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깐, 어제 2010년 좋았던 책들을 추려 보았고,
어제의 기분은 꽤 안 좋았지만 ( 그러니깐, 휴지통 같고, 늙은 말 같았으니깐, 결코 좋은 기분 근처는 아니였을꺼잖아)
오늘은 밤을 새도 피곤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부케 만들면서 지적 받을 일에 좀 쫄았던 것을 제외하면 아주 기분이 좋아서 룰루랄라였다.  

그래서, 나는 밥과 잠과 꽃을 미루고, 이렇게 학원 다녀오자마자 알라딘에 접속하여 2010년 내맘대로 강력 추천 10권을 꼽아볼까 한다.... 했지만 .. 잠과 밥과 꽃에 미뤄진 페이퍼를 이렇게 아침에 다시 연다.

여러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추천 페이퍼에 많은 추천 부탁드립니다~    

순서는 최근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는 추천입니다.
책의 내용이나 리뷰는 각 코멘트 아래의 리뷰 링크 참조. 좋아하는 책들에 대한 좋은 리뷰들이니 (제가 제 리뷰 좋다고 한다고 막 돌던지고 그러시면 안되구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리뷰 링크도 클릭~

1. 사사키 조 <폐허에 바라다>                         

2010년 제 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난 딱히 나오키상이 취향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 책을 남들도 좋아할까. 싶을 때, 나오키상은 좋은 기준이 되어 준다.  

나는 챈들러를 필두로 한 하드보일드를 좋아하고, 에드 맥베인 이하 경찰소설들을 좋아한다. 사사키 조는 '경찰소설' 베테랑이다. 또 다른 경찰소설의 대가, 요코야마 히데오가 떠오를지도 모르지만, 요코야마 히데오는 휴머니즘과 조직사회를 드러내는 데 강점이 있고, 사사키 조는 시대와 하드보일드 주인공에 강하다. (사사키 조의 책은 이 번이 두 번째라 뭐라 평가하기 이른감이 있긴 하다.)  

그런고로, 나는 요코야마 히데오를 재미나게 읽지만, 사사키 조의 이 책에는 그야말로 환장한다.  

이 책은 여섯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은 센도 타카시라는 휴직중인 형사다. 센도 캐릭터는 내가 본 한 과거 어떤 미스터리에서도 보지 못했던 캐릭터다. 낯 익으면서도 낯설다. 그가 휴직중인 이유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피해자가 더 생기고, 범인이 죽는 일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단편에서 간간히 나오는 그의 과거 이야기는 마지막 단편에서 어떤 일인지 마침내 드디어 나오게 된다.  

범죄에 쿨한, 범죄를 동정하는, 범죄에 분노하는 경찰/탐정은 있었지만, 범죄에 상처 받는 탐정이 과거 있었던가?  
피해자에 동정하고, 가해자를 미워할 수는 있고, 사사키 조는 감정을 절제하여 사건과 관련 인물들을 보여주지만, 그 지독히 절제된 감정의 무게가 싸늘하고, 묵직하다. 그 싸늘하고 묵직한 그것을 녹이는 것이 바로 '센도 타카시' 인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을 읽으라고 쉬이 건네기 뭐하다. 나에겐 큰 울림이었는데, 남들에게도 그런가. 싶은 밍밍한 줄거리들일 수 있어서 말이다. 여튼, 나에게는 올해 읽었던 가장 좋았던 책 중에 한 권으로 당당히 첫번째로 올릴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도 좋은데, 표지도 좋아요!  

* 리뷰 ' 나오키수상작, 그 명성에 걸맞는 걸작 추리 단편집'  

 2. 오경아  <영국 정원 산책>                                   

 사실, 우리나라 저자가 쓴 이런류(?)의 소설에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다.
 다만, '영국 정원'이라는 특이한 주제로 책까지 쓸 정도면 내용이 어떻든 좀 사 줘야 하는것이 아닌가. 생각하긴 했다. 

왠걸, 내가 이런류(?)의 책에서 바라는 전문성, 글솜씨, 사진, 저자의 심성 등이 죄다 마음에 들어서, 이게 왠 좋은 책이냐. 했던 책이다.   

영국 정원 따위에 손톱만큼도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초록이 가득한 책장에 눈과 마음이 편안해 진다. 간간히 끼워져 있던 눈雪과 물의 풍경이 겨울이 되니 더욱 와닿는다.  

그녀는 가든디자이너이고, 영국에서 가든 디자이너를 전공하였다. 한국에 오면 .. 할 일이 있을까?? 이 책을 찬찬히 다 읽고 나면 글쎄..  

『영국 정원 산책』은 ‘당신에게 정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이기도 하다. 이 책은 치유(Healing), 의미(Meaning), 유행(Fashion), 위대한 완성(Great Perfection), 사람들(People), 디자인(Design), 사랑(Love), 방문(Visiting), 이렇게 여덟 개 장으로 나뉘어 있다. ‘내게 정원은 이것입니다’라는 대답에 포함될 8개의 키워드가 각 장의 제목이 되었다. 

정원이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특별하지 않은 것을 특별하게 여김으로써 특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깐, 그것은 그렇게 먼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낯익고, 가까운 무언가. 라는 거다.  

* 리뷰 - '영국식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3. 로버트 실버버그 <SF 명예의 전당>     

이 작품집에 어떤 사족을 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떤 분야건 간에 매니아와 전문가.. 매니아이자 전문가인 사람들에 의해 뽑힌 작품집은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는 딱히 SF 매니아는 아니지만 ( 사기만 사고, 잘 읽지는 않는다.) 이 작품집은 장르를 넘어서는 오래오래 남을 '레전드' 작품들로만 꾹꾹 채워져 있다.  

이 작품은 좋고, 이 작품은 별로고.. 요런 멘트조차 불가하는 작품집이다. 책 표지에 떡하니 SF라고 써 있지만, 장르를 넘어서는 소설, 이야기, 철학, 꿈과 희망과 절망을 모두 담고 있다.  오멜라스는 웅진의 임프린트 출판사로 꾸준히 안 팔리는 SF 작품들을 내 주고 있는데, 나는 사기만 한다 'ㅅ' 책을 잘 만든다. 단단하고, 예술적으로다가. 이 책 역시 SF 명예의 전당에 걸맞는 만듦새이다. 올해 출간된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로저 젤라즈니의 중단편집이 나달나달했던걸 생각하면, 이 책이 오멜라스에서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4. 스콧 슈만 <사토리얼리스트>                                  

사토리얼리스트는 자주 가는 블로그 중 하나긴 했지만, 거리 사진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니깐, 그게 블로그의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정수를 (그러니깐, 정수라는게 있다면 말이다.) 지나치는 것 역시 무지 쉽다.  

사진집의 경우 원서를 선호하지만, 이 책은 번역본의 퀄러티도 훌륭하다.

이 책이 '좋은 스트릿 패션 사진집'이라서 탑12에 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패션이라는 것은 '소비'와 뗄래야 뗄 수 없지만, 여기서 '패션'은 '자기 표현', '자기 주장', 나아가서 '자기 실현'에 가깝다. 책에서 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의 세계관을 알게 되었고, 공감한다. 멋진 여자 사진은 많은데, 멋진 남자 사진은 잘 없어서. 라는 이유 또한 환영한다.

개성과 다양성,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 준 단지 '좋은 스트릿 패션 사진집'을 넘어서는 책이다.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올해 쓴 리뷰중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포토리뷰가 아니였나 싶다. 현재 74개 ^^a  

* 리뷰 - 'Express yourself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   

 

 

 5. 크리스토퍼 맥두걸 <본 투 런>                              

멕시코 오지에 사는 타라우마라족의 이야기이다. 달리는 민족. 저자인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AP 종군기자이기도 했고, <맨즈 핼스> 의 객원 편집자이며, 이 밖에도 <에스콰이어>, <맨즈 저널>, <뉴욕 타임즈> 등에 스포츠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달리기 예찬자인 그가 왜 신체공학이 발달하고, 각종 기능성 운동화는 비싸지는데, 발,다리의 부상은 끊임없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고, 취재 중 어느 잡지에서 본 달리는 민족, 타라우마라족을 알게 되면서 '달리기 위해 태어난' 인간에 대해 고찰하는 이야기이다.  

재미있고, 유익하고, 신선하며, 신기하고!, 독자에게(그러니깐,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책이다. (비싼 운동화 필요없다! 없다!)

엄청나게 동네방네 이 책 선전 하고 다녀서, 순위 안에 있지도 않던 책이 인문학 베스트셀러 판매 순위에 올랐다는게 자랑. 좋은 책은 마구 권해도 벌받지 않아요 - 추천 받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피드백도 많아서, 추천한 보람도 있었던 책.  

사실, 요즘, 달리기던 걷기던 운동을 다시 시작해보려는 시점이라, 새삼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  본의 아니게(?) 선물 받아서 비싼 운동화는 두 켤레나 생겼다만.  당연히 단순히 달리자! 는 책은 아니다. 인류학, 고고학, 민족학, 생체역학(?), 사회학, 나쁜 나이키학 ... 응? 무튼, 다양한 분야를 시종일관 재미나게 다루고 있고, 저자의 글발 또한 대단하지만, 편집자 또한 누구신지 몰라도 대단해서, 짜임새 있는 편집으로 머리와 가슴에 쏙쏙 들어오는 글이다.  

* 리뷰 - ' 우리는 모두 달리는 사람이다'  
페이퍼 - http://blog.aladin.co.kr/misshide/3707739
            http://blog.aladin.co.kr/misshide/3712434  

 

 

6. 누쿠이 도쿠로 <우행록>                                      

아마 내 서재를 자주 찾는 분이라면, 내가 이 책을 좋아한 것 까지는 알아도 2010 탑12에 추천한 것은 좀 의외이리라. 이 책은 대 놓고 재미있는(나쁜 뜻으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내 기준에 반전도 뻔하고, 쓸데없이 자극적이다. 그렇게 많은 분량도 아니라서 훌훌 읽어낼 수 있다.   

근데,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 인간의 우행. 자신의 입장에서밖에 말할 수 없는 어리석음. 결코 진실에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은 각각의 시점이 좀 무서웠다. 이해하지만, 이해인지 체념인지 확실하지 않고.  

 

* 리뷰 - '타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7. 다카무라 가오루 <마크스의 산>        

겨울이 오니, 다시 그 산에 오르고 싶다. 다카무라 가오루의 글은 쉬이 읽히지 않는다. 미스터리 소설 꽤나 읽는 독자들도 <황금을 가지고 튀어라>를 읽다 만 사람들이 많은 정도다. <리오우>는 호오가 갈리는 주제와 스케일을 가지고 있고, 미스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마크스의 산>이 드디어 출간 되었을 때,  

다카무라 가오루의 전작을 읽고 생겨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상태에서도 기대가 컸더랬다.   

다카무라 가오루라는 작가의 글이 워낙 독보적이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마크스의 산>에 나오는 7계의 이야기, 경찰들, 그리고 범인, 피해자, 가해자의 이야기.. 읽는 내내 식은땀이 흘렀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이 책이 앞으로도 오래오래 나와 함께 할 책임을 알 수 있었다. 어둡고, 우울해서, 읽고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알아서 읽으시길, 혹은 읽지 마시길..  

* 리뷰 - ' 그 산에서 무엇을 보았나'   

 

8.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정신분석학자, 살아돌아온 자 .. 빅터 프랭클의 책이다.  
리뷰에도 썼지만, 원제는 Men's Search for Meaning :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 다.
수용소, 죽음 이런 단어에 주눅들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수용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거나 한 건 전혀 아니니깐.  

빅터 프랭클이 정신분석학자로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활을 관찰한 이야기가 주이다.
때때로 소름끼치게 담담해서, 그 곳이 '죽음의 수용소'라는 것을 잊게 만든다.  

사지이건, 사지가 아니건, 인간이 이루고 있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그 맥락을 같이 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널리 알려진 개념인 정신분석학, 혹은 미국의 정신분석학과는 다른 유럽식 정신치료의 일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 것이 행복을 강요하는 불행을 비정상으로 단정짓고, 우울 등의 많은 심리의 파도를 모두 병으로 규정하는 미국식 정신치료에 대응하는 것이어서 새로운 세계를 엿 본 것 같았다.   

* 리뷰 - ' 하루하루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당신에게 권하는 책'

 

9. 크리스 앤더슨 <프리>                                     

<롱테일 법칙>의 크리스 앤더슨의 책이다. 경영경제마케팅 책들에서 주구장창 인용되는 '롱테일 법칙' . '프리' 역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크리스 앤더슨의 '프리'로 주구장창 인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쭉 인용될 것이다.  

'프리', '공짜'에 대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책이다.  

아이디어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던간에 '프리',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 리뷰 - '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공짜의 법칙'

10번째 책은 12월에 남겨둔다.  

12월에 변변한 작품을 건지지 못한다면,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후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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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이 2010-11-24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제가 올해 책읽기도 리뷰도 게으름을 부리긴 했지만,
읽은 책이 한 권도 없어요!!!
게다가, 표지가 눈에 익은 책도 <청춘의 독서> 달랑 한 권 뿐이에요.
이럴 수가!!

하이드 2010-11-2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매니아틱한 책들을 추천했나봐요. 얼추 장르 소설이 반인걸요. ^^
리뷰를 안 써서 빼 먹고 있었는데 <달링짐>과 <메멘토모리>, <작가수업>도 무척 좋았어요.

Joule 2010-11-2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탑 텐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일단 집었어요. <마크스의 산>도 눈여겨 보려구요. 근데 일본 소설 저랑은 안 맞는 걸까요. <영원의 아이>도 지인이 입에 침이 안 아깝게 격찬해서 읽어봤는데 꽤 가슴 아픈 '그냥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제가 마음이 좀 동하기라고 한 건 미시마 유키오와 하루키 정도였던 것 같아요.

올해 하이드 님은 마크스의 산을, 줄모 양은 마의 산을 올랐군요.

하이드 2010-11-2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줄님도 좋아할꺼라고 생각해요. 영원의 아이나 마크스의 산이나 위의 폐허에 바라다, 우행록도 마찬가지구요, 소설이란건, 그 속의 이야기나 인물들을 읽는 건 아주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내가 좋은게 남이 안 좋더라도 하나도 안 이상해요.

토토랑 2010-11-2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 제가본건 마지막 휴양소~ 한권 뿐이네요 ^^:;;

summit 2010-11-2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orn to Run 주문했습니다. 요즘 runner's high에 흠뻑 빠져 사는 중입니다^^

moonnight 2010-11-25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책을 사재놓은데도(읽지는 않지만!!!;;;) 여전히 하이드님의 서재에는 제가 갖고 있지 않은 책들이 ^^;
즐거운 마음으로 몇 권 찜합니다. 벌써 올해의 결산이로군요.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bondandy 2015-08-1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투 런> 빌려 읽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사서 봐야겠습니다 :-)
 
블랙 아이스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2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책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늘 재미있다. 마이클 코넬리만이 만들어내는 그 분위기에 120% 빠져들고 만다. (일단 지금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꽤 많은 책이 이미 번역되어 나왔음을 두고 볼때, 이 120%는 꽤 크다.)  

이번에 나온 <블랙 아이스>는 해리 보슈 시리즈 2편이자 오래전 나왔던 동명의 책의 재출간이다. (예전 책이던, 원서던 읽었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나게 읽었다.)  

말로 등이 세상에 부유하는 느낌의 하드보일드라면, 보슈는 요지경 세상을 밀어 내며 고독한 페이소스를 뿜어내는 도시라는 정글 속의 한 마리 외로운 짐승 같다. 그 짐승은 대부분 고독하고, 행복하지 않지만, 건성으로, 때론 열렬하게 사랑을 하기도 한다.  이 작품 속에 나오는 보슈 집 앞을 찾아 오는 코요테 한 마리, 보슈가 이름 짓길 timid(겁돌이 .. 다른 번역은 없었나요?!) 그 코요테는 보슈의 또 다른 모습이다.  

마약 이야기이다. 블랙 아이스에는 두가지 뜻이 있다. 아이스라는 마약의 신변종으로 검은 타르를 섞어 만드는 저질의 효과 좋은 멕시코 원산의 마약을 블랙 아이스라고 부르고, 또 하나의 다른 뜻은 죽은 경찰관의 아내인 실비아가 이야기해준다. 겨울에 비가 오면 아스팔트 위에 얼은 얼음을 블랙 아이스라고 하고, 그것은 보이지 않는 큰 위험.을 뜻한다. 이거나 저거나 다 맞다. 조심해야 한다.  

한 마약반 경찰의 자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1편에서 본청 강력반에서 헐리우드 경찰소로 좌천된 보슈는 최고의 사건해결율을 가지고 있다. 가장 저조한 사건해결율인 포터의 사건들을 리뷰하여 해가 가기 전에 한 건 이상 해결하여 50%에 한 건 모자라는 헐리우드 경찰소의 사건 해결율을 반타작 이상으로 올릴 것을 명 받는데...  

포터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자살한 걸로 알고 있었던 마약반 경찰 무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 것이라는 단서들이 나온다. 무어와 포터의 파일에 있는 사건들, 그리고 경찰을 그만두겠다는 포터까지.. 그건 다 우연일 수가 없고, 보슈는 이 냄새나는 사건 깊숙히 코를 묻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예상치 못한, 혹은 예상대로라도 놀라운 반전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그 반전은 반전의 놀라움뿐 아니라, 아이러니한 세상, 딜레마의 세상, 잘 해보려고 할수록 잘 안 되는 세상에 휘둘리는 인간군상까지 드러낸다.  

분명 두 번째 읽는 거긴 한데, 새삼 알게 된 사실 몇가지. 해리와 미키 할러는 이복형제였다는 거.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  

엘에이와 멕시코를 오가며 강력반과 헐리우드 경찰소의 상관들을 무시하며, 자신만을 믿고, 자신의 눈만을 믿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나가고, 사건을 해결하는 보슈의 모습은 늘 흥미롭다. 순서를 뒤죽박죽 읽어서, 보슈가 경찰 때려치고, 형사가 되는 아홉번째 시리즈인가를 먼저 보았지만, 그 중간에 아직 경찰물이 다섯권 이상 남아있고, 랜덤에서는 다 내 줄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에겐 형사가 더 어울리긴 하지만, 경찰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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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다이어리도 왔는데! 늘어지고 있다. ㅡㅜ 몸이 늘어지라고 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쨌든, 이번 주 부터 시작한 다이어리의 한 페이지를 아직 넘어가지 않았으니, 계획했던 일을 토요일, 일요일 주말동안 하기로 맘 먹어본다.  

다이어리는 그러니깐, 매일 매일 푸시해주는 기특한 존재라고 해두자. 계획을 하고, 못 지키면, 날짜가 지나서라도 지키고, 작심 삼일이면, 사일째 되는 날 또 하나의 계획을 세워주리라.  이제 첫주지만, 다이어리와의 궁합은 오케이 -  

몇시간 있다가 친구랑 꽃시장 가서 올 겨울 크리스마스 소품쇼핑 할꺼다. 내 경우에는 아이쇼핑이겠지만. 그리고, 더 플라워 과월호 주문했던거 다 들고 친구집 가서 음식 주문하고, '배깔고' 더 플라워 보며 수다 떨며 주전부리 할 예정. 아, 낙낙한 주말이여~  

 

 

 

 

 

 

 

켄 폴릿의 <대지의 기둥>을 다 읽었다.

대하소설 얼마만이냐! 하기에는 기간이 짧고, 스케일이 그렇게 크지 않긴 하지만, 근래 읽은 소설 중에는 대하소설급 스케일이라고 하겠다. 지루한 부분 없이 재미있고, 짜릿하다. 최종 결말 직전 이야기에서는 대하소설급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의 반전이 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두고두고 남는 부분이다.  

이 책은 '대성당 만들기'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중심 인물은 실용주의자인 수도원장 필립, 대성당 건축 책임자 톰.이다. 그 둘을 둘러싸고 수도원 식구들, 톰의 식구들, 필립과 톰을 죽도록 괴롭히는 윌리엄 백작과 웨일런 부주교의 대립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구 열광하며 추천할 정도는 아니지만, 재미있었다. 주말에 와인 한 병 옆에 두고 홀짝이며 읽고나면 .... 즐거운 월요일.

드라마도 유명하던데, 딱히 드라마를 찾아보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다.  

로버트 실버버그 편집의 SF 명예의 전당

65년인가 이전의 SF 레전드 단편들을 모았다. SF 작가들 대상으로 투표. 가장 좋아하는 작품 뿐만 아니라, 그 후의 SF 소설들에 크게 영향을 끼친 작품들을 뽑았다.  

뭐라고 코멘트 달기가 민망할정도록 에센스 오브 에센스 오브 에센스다. 다 읽고, 후딱 다시 읽고 싶은 단편들도 많고, 어느 하나 빼 놓을 수가 없는( 당연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명한 단편들이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지. 레전드. 명예의 전당.  

웅진의 임프린트 출판사 오멜라스는 책을 참 멋지구리하게 만든다.  

근데, 1권은 그냥 책끈인데, 2권은 쪼금 더 비싼 리본 책끈이네요? ^^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알찬 SF 고전 단편 정수와도 같은 작품들을 이렇게 멋지게 포장해서 내 놓은 오멜라스를 생각한다면, 책값은 정말 진심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조금도 아깝지 않고, 전혀전혀 비싸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수준 높은 SF 소설들은 철학소설들을 방불케 하는 인류에 대한 철학들을 '재미나고' , '기발하게' 포장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서, 각 단편들은 정독을 하더라도, 바로 첫장으로 돌아가 두 번째로 정독할 때, 전혀 새로운 느낌, 혹은 몰랐던 부분을 계속 새록새록 알게 된다.   

 요코야마 히데오 <얼굴>을 읽었고..
드라마로 먼저 봐서 그런지, 주인공인 미즈호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나카마 유키에의 얼굴이 대입되고 ..  종신 검시관 이야기 같은 것도 좋지만, 은어같은 신입 여경의 좌절과 성장 이야기 같은 것도 무척 좋다.  

그간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 중에선 (많은데, 꾸역꾸역 다 읽었다.)
<제 3의 시효> 정도나 좋았는데, (다른 작품들도 괜찮았지만, 작가를 좋아하긴 하지만, 추천 한다면 이 작품 정도였다)

<얼굴>도 좋은 단편집이다. 이 두 권이 아마 요코야마 히데오 번역본 중에선 제일 맘에 들지 싶다.  

 

 윤대녕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약간 밖에 기대 안 했는데, 읽는게 너무 괴로워서 언제 포기하고 던질지 모르겠다.  

윤대녕의 소설, 아마 <대설주의보>가 마지막이었던듯.

그의 책을 읽으면 여행가고 싶어지는 좋은 감정이 들긴 하지만,  

늘 너무 과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럴듯한 문장, 표현들이 '너무' 많아서, 읽기 피곤하고, '그럴듯하네' 정도에 그치고, 와닿지도 않는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현란한 글발과도 거리가 멀고, 진솔한 에세이도 아니며, 그 사람의 매력이 글에 묻어나 반하게 되어 버리고 마는 그런 글도 전혀 아니다.   

하도 실망스러워서, 에세이는 다 뷁!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혹은 글모음 들을 찾아보니, 있었다.  

김갑수의 글은 대충 다 좋았고, 약간 반하기까지 했더랬다.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의 글도 의외로 좋았어서 선물도 많이 했었고, 에 또... 에 또...  싫었던건 .. 얘기 안할랜다.  

 마이클 코넬리 <블랙 아이스>  

재미있는 소설 대표로 가져 왔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눈도 침침하고, 책장도 잘 안 넘어간다. 하지만, 곧 재미있어 질꺼임.  

 

... 마이클 코넬리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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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1-2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지의 기둥은 참 재미있어요. 오래간만에 읽는 스케일 큰 이야기이기도 했구요. ^^
 

교고쿠 나쓰히코 <웃는 이에몬>  

이게 뭔가요, 맘의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교코쿠 나쓰히코의 책이 나왔습니다.
 

요쓰야 괴담’은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유명한 괴담이다. 요쓰야 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라 요쓰야 괴담이라고 부르며, 요쓰야에는 원혼을 달래기 위해 세웠다는 ‘오이와 이나리 사당’도 실재한다. 괴담의 내용은 간단하다.
다미야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온 이에몬은 마음이 변하여 일방적으로 아내 이와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이 일 때문에 이와는 광란하여 행방불명된다(혹은 이웃 이토 집안의 처와 통정하여 이와를 독살했다고도 한다). 그 후부터 다미야 집안에는 변괴가 계속되고...  

 

라는 이야기. 괴담 시대물 러브스토리 .. 교고쿠 나쓰히코 버전 .. 정도 되려나요?
북스피어 표지 늘 신경 많이 쓰고, 책도 말끔하게 만들긴 한데, 작가고, 장르고 다 비슷비슷해서 좀 질린다. 교고쿠 나쓰히코는 왠지 손안의 책에서 나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반양장 양장 표시도 안되어 있네. 양장이면 좋겠어요.  

가즈오 이시구로 <녹턴>  

민음 모던 클래식에서 벌써 세 번째 소개해주고 있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다.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가지 이야기' 라는 멋진 부제가 붙어 있기도 하다.  

 

음악을 문학 속으로 끌어들여 절묘하게 녹여 낸 이 작품은, 크루너 가수가 부르는 나직한 세레나데부터 할리우드의 호텔 방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베네치아의 광장을 메운 첼로의 「대부」 테마곡까지 음악이 흐르는, 사랑과 세월에 관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다섯 악장으로 이루어진 음악 작품처럼 통합적으로 구상”(《옵서버》)된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음악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인생에 대한 성찰이 빛을 발한다.
 

 음악+ 문학을 크게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즈오 이시구로의 '단편' 이라는 건 좀 궁금합니다.  

최갑수 <잘 지내나요, 내 인생>  

... 김갑수인줄 알고 클릭했다. 여행작가 ..인가?
미리보기에 있는 그림자 셀카가 있는 책 따위는 정말 질색이지만,

이왕 클릭한거 목차도 보고, 책속에서도 봅니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 <서른과 마흔 사이> 중에서
  

스무살도 이용하지 말고, 서른살도 이용하지 말며, 서른과 마흔 사이도 이용하지 말란 말야! 라고 투덜거리지만, 약간 공감 가는 글이기도 합니다. 소녀 감성 돋는 저 표지는 또 뭐람, 아저씨 작가면서. 라고도 투덜거리지만, 살지도 모르겠네요. 

시오노 나나미, 안토니오 시모네  <로마에서 말하다>  

영화에 죽고 못 사는 모자의 이야기라는데? 아, 모자 중 모의 시오미 나나미는 그 시오노 나나미가 맞다. 옛날스런 구매력 떨어뜨리는 표지는 실물로 보면 좀 나으려나?  

목차의 제목은 영화 에세이를 사지 않은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09 마스트로얀니는 왜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가 121
10 인기 많은 남자의 두 가지 타입 131
11 스파르타식은 왜 사람을 매료하는가 139
 

  • 이런거.. 좀 재미있을 것 같지요?  

앤 패디먼 <리아의 나라>  

그 앤 패디먼은 맞는데, 표지가.... 내용이... 

『리아의 나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머세드 지역에 위치한 소수민족 구역에 사는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인 앤 패디먼이 9년 동안 끈질기게 취재하여 집필한 실화이며, 아이를 사이에 두고 몽족 부모와 미국인 의사들이 벌이는 문화적 충돌을 세밀하게 그린 탐사 저널리즘 문학이다
 

라고 합니다. 솔직히 흥미를 끄는 주제는 아니긴 한데, 저자가 앤 패디먼이다보니, 슬쩍 한 번 사볼까 싶기도 합니다. 역시, 표지는 옛스럽네요.  

 

 부록으로 찜한 12월 잡지 두 권  

 
 코스모폴리탄의 바셀린 립케어 ( 많지만, 립케어는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므로..)  

나일론의 홀리데이킷 (에뛰드 매니큐어 3종 레드,그린,골드 + 홀리데이 머리띠?) 은 그렇게 땡기진 않지만,  

나일론 잡지를 좋아해서 일단 넣어봤습니다. 한 권만 산다면 코스모폴리탄, 두 권 산다면 나일론까지.. 뭐 이렇게  

 

 

그 외 관심 신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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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11-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도 이용하지 말고, 서른살도 이용하지 말며, 서른과 마흔 사이도 이용하지 말란 말야!"

멋진 말이에요. 다른 작가들이 혹시라도 이 문장 훔쳐가면 어떡하죠. 자물쇠 채워둬야 할까봐.

근데, 을유에서 나온 폭풍의 언덕 저 안 어울리는 생뚱맞은 그림은 뭐랍니까. '폭풍의 언덕'이라는 근사한 우리 제목 놔 둬고 웬 '워더링 하이츠' 좀 어처구니가...

하이드 2010-11-1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폭풍의 언덕이 워낙 오역이어서 그런거라고 줄줄이 설명해 두었던데요? 전 워낙 읽은지도 오래되고, 어릴 때 읽어 가물가물한데, 워더링 하이츠 이번에 펭귄 클래식 하드백으로 사두기도 했고, 을유의 워더링 하이츠와 민음사 집에 있는 폭풍의 언덕과 비교해서 한 번 읽어볼까 해요. ( .. 리뷰 기다릴께요 .. 반사! 계획이 그렇다구요 ^^)

책 만드는 작가도 그렇고, 방송 만드는 작가도 마찬가지로 이용하지 말라! 말라! 말라! ㅎㅎ

Joule 2010-11-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그린 케이블즈나 하워즈 엔드처럼 워더링 하이츠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군요.
펭귄판 저도 사두었으니 그렇다면 이번에 워더링하이츠 저도 읽어볼까 봐요. 어처구니가 있는 제목이었군요.
인간은 역시 배워야 해요.

근데 워더링 하이츠 하니까 하이츠 아파트 생각난다.

paviana 2010-11-1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맘에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앞에 책도 아직 못 읽었는데 교고쿠 나쓰히코의 책이 버럭 나왔군요.

moonnight 2010-11-1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또 잔뜩 보관함에 넣었어요. 진짜로 진짜로 언질도 안 주시고 교고쿠 나쓰히코라닛!!! 행복한 고민입니다..만은, 철서의 우리도 아직. 흑 ㅠ_ㅠ;
 

 요코야마 히데오 <얼굴>                                            

경찰소설로 이름난 요코야마 히데오의 단편집 <얼굴>의 주인공은 얼굴그림 전문 형사인 미즈호다. 난 그간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을 많이 읽어 왔지만, 이번에야 그가 얼마나 다양한 인간 캐릭터를 그려내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요코야마 히데오를 알기 전 일드로 먼저 알게 되었다. 나카마 유키에와 오다기리 죠 주연의 <가오> 라는 드라마의 원작이 바로 이번에 나온 <얼굴>인 것. 하도 오래전에 봐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푸르스름한 새벽빛 같은 드라마에 상처를 담은 듯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얼핏얼핏 떠오른다.  

다섯개의 단편이 모인 이야기는 단편집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갖춘 한가지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몽타주를 그리는 일을 하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실종 소동을 겪고, 휴직 후 재활과도 같은 복직으로 홍보과에서 상담과 땜빵으로 형사과까지 거치게 되는 미즈호.  

조직내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 강한 저자니만큼, 여자 경찰인 미즈호를 둘러싼 애환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이 노작가가 여자의 심리를 이렇게 잘 묘사하는 걸까. 생각하다 보니, 그가 조직내에서의 이야기들, 약자의 이야기들에 강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인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다른 책들은 벌써 기억에 희미해진 것이 대부분이고, <제 3의 시효> 정도나 추천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 작품 역시 강력추천할 수 있다.  

미즈호 역을 맡은 나카마 유키에는 미인이다. 아주 예쁜 얼굴이다. 근데, 은근히 찐따(?) 역으로 많이 나온다. 소심하고, 열등감 가득하고, 맘이 흔들려 괴로워하는 그런 역. 미인이 맡지 않을 역들. 근데 잘 어울린다.  

이 책에 나오는 미즈호에게서 우리는 기리노 나쓰오의 미로같은 터프함을 기대할 수 없다.

여경으로 겪는 대우에 대한 울분, 열등감, 그 외에 경찰이 늘 목표였으면서, 겁도 많고, 폭력에 대한 혐오 ( 범인을 잡겠어!로 풀리는 혐오가 아니라, 무서워 뒷걸음 치는 쪽으로 풀리는 혐오) 까지 가지고 있다.  

마지막 단편에 한 노련한 형사는 그녀가 '은어같은 젊은 여경' 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렵고, 힘들지만, 한 걸음 뒷걸음 치면 한걸음 반 걸어 나가는 느릿하지만, 꾸준하고, 멈추지 않는 그녀의 행보에 독자는 너그러워지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작품들이 모두 여운을 남기고 있다. 간만에 읽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좋은 작품이다.   

노나미 아사 <얼어붙은 송곳니>                                    

노나미 아사의 책, 미스터리는 몇 권 없지만, 이 작품은 참 좋아한다. 여자가 주인공인 흔치 않은 하드보일드.. 라고 할 수 있는 작품. 서른이 넘은 이혼녀 다카코, 그녀는 은어로 '도마뱀'으로 불리우는 기동경찰대이다.  

여자 경찰에 대한 소설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 작품. 을 꼽을만큼 설득력 있는 캐릭터.  

뭔가 남자 경찰들도 대단하게 보는 오토바이 기동대의 유일한 여자 경찰. 이니만큼 한터프 할 것 같지만, 평범해서 더 와닿는다.

이 책에 나오는 사건의 해결에 질질 짜고, 다시 생각해도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이야기도 글도 캐릭터도 좋은 작품이다.  

  

 미야베 미유키 <크로스 파이어>             

초능력을 가진 여자 준코와 방화수사반에서 일하는 치카코
두 여자가 이 책의 중심 인물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 소년법, 단죄, 초능력, 여자 경찰, 사랑과 배신 등등등 ) 등장하는 캐릭터와 이야기만큼은 생생하다.  

그 중에서도 치카코. 그러니깐, 여경이 등장하는 소설의 대부분은 경찰 중에서도 특이한 분과인 경우가 많다. 오토바이 기동대, 방화 수사반, 몽타주 전문 수사관 ..  

치카코는 자신의 엄마 같고, 아줌마 같은(?) 캐릭터로 남자들 사이에 융화되려 한다. 다른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어찌 보면, 가장 안정적이고 현명한 모습의 연륜을 가지고 있는 여경이라 하겠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와 경찰물을 좋아하는데, 뜨문뜨문 나오는 여경이 주인공인 미스터리물들은 더 독특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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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1-1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어붙은 송곳니 읽고 결말이 마음아팠었어요. 늑대개와 공감하는 여경의 심리가 참 와닿았던.

하이드 2010-11-1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그죠! 전 개 나오는 이야기 잘 못 보는데, 아마 이 이야기는 여경만이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였던 걸꺼에요.

Apple 2010-11-18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고독의 노랫소리>에서도 여형사가 나왔던것같네요. 얼어붙은 송곳니는 보고싶었던 책중 하나인데...재밌나요?

하이드 2010-11-1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어붙은 송곳니 재미있습니다 ^^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텐도 아라타 책은 많이 읽었는데, 고독의 노랫소리를 빠트린듯 하네요. 찾아봐야겠어요.

도란도란 2010-11-1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하이드님!^^ 알찬 블로그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하이드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리플 남기고가네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