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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크리스 앤더슨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롱테일법칙의 크리스 앤더슨이 <Free프리> 로 돌아왔다. 부제로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정 미래' 라고 되어 있는데, 제목의 '혁명' 이라는 말이 절대 과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알게 모르게 '공짜'라는 '가격혁명'을 겪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서문에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중 하나로 '세대간의 공짜에 대한 개념차'를 들고 있다. 아, 이전에 '롱테일 법칙'을 읽은 사람이라면, 낯익은 개념들도 나오는데, 거기서 훨씬 발전하고, 세부적이며, 더 나아간 사회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같은 개념으로 욹어먹는다던가, 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리 말해두고,
'세대간 공짜에 대한 개념차' 중 이 '세대차'라는 말이 나는 늘 재미있는데, '공짜'를 바라보는 세대간의 격차는 이렇다. 윗세대에게 '공짜'는 진짜공짜가 아니였다. 좀 똑똑한 소비자로 자부하는 자들은 '공짜'에 대한 가격을 다른 방법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상업적 테두리 안에서의 '공짜'라는 말조차 폭넓은 의미와 다양한 비즈니스적 뉘앙스를 갖고 있다. '공짜'가 진짜 공짜가 아닌 경우도 가끔 있다. '하나를 사면 하나가 무료'라는 말은 "두 개를 구입하면 50퍼센트를 할인해준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증정품'은 사실 증정품의 비용이 본 상품의 가격에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무료 배송'은 일반적으로 배송비가 제품 마진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44-
이와 같은 윗세대의 공짜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아니, 이와 같은 '물리적 자원' 의 눈에 보이는 '공짜'가 아직까지는 더 주된 마케팅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물리적 자원'의 공짜 못지 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 경제' 시대의 공짜 또한 우리는 이미 충분히 누리고 있다. 비트경제 시대의 청소년들, 즉 아랫세대들에게 '공짜'는 정말 '공짜'이고, 그것을 누리는 것이 당연한 권리여서, '공짜'를 누리지 못할 때 기업을 외면하기까지 하는 세대이다. 가장 알기 쉬운 예로 '구글 서비스'나 '리눅스'등을 들 수 있다.
크리스 앤더슨은 이 책에서, 각종 공짜 모델을 분석하고, 제시함으로써, 사양되는 사업과 뜨는 사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진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의 예시로 드는 케이스들은 기사에서 한 번 봤음직한 것들도 있고, 처음 보는 것들도 있지만, 그 기사에서 개념을 도출해내는 저자의 능력은 이 책을 '정말 재미있는' 경제서로 만들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공짜 모델 네가지는 다음과 같다.
공짜모델 1 : 직접 교차 보조금
공짜모델 2 : 2,3자간 시장 (three party market)
공짜모델 3 : 프리미엄
공짜모델 4 : 비금전적인 세상
모델 1의 예는 '신용카드' 이다. 신용카드 무이자, 수수료는 소매 업체 부담, 소매 업체는 그 수수료를 결국 고객에게 떠넘기게 되는. 결국은 어떻게든 공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공짜 모델
모델 2는 전통적인 미디어들을 들 수 있다. 거의 공짜에 가깝게 소비자에게 컨텐츠를 지불하고, 그 비용은 '광고주'가 지불하게 된다. 모델 3과 모델 4부터가 '비트 경제' 의 시대에 걸맞는 공짜 모델이라 하겠다. 특히 모델4에 나온 예시들은 정말 흥미로웠다. 다양한 흥미로운 예시들이 제공되는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와 리눅스의 한판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그 유명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를 통해서 몇장에 걸쳐 길게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진짜 속된말로 빵터졌다.
모델4에 속하는 '해적행위'에 대한 각종 예시들도 흥미롭다. 단순히 흥미로만 끝날 이야기들이 아니라, 현상을 유심히 보고, 앞으로 더욱더 우리의 소비를 잠식하게 될 '공짜경제', '비트경제' 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다. 여기 나온 예로, 음악 시장에서의 프린스의 신문에 새 음반 끼워주기(원더걸스 1불에 옷가게에서 CD 팔았다고 왈가왈부하는데, 모르는 소리), 라디오 헤드의 신보 공짜 다운로드, 파올로 코엘료의 신간 공짜 공개, 닐 게이먼의 <미국의 신들>도.
출판업자인 팀 오레일리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작가의 적은 해적 행위가 아니라 무명성이다." 공짜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많은 독자에게 가 닿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무료 도서가 효과가 있다면 일부 이용자들은 보다 '고급'버전을 구입할 것이다. 실물 서적을 선호하는 한 독자들은 계속 돈을 내고 그것을 구입할 것이다. -253-
출판에 대한 이야기는 평소 관심 가지고 있는 부분이라 더욱 유심히 봤는데, 영화, 음악에 비해 도서는 비트, 즉 디지털보다 실물을 선호하는 특별한 상품이다.
무료 도서
일부 고급 잡지들처럼 도서는 사람들이 여전히 디지털 콘텐츠보다는 실물을 선호하는 특별한 인쇄물이다. 도서 산업은 다행히 몰락의 길을 걷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공짜 모델을 적용하려는 수백 만의 저자들의 실험을 가로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도서와 음악 간의 중대한 차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도서의 고급 버전은 비트 형태가 아니라 '원자' 형태라는 것이다. 비싸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원료로 하고 있는 종이 서적은 책장에 꽂았을 때 훌륭한 장식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수명도 비할 수 없이 길고, 선명도와 휴대성도 뛰어나다. 그러나 디지털 도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도서 시장은 운전하며 들을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 어디서든 즉시 구매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 그리고 실물 도서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 외에 '명성'과 '관심' 이라는 비화폐 경제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 의외였는데, 이와 같은 비화폐 경제도 진짜 경제다. 버거킹의 파괴적 마케팅이라던가(이게 버거킹 트레이드마크라는데, 처음 알았다. 그러니깐, 미국에서의 이야기이겠지만), 그걸로 페이스북의 친구관계 가치를 계산한 이야기라던가, 그에 따르면 이웃 하나는 거칠게 말해 12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것을 역시 또 과격하게 알라딘 서재 블로그의 즐찾으로 환산해 본다면, 나의 서재는 만달러 조금 넘는 명성/관심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명성/관심 가치에 대해서는 이것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각각 나오고 있으니, 만달러라는 과격하게 계산한 허수에 놀랄일은 전혀 없다.
시종 일관 경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 책의 매력
누가 누구인지, 각각이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인간관계 관리가 가능한 최대 인원을 나타내는 던바 숫자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몇십 년 간의 인류학적 조사를 통해, 즉 1000년 전의 문명에 관한 조사를 통해 인간관계 관리가 가능한 최대 인원은 150명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이스페이스같은 인맥 구축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전의 이야기이다. 이제 소프트웨어 덕에 당신은 150명의 몇 배에 이르는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 마이스페이스 회원들의 경우 평균 친구 수가 약 180명이고, 몇천 명의 친구가 있는 이들도 많다. 실리콘이 우리의 '명성'관리 능력을 향상시킨 걸까, 아니면 그저 '친구'의 의미가 희석된 걸까? -258-
숲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무를 이야기해서 미안하지만, 블로그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 아무래도 파워블로그나 블로그의 경우, 미국이 훨씬 앞서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 나온 몇가지 이야기를 리뷰에 담았는데, 이 책은 우리의 소비에 대한, 훨씬 더 많은 읽어볼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부족한 리뷰로 판단하지 말고,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가 제시하는 비트경제에서 소위 '뜨는' 아이템들이 나오고 있으니, 서문에서부터 마지막장까지 충실한 경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