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충분히 쉬지 못한 탓인지 월요일부터 피곤 모드다. 빼곡한 강의 일정으로 주중에 휴식을 갖기도 어렵다. 5월이나 되어야 사정이 좀 나아질까. 오늘 오전에는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이번주에 포와 호손, 멜빌, 세 작가에 대한 강의를 모두 진행한다), 주로 다룬 건 유일한 장편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1838)이지만 그의 단편소설에 대해서도 개괄적으로 언급했다.

포의 단편에 대해서는 주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민음사)을 교재로 썼는데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이나 ‘황금벌레‘ 같은 작품을 제외한 주요 단편들을 수록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건 ‘검은 고양이‘나 ‘배반의 심장‘과 같이 묶을 수 있는 단편으로 ‘변덕이라는 심술쟁이‘가 빠진 것인데, 이건 쏜살문고판의 <검은 고양이>에 들어 있다(코너스톤의 전집판에는 ‘심술요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변덕이라는 심술쟁이‘는 ‘The imp of the perverse‘(1845)를 옮긴 것으로 ‘perverse‘는 ‘검은 고양이‘에서는 ‘도착적이라고 옮겨지기도 했다. 좀더 쉬운 말로 옮기면 ‘비뚤어진 심리‘ 정도다.

강의 때 이 작품을 언급하는 건 포 문학세계의 특징과 기여를 잘 짚어주기 때문이다. 그 기여라는 건 포가 ‘비뚤어진 마음‘을 발견한 데 있다. 이 비뚤어진 마음은 어깃장을 놓는 마음이고 자기파괴적인 충동이다. ‘변덕이라는 심술쟁이‘의 화자는 절벽 끝에 서 있는 장면을 예로 드는데, 우리가 느끼는 최초의 충동은 물론 안전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된다. 추락하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강렬한 유혹에 붙들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이 추락, 이 순간의 파괴가 우리가 이제껏 상상해본 적 있는 최고로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죽음과 고통의 이미지들 중에서도 가장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것이기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장 충동적으로 그것을 갈망한다.˝

그러니까 변덕이라는 건 이 파괴적이고 자멸적인 충동을 가리킨다. 이러한 충동을 기본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덕이라는 심술쟁이‘는 발표상으로는 그보다 앞서는 ‘검은 고양이‘, ‘배반의 심장‘과 같이 묶인다. 이 변덕 혹은 비뚤어짐의 형상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1864)로부터 먼 거리에 있지 않다. 다만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변덕에 좀더 강력한 실감을 부여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물론 더 발전시켰을 따름이다. 40세에 세상을 떠난 포가 너무 이른 죽음으로 성취하지 못한 변덕의 해부를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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