만, 현재까지 비준을 하고 있지 않다).

러시아 "EU는 이중잣대를 버려라"

러시아 측 입장은 간단하다. 러시아에게는 불공정하고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비준일 뿐이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진출하면 투자와 국제화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러시아가 유럽연합에 진출하면 러시아 독점기업의 시장 확대'라는 이중잣대를 버리고 러시아에게도 공정한 기회와 게임의 룰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한 예로 최근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즈프롬은 영국의 에너지 회사 센트리카(Centrica)를 인수-합병하려다 영국정부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지난 22일 러시아 외무장관인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러시아는 에너지 헌장에 비준하지 않겠다, 이에 대해 이미 러시아는 여러 차례 밝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게 가스는 '피'와 같은, 가스 수송관은 '핏줄'과도 같은 존재이다.

한편, 세계 시가총액 톱10에 진입한 러시아 에너지 독점기업 '가즈프롬'은 인수-합병과 투자에 집중하며 에너지 분야와 가스 파이프라인 확대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가즈프롬의 올해 9월까지의 순이익은 작년보다 무려 76.6%나 증가한 약 2360억 루블(약 90억달러)이라고 한다.



러시아 '가즈프롬' 제국 탄생

가즈프롬은 유럽연합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다. 유럽연합에 약 25%의 가스(러시아 가스 수출의 약 67%)를 수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가스분쟁 사태의 중심에 서있었다. 가즈프롬의 경영진은 모두 푸틴의 최측근들이고 회사의 전략과 비전은 러시아 에너지 정책을 대변한다.

석유와는 달리 수송관을 통해 들어오는 가스는 유럽연합을 러시아에 더욱 더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가즈프롬과 발트해를 통해 독일로 들어오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미래의 안전한 가스 보급망을 확보했고 프랑스는 제2의 가스공급자인 알제리와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원자력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이끌어가는 프랑스와 독일의 이런 발빠른 전략과 책략은 러시아 가스에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과 발틱국가들에게 위기와 배신감을 가져다 주고 있다.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폴란드의 입장을 대변하듯,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러-독 가스관 사업(Nord Stream)을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독-소 불가침 조약)이라고 비꼬아 불렀다.



독-러 공동가스관 사업 = 독-소 불가침조약?

한편, 오는 24일 유럽연합 25개 회원국들은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유럽연합·러시아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그런데 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폴란드가 자국의 육류 제품에 대한 러시아의 금수조치를 이유로 유럽연합·러시아 정상회담에 보이콧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의 규정은 회원국 전원의 동의하에만 러시아와 새 협약을 체결할 수가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폴란드를 설득하는 입장이고 의견 차이로 대립하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적극 필요한 상황에서 폴란드의 돌출 행위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 폴란드의 이번 행동은 유럽연합내에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고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유럽연합의 분열과 대립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대통령 보좌관 세르게이 야스트르젬브스키는 기자회견을 통해 폴란드의 딴지를 이렇게 비꼬아 말했다. "유럽연합은 자신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로서는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은 최근 러시아의 '여기자 살해 사건'과 영국에서의 '전 KGB요원의 독살사건'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테러를 자행한다고 러시아를 비난하며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유럽연합의 이중잣대를 비난하고 있다.

중요한 건 유럽연합의 어떤 공세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에너지 국유화 정책과 강한 러시아 건설은 전세계에 '러시아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전보다 더 위협적이고 지능적인 무기를 가지고 돌아온 러시아 제국은 부활하고 있다.(정인고 기자)

06.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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