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야마 히데오 <얼굴>
경찰소설로 이름난 요코야마 히데오의 단편집 <얼굴>의 주인공은 얼굴그림 전문 형사인 미즈호다. 난 그간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을 많이 읽어 왔지만, 이번에야 그가 얼마나 다양한 인간 캐릭터를 그려내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요코야마 히데오를 알기 전 일드로 먼저 알게 되었다. 나카마 유키에와 오다기리 죠 주연의 <가오> 라는 드라마의 원작이 바로 이번에 나온 <얼굴>인 것. 하도 오래전에 봐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푸르스름한 새벽빛 같은 드라마에 상처를 담은 듯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얼핏얼핏 떠오른다.
다섯개의 단편이 모인 이야기는 단편집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갖춘 한가지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몽타주를 그리는 일을 하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실종 소동을 겪고, 휴직 후 재활과도 같은 복직으로 홍보과에서 상담과 땜빵으로 형사과까지 거치게 되는 미즈호.
조직내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 강한 저자니만큼, 여자 경찰인 미즈호를 둘러싼 애환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이 노작가가 여자의 심리를 이렇게 잘 묘사하는 걸까. 생각하다 보니, 그가 조직내에서의 이야기들, 약자의 이야기들에 강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인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다른 책들은 벌써 기억에 희미해진 것이 대부분이고, <제 3의 시효> 정도나 추천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 작품 역시 강력추천할 수 있다.
미즈호 역을 맡은 나카마 유키에는 미인이다. 아주 예쁜 얼굴이다. 근데, 은근히 찐따(?) 역으로 많이 나온다. 소심하고, 열등감 가득하고, 맘이 흔들려 괴로워하는 그런 역. 미인이 맡지 않을 역들. 근데 잘 어울린다.
이 책에 나오는 미즈호에게서 우리는 기리노 나쓰오의 미로같은 터프함을 기대할 수 없다.
여경으로 겪는 대우에 대한 울분, 열등감, 그 외에 경찰이 늘 목표였으면서, 겁도 많고, 폭력에 대한 혐오 ( 범인을 잡겠어!로 풀리는 혐오가 아니라, 무서워 뒷걸음 치는 쪽으로 풀리는 혐오) 까지 가지고 있다.
마지막 단편에 한 노련한 형사는 그녀가 '은어같은 젊은 여경' 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렵고, 힘들지만, 한 걸음 뒷걸음 치면 한걸음 반 걸어 나가는 느릿하지만, 꾸준하고, 멈추지 않는 그녀의 행보에 독자는 너그러워지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작품들이 모두 여운을 남기고 있다. 간만에 읽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좋은 작품이다.

노나미 아사 <얼어붙은 송곳니>
노나미 아사의 책, 미스터리는 몇 권 없지만, 이 작품은 참 좋아한다. 여자가 주인공인 흔치 않은 하드보일드.. 라고 할 수 있는 작품. 서른이 넘은 이혼녀 다카코, 그녀는 은어로 '도마뱀'으로 불리우는 기동경찰대이다.
여자 경찰에 대한 소설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 작품. 을 꼽을만큼 설득력 있는 캐릭터.
뭔가 남자 경찰들도 대단하게 보는 오토바이 기동대의 유일한 여자 경찰. 이니만큼 한터프 할 것 같지만, 평범해서 더 와닿는다.
이 책에 나오는 사건의 해결에 질질 짜고, 다시 생각해도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이야기도 글도 캐릭터도 좋은 작품이다.

미야베 미유키 <크로스 파이어>
초능력을 가진 여자 준코와 방화수사반에서 일하는 치카코
두 여자가 이 책의 중심 인물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 소년법, 단죄, 초능력, 여자 경찰, 사랑과 배신 등등등 ) 등장하는 캐릭터와 이야기만큼은 생생하다.
그 중에서도 치카코. 그러니깐, 여경이 등장하는 소설의 대부분은 경찰 중에서도 특이한 분과인 경우가 많다. 오토바이 기동대, 방화 수사반, 몽타주 전문 수사관 ..
치카코는 자신의 엄마 같고, 아줌마 같은(?) 캐릭터로 남자들 사이에 융화되려 한다. 다른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어찌 보면, 가장 안정적이고 현명한 모습의 연륜을 가지고 있는 여경이라 하겠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와 경찰물을 좋아하는데, 뜨문뜨문 나오는 여경이 주인공인 미스터리물들은 더 독특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