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아 갔다. 친구의 남편은 그 날 처음 만나는 거였는데 그는 영국인이었다. 

만나기 전에 잔뜩 긴장이 되었다. 그가 한국에서 거주한지 몇 년 된만큼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건 알지만, 친구와 친구 남편과 내가 모두 대화에 참여하려면 영어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일상적인 대화를 할만큼의 영어 말하기가 가능한가 하면, 그건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미리 친구에게 '네가 통역은 해줄거지' 물었더랬다. 그런데, 이 통역이란 것이 해주다 보면 시간차가 발생하고 통역하기 전까지는 외국어 생활자가 좀 배제되는 느낌이 좀 들어버리는 거다. 그래서 내가 직접 대화에 참여해야 세 명 동시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데, 나의 영어란...


집에 도착해 내가 준비한 선물을 내밀고 집 구경을 조금 한 뒤에 우리는 스파클링 와인을 함께 마셨다. 영어 생활자가 아닌 나는 너무나 영어를 말하기가 어색했고 그런데 말하지 않는 것도 어색했다. 분명 영어생활자가 우리와 함께 있는데 영어를 말하지 않음에서 오는 어색함.. 그래서 조금씩 영어를 쓰려고 노력해보긴 했는데, 영어는 내가 한국말을 할 때처럼 쉽게 나와주질 않았다. 머릿속에서 말하고 싶은 문장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데 그것이 영어로 제대로 나오지를 않고, 단어는 틀리고 아주 그냥 엉망진창이 되는거다. 좋아하는 작가의 얘기를 비롯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즐겁게 헤어졌는데, 다음날 오후쯤 갑자기 훅- 충격이 밀어닥쳤다.


와- 내 영어 진짜 엉망진창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나 부끄럽다. 


와 엄마, 나 영어가 너무 엉망진창이어서 쪽팔리네, 라고 말했다. 엄마는 '네가 영어로 원래 말하는 사람이 아닌데 당연하지' 라고 하셨고, 와, 나 영어 너무 엉망진창이어서 진짜 부끄럽게 짝이없네, 했더니 남동생은 '뭐 하루이틀도 아니고'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하루종일 내가 했던 말들을 복기하며 '아 이렇게 말했어야 되는데' , '아 관계대명사 써서 말하면 더 나았을텐데', '아, 좀 천천히 말했다면 어쨌든 문장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하며 후회와 후회와 후회가 찾아들었다. 아 부끄럽다. 침대에서 나올 수가 음슴... 이래서 내가 어학연수를 가려는거다. 하아-




일주일간의 운동과 전날의 과음으로 일요일인 어제는 얼마간 시체처럼 지냈다. 오전에 일어났는데 술을 많이 마셔 오는 숙취는 없었지만 뭔가 몸 상태가 되게 메롱이랄까. 몸이 지친 것 같아. 하아- 꼼짝도 하기 싫다... 그런 몸을 이끌고 나의 베란다 텃밭에 나가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고수와 바질에게 물도 듬뿍 주고 새롭게 시금치도 심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책을 샀다.



이번주엔 약소하게 세 권 샀다. ㅋㅋㅋㅋㅋ
















[로봇 드림] 도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시사인을 보다가 담아두었다.

[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는 표지 정말 예쁘지 않나요? 아주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고 그래서 금세 다 읽어냈는데 뭐 딱히 좋진 않았다.



자, 그러면 약소한 책탑으로 인한(응?) 특별 이벤트!!



자, 내 친구는 남편과 나 사이에서 서로 못알아듣는 부분 통역도 해주면서 만나보니 느낌이 어떻냐고 묻기도 했다. 나는 너의 남편이 참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나보니 굉장히 선량한 느낌이었던 거다. 그렇다면 내 친구의 남편은 나를 처음 본 소감을 뭐라고 말했을까요?


가장 먼저 맞히는 한 분에게 3만원 이하 원하는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힌트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쩌면 아주 쉽게 맞힐 수 있기 땜시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답자 발표는 정답자가 나오는 날 하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고고씽, 달려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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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29 16:27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은 영어 정답자!!

잠자냥 2024-04-29 16:28   좋아요 1 | URL
ㄲ ㅑ ㅎ ㅏ ㅎ ㅏ ㅎ ㅏ ㅎ ㅏ ㅎ ㅏ🤣🤣🤣🤣🤣🤣🤣🤣🤣🤣🤣😭😭😭😭😭😭

독서괭 2024-04-29 16:30   좋아요 3 | URL
뭐죠 안 본 사이에 무슨 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4-04-29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분 영국사람 아님!
ㅋㅋ
mbti로 말하는 거 보니 ㅎㅎ

이게 한 문장 달다보면 계속 하게 되네요 ㅋㅋ

라파엘 2024-04-29 17:25   좋아요 2 | URL
영국인이라고 해서 너무 영국인 입장에서만 생각했네요. MBTI부터 말하는 거 보니, 그냥 한국인... 😭

다락방 2024-04-29 22:05   좋아요 2 | URL
네 맞습니다! 한국인이나 다름 없어요 ㅋㅋ 저한테 말걸때 한국어로 묻고 또 대답하는데 저는 영어로.. 해보았습니다. 흠흠. 앞으로도 저의 영어 시도는 계속됩니다. ㅋㅋ 아 영어 진짜 뭐지..
아무튼 그는 한국의 엠비티아이를 아는 한국인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04-29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영국인 남편분이 갖고 태어난 언어 권력이라는 게 머리를 떠나질 않네요.. 내 와이프의 모국에 가서 살면서도 그 나라말이 아닌 나의 모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심지어 그 나라에 사는 현지인이 자신의 모국어에 능통하지 않다는 후회나 자책아닌 자책을 하게 만드는 그 엄청난 언어의 권력..

다락방 2024-04-29 22:09   좋아요 1 | URL
오 아니에요 달자 님. 제가 오해하게 썼나봐요. 대부분은 그가 한국어를 했어요. 저에게 말걸 때 한국어로 하고 제가 질문하면 한국어로 답했어요. 아마 제 영어 실력보다 나았을 거에요. 그러다 통역이 필요해진 순간이 오곤 하니 음, 내가 영어로 해보자 이렇게 된것입니다. 다만 제가 영어에 대해서 너무나 오래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 내 영어 엉망진창이다 생각하게 된거고요. 그렇지만,

영국인이 가지고 태어난 언어 권력이 있는 건 맞죠.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굳이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외국에 가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장착된 언어의 권력이 있는건 맞죠. 달자 님 댓글 읽고 생각해보니 제가 그렇게나 오래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결국 권력에의 욕망인가? 싶어지네요. 그것을 권력에의 욕망이라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건 아니야!‘라고 말하진 못하겠네요. 흐음..

달자 2024-04-30 06:33   좋아요 1 | URL
오오 그랬군요 제가 혼자 흥분(?)해서 그 영국분을 졸지에 파렴치없는 사람으로(…)만들어 버렸네요 그 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들이 영어 실력을 갈망하는 건 권력에의 욕망이라고 하기엔 .. 영어가 정상언어라고나 할까요, 그저 불평등한 숙명..을 타고난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론 아닐까요? 영어가 기준인 세계에서, 백인이 기준인 세계에서, 남성이 기준인 세계에서, 다 일맥상통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다락방 2024-04-30 12:40   좋아요 2 | URL
맞아요, 달자 님. 인간은 백인 남성이 기준이고 언어는 영어가 기준이죠. 늬들만 하냐? 나도 하겠쒀! 제가 영어를 조만간 마스터하도록 하겠습니다. 으르렁-

잠자냥 2024-04-30 13:32   좋아요 1 | URL
파렴치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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