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의 미의식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삼국시대의 신라 미술품과 통일 신라시대의 미술품을 접할 수 있어야 하나, 우리가 접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고 보겠습니다. 그러나 현존하는 신라인의 미술품으로도 당시 성행했던 신라인의 문화를 엿볼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삼국 중 가장 늦게 불교를 받아들인 신라의 문화는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통일신라 이후에는 더욱 융성한 불교를 바탕으로 고구려, 백제의 문화를 융합하면서 발전을 해 왔으며, 특히 당나라 문화의 유입을 통하여 독창적인 신라인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신라사람들에게 있어 의식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던 불교를 바탕으로 불교 문화는 여러 가지 교리적 해석과 더불어 다양하고 풍부한 표현방법과 더불어 세련된 기술에 의한 양식으로 발전하여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불상을 중심으로 한 조각 작품들은 아름다움에 관심을 두면서도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세련미를 갖추게 되었는데, 이런 발전을 통해 이루어진 신라의 예술에 담긴 신라인의 미의식을 간단하게나마 조각과 회화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의 발전에 있어서 그 내용의 완전한 이해와 새로운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표현이나 기술적 발전에 의한 숙달된 기법이 발전을 하게 되는데, 신라는 불교라는 정신적 바탕위에 새로운 형태로서의 문화의 발전을 가져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불교를 국교로 숭배하며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지도층의 의식에 불교가 커다란 작용을 하였기에 일체가 되어 이룰 수 있었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가 하나의 숭배적인 종교로 정신적 지주의 형태를 갖게 되므로써 그에 따라 불상 등 불교 중심의 문화가 발전하는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즉, 불교라는 종교에 대한 열성이 고조되고 깊은 신앙심이 팽배함에 따라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적 소산물로서 예술의 꽃을 피우게 되는것이 신라 문화의 특성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신라의 예술을 조각과 회화로 나누어 설명을 하겠습니다. 먼저 조각을 살펴보면 새로운 종교의 수용 초기에는 그 종교의 이념에 따른 철저한 수행이나 정신적, 탈속적(脫俗的)인 요소가 강조됨에 따라 종교로서의 대상은 상징적으로 예배되는 경향이 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 본위의 구체적 형상으로 재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것은 단기간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간의 시일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따라서 신앙심의 절정에 이르면 그 정신적 전통을 이어받아 예술은 가장 아름다움의 극치로 펼쳐진다고 할 것입니다. 신라의 조각은 바로 이러한 불교의 정신적인 바탕 위에 이룩된 하나의 결정체이며 신앙심이 깊어짐에 따라 불상 표현의 원칙이 세워지고 이러한 신라인의 불상 표현에 대한 미의식의 변화는 삼국시대 불상의 인간적인 표현에서 조금 더 위엄이 서리고 자비로운, 즉 인간과는 구별되는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조형의식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그 하나의 예로 경주 九黃洞의 삼층석탑에서 발견된 순금製 "아미타여래좌상(阿彌陀如來座像)"은 현실 세계를 떠나서 사색의 경지에 몰입한 부처의 자비스러운 미소를 곁들임으로해서 신라인의 의식이 투영된 불상 표현이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불상 표현의 소재를 찾던 상징적인 단계에서 한 단계 올라 조금 더 형이상학적인 불교 교리의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여 그 개념을 시각적인 조형물을 통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의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특정적인 佛身 표현의 강조나 설명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인체의 형상을 빌은 조형을 통하여 無量한 法門을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하겠으며 이러한 사실적이면서도 이상화된 인체 표현을 빌어 깊은 사색과 法悅의 경지에 이르고 중생을 계도하는 표정에서 정신력의 실체를 모색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런것으로 판단하면 불교가 신라인의 의식에 깊게 잠재하여 조형물을 만드는 사람이나 그 만들어진 조형물에 예배하는 사람 모두가 공감하는 조형 예술의 세계가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안압지에서 출토된 "금동여래삼존판불(金銅如來三尊板佛)"이나 "금동여래입상(金銅如來立像)"에서도 마찬가지로 균제(均濟)된 불신의 형태나 정교한 주조기술로 조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런 조각을 통하여 불법의 실체를 체험하고 구현하려는 신라인의 미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미의식은 신라인의 균제와 조화의 예술 표현이 순수한 종교성과 하나로 융합하여 조각 양식의 절정을 이루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석굴암의 본존불과 주변의 불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석굴암 본존불에 나타난 단순하면서도 정제(淨濟)된 불신의 표현과 형태는 중생이 갖는 고뇌의 속박에서 벗어나 무아의 경지에 이른 숭고한 얼굴 표정으로 존엄무비(尊嚴無比)한 종교 조각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조형예술은 단시간내에 이루어 진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연마된 조형기술의 뒷받침속에 신앙과 결부되어 이루어졌다 할 것입니다.

    *  다음글은 회화에 나타난 미의식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如        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의 전설 - 전설이 있는 문화유적
천소영 지음 / 창해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물"이라는 단편적인 주제로 문화 유적을 결부시켜 그 속에 담겨 있는 전설을 오늘에 되살린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국문학과 교수인 천소영이 글을 쓰고, 사진 작가 김동현의 아름다운 사진으로 꾸며진 책이 바로 <물의 전설>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인문과학 위주의 책을 주로 발행하는 '창해' 출판사의 책인데 이 책 이외에는 "전설이 있는 문화유적"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후속 간행본이 없으니 자못 기다림의 시간이 늘어지는것만 같다.

 이 책은 크게 1. 물, 그 생명의 기원 2. 전설이 흐르는 강  3. 그 섬에 가고 싶다의 세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대충 짐작을 하였겠지만 물과 관련된 전설을 문헌 사료를 근거로 하여 직접 문헌사료에 나타 난 지역을 찾아가서 그곳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으며 써내려간 글이다. 저자의 말 처럼 이 책은 글로 쓴것이 아니라 발로 쓴것임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신격 위주의 신화와 달리 전설은 인간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단지 전설에 의하면...이라고 시작되는 내용에서 전설과 조금이라도 연관되어지는 사실적 근거가 있는 지역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은 예전에 모 라디오의 인기프로였던 "전설따라 삼천리"와는 그 격을 달리한다.

 내용은 저자가 <월간조선>에 4년간 연재했던 것을 다시 엮은 것으로 이 책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진작가 김동현의 카메라 렌즈가 갖는 예술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진에다 저자의 답사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판단하여 예술성을 더한 사진이 이 책에 그득하여 기분이 좋다. 책 표지의 양수리 느티나무와 물에 잠긴 고사목의 적절한 배치부터가 매우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표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전설은 <삼국유사>의 내용을 참고로 했음을 알 수 있지만 그 외에도 저자가 직접 그 지역에 가서 듣고 기록하여 알려주는 전설도 상당수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문헌자료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알 수 있었으며, 또한 문헌자료를 통한 저자의 문화유적에 대한 식견이 해박함도 느길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비단 물과 관련된 전설뿐만 아니라 인접한 여러 내용도 충실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의 분류를 놓고 조금은 고민을 했다. 이 책을 '우리 문화'의 분류 체계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길 떠남의 매력..여행'이라는 분류체계로 구분할 것인가였다. 그 이유는 이 책은 문헌에 근거한 전설을 담고 문화 유적의 답사를 겸하는 여행서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의 판형은 포켓판으로 여행에 무거운 짐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약간의 덧붙임만으로도 누구에게나 구수하게 들려 줄 수있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은 일반인에게는 하나의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구태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이 책의 발자취를 찾아 여유롭게 다녀 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코 부담스럽지 않게 꾸며진 내용이기에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 특히 책장 구석구석에는 지명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덧붙여 그 지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도록 하였다.

 이런 좋은 책은 손에 들어오면 우선 마음이 기쁘다. 뭔가 활력을 넣어주는 책이기 때문이고 그 활력은 희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이 책의 저자가 선험하였던 발 길을 따라 우리 나라의 물골을 찾아봐야 할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무 야구가 전국 종합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대회의 성격은 전국의 아마츄어와 대학팀, 그리고 프로야구 2군들이 참석하는 대회입니다. '종합'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현재 프로팀이 아닌 나머지팀이 총 출동해서 치루는 경기입니다. 이 대회에서 상무는 연전연승을 거듭하고는 우승기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저희 상무가 이겼으니 기분이 나쁠리야 없겠지만, 사실 이 대회의 성격이 조금은 애매모호하더군요. 아마츄어는 아마튜어끼리 대결을 하고 프로는 2군이라도 프로끼리 대결을 해서 결승전에서 만나 대결을 치루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니 결승전까지 오르기전에는 모두 프로야구 2군과의 시합을 치뤄야 하는 셈이랍니다. 말이 프로야구 2군이지 실은 1군과 2군은 왔다갔다 하면서 유지가 되는 팀이기에 특별히 다르다고 할것도 없는 셈입니다만, 다른 2군팀과는 달리 상무는 프로 2군과 아마츄어가 혼재된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특별히 잘 하는 아마선수가 아니라면 상무에서는 프로 선수라고 하더라도 빛을 보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리고 실제 입대하는 선수는 아마츄어보다는 프로 선수들 위주가 되고 있습니다.

  상무라는 아마츄어팀에서 프로 선수를 입대토록 한다는 것이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것입니다. 상무는 엘리트 체육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병역을 필 할 징집대상 자원에게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부대입니다. 여기는 축구나 야구와 같은 프로 선수들은  받아서는 안되는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그들이 상무에 입대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더 커나가야 할 대학 졸업을 마친 아마츄어의 자리가 좁아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우수 선수들은 대학 졸업후에 바로 프로를 택하기에 다른쪽으로 생각하면 입대할 우수 자원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나 선수의 기량이 대학 졸업당시가 최고가 아닐것이며 대기만성형 선수는 그보다 조금 시간이 지나야 제 기량을 발휘할 수도 있는데 대학 졸업 당시에 실력이 변변치 못하다고 강제 도태시키는것 같아 안타깝게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하여간, 상무는 이런 이유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의 병역을 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우수한 각 프로구단의 2군 선수들이 많이 지원을 합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그렇다면 "상무가 우승하는것이 당연하겠네..."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 2군도 성적이 중요하기에 2군 감독이나 코치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하여 우수한 자원은 병역 연기기한까지 선수를 입대시키지 않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앞 날 보다는 감독의 목이 성적과 관련되어 위태위태 하니 어느 감독이 우수한 선수를 입대토록 하겠습니까?  한편으로는 감독이 뭐라하던 입대를 하면 될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을 것입니다만, 프로구단 생리상 그렇게 마음먹는 선수가 있다면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그 선수는 프로구단과는 영원히 이별을 해야 한답니다.

  상무는 이런 선수들로 구성된 각 프로야구단의 2군들과 경기를 치루면서 승승장구 하였고, 결승전에서는 대학부에서 올라 온 순수 아마팀인 건국대와 대결을 하게 되었고, 결과는 8 :4로 승리를 하였습니다. 이겼으니 다행이지만 사실 준 프로팀이 아마츄어인 대학팀을 상대로 해서 이겼다고 해서 별로 큰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겠지만, 상무의 코치진은 대학팀과의 경기라도 쉬운일이 아니며, 언제 뒤짚일지 모르는 점수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하긴 준 프로팀이 아마츄어에게 패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대단한 망신이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객관적인 면에서 우수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무가 결승까지 올라오느라 경기를 치룬 여타 2군 팀과의 경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힘들었다는데는 동의를 하지만 결승전에서 맞붙은 대학팀에게 혹시라도 져서 망신 당할까봐 전전긍긍한다는 것은 얼마나 웃기는 일이겠습니까?

  프로 2군은 나름대로 리그를 벌이고 있습니다. 저희 부대 야구장에서도 가끔 경기가 벌어지는데 말 그대로 <그 들만의 잔치>입니다. 관중이라야 부대 장병중 시간이 나는 점심시간에 관전하는 장병, 그리고 볼일이 있어 그곳을 지나가는 장병들이 유일한 관중이지만 <그 들만의 잔치>에 임하는 2군 선수들의 경기 모습은 매우 진지하답니다. 2군 리그도 프로야구 리그가 끝나는 기간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종료하게 됩니다. 그 리그에 참가하는 2군 선수들은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어서 빨리 1군으로 올라가 관중들 앞에서 멋진 경기를 펼쳐야지...." 하는 것이 2군 선수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꿈 일 것입니다. 수많은 관중의 환호성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고 홈에 들어오는 야구 선수의 꿈, 9이닝 동안 전 선수를 상대로 퍼팩트 게임을 꿈꾸는 투수들의 야망.....그런것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제대로 된 관중하나 없는 야구장에서 <그 들만의 잔치>임을 알면서도 매진하는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 如        村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두심이 2004-05-2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그 한게임을 위해 보이지 않는 땀을 얼마나 많이 흘리는지..개인적으로 고교야구도 좋아합니다만,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것이 때로는 가슴아플때도 있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 자연과 인간 1
한영식 지음, 이승일 사진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에게 평안함을 안겨 준다. 자연 속에는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삶들이 담겨있다. 이들은 제각기의 삶을 영위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생명을 보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아름다운 생명의 시작과 끝을 인간은 모르거나 또는 무시하며 살아 왔다고 볼 수 있다. 모처럼 이러한 자연의 생명을 인식할 수 있는 책이 발간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우리 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200여종의 딱정벌레라는 한정된 대상을 미시적으로 관찰하며 자연에서의 삶의 고귀함을 인간에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딱정벌레 연구에만 10여년을 메달려 살아왔다. 그리고 이 책에서 자신이 그동안 관찰했던 딱정벌레를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편으로 저자는 단순히 곤충이라는 지협적 사고로 딱정벌레를 다루지는 않았다. 점심시간을 맞아 빌딩에서 쏟아져 나와 각기 제 입맛에 맞는 먹거리를 찾아 식당을 찾는 인간에 빗대어 곤충들의 먹이찾기를 설명한다던가, 지역적으로 유명한 먹거리가 있어 그 유명세를 쫒듯 곤충이 쫒는 먹이도 있다....는 식으로 인간과 곤충의 동질성을 함께 논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채집 대상 곤충을 어떻게 포획하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므로써 단지 책으로 보고 끝나는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도 저자와 같은 곤충 채집에 관여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한마디로 저자는 곤충채집을 위해 망사로 된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던 어릴적으로 독자들을 회귀시키고 있다 할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딱정벌레를 분류하며 그 서식환경에 따라 땅, 꽃, 잎, 나무, 물속, 밤하늘(야간)로 구분하여 그들의 생활 형태나 먹이, 습성등에 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200여종의 딱정벌레 각각의 습성이 어떠한가를 상세히 설명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가 세밀하고 끈질기게 관찰을 해 왔음을 말해준다 할것이다. 그리고 곤충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곤충과 연계하여 설명하므로서 그 곤충을 쉽게 떠올리게 하고 있다.(풀잎위의 다이빙 선수, 치어리더, 비단 마후라를 두른 비행사, 나무위의 장갑차 등등)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과일에 붙어 있는 노린재를 먹었다던가 하여 인간과 함께하는 곤충임을 잊지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인간과 함께 공생하는 곤중의 수난에 대해서도 저자는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야간에 주유소의 밝은 불이 곤충이 모여들게 되는 환경이며 이로 말미암아 많은 곤충이 죽어가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멸종 위험이 있는 곤충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산하에 살고 있는 곤충의 멸종이라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에 읽는이로 하여금 보호해야 되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불러 일으키는 자연 사랑의 마음도 함께 심어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생물학을 전공한 저자가 곤충과 가까와지는 계기가 무엇이었나를 간간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도 머릿속은 곤충의 세계를 담은 영화를 보고 있는듯 하다. 그 정도로 저자는 딱정벌레와 함께 하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머릿속에 담고 있다. 벌레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그들과 친구가 되어 살면서 그들의 사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아내어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그들의 몸짓 하나 하나가 뜻하는바가 무엇인지를 상세히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인간 주변에서 인간과 함께 하는 딱정벌레들을 인간이 어떻게 해야 더불어 살 수 있나에 대한 부분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인데 이는 자연보호와 병행하여 딱정벌레들이 살며 그 종의 번식을 위한 환경보존과 마련에 힘을 쓰며, 인간 주변에서 살아가는 곤충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인간이 곤충을 곁에 두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인식과 자연과의 교감이 중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모처럼 인간과 자연이 하나됨을 알게 해주는 좋은 책을 골른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 如       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요일에 떠나는 여행 100배 즐기기
중앙M&B 편집부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이제 7월부터는 정부도 월 2회 격주 토요휴무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본격적인 금요 주말제도의 정착을 앞둔 시험인것인데 시험을 떠나 금요 주말제는 시대가 요구하는 근무행태로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금요일'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비교적 큰 규모를 자랑하는 중앙 M&B라는 미디어계통에서 출간되는 '우리 나라 100배 즐기기'시리즈의 첫번 째 출간물임에도 몇 가지 잘못 된 점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1박 2일 테마여행'이며 책의 제목과 같다면 여행은 금요일 밤에 떠나 하룻밤을 묵고 토요일날 돌아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렇다면 일요일에 대한 배려는 없는 셈이다. 또 '금쪽같이 소중한 금요일'이라는 표현을 했음에도 '1박 2일테마여행'이라는 부제를 달아 마치 금요일과 토요일의 여행을 이야기 하는듯 하다. 이러한 표현은 금요주말제에 맞춘 출판사의 기획의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비록 제목의 멋드러짐도 중요하지만 제목과 내용의 일치도 중요한 문제임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자칫하면 좋은 책의 제목만 믿고 선택하는 잘못을 독자에게 남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Theme로 구성되어 있다.각 테마는 나름대로 이 책이 선정한 지역의 특성이 테마와 어울리도록 상당한 배려를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설령 테마에 집어 넣기 위함일지는 몰라도 너무 테마에 국한하고자 해서인지 테마 이외의 볼거리는 모두 뭍혀버리고 말았다. 한편으로는 책에 서술된 나름대로의 문체는 인간이 내포하고 있는 서정성에 호소하고픈 느낌을 담고 있다고 보겠으나 그 범위는 지극히 좁아 서정성도 아니고 직접 찾아가며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긴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p017의 중간 쯤에 "좁다란 골목길을 만날 수 있어 좋다"라고 쓰고 있는데 그 좁다란 골목길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기에 좋다는 것인지...그것이 옛 길을 더듬는 추억으로의 여행인지 아니면 호젓한 데이트 길인지, 또는 저녁을 마치고 바람을 쐴 수 있는 선책길인지...애매모호하고 내용이 없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구입하며 나름대로 "금요일에 떠나는 여행"이라는 제목에 기대가 컷던 탓일까? 읽어갈수록 기대보다는 내용에 실망을 하게 됨을 느끼게 된다. 각 테마별로 몇 개씩의 장소를 선택하고 그 지역에서 여행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food), 잠자리(sleeping), 볼거리(place),  cafe 등에 대한 소개도 담았으나 지극히 제한되었으며, 그 지역에 무수히 많은 다른 장소들은 전부 무시되어 언급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제공하는 장소들이 최고의 명소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음은 자칫하면 이 책의 제작자의 제작의도에 의심을 가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독자층이 어떤 계층일까도 고려를 했어야 하는데 이 책은 '웰빙'을 목적으로 했는가? 라는 갸우뚱거림을 만들게 한다.

  이 책을 폄하한다거나 내용에 대해 구태어 잘잘못을 논하고자 하는것은 아니다. 이 책이 선정한 6개의 테마에 담긴 지역들은 나름대로 누구나 가보고 싶은 지역들이다. 또, 실제 이 책에 따라 그곳에 간다 하더라도 그곳에서 느끼는 것은 바로 여행자의 몫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여행자에게 저자가 느끼는 감성만을 강요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책 P031에서 처럼 원당종마목장의 분위기를 알퐁스 도테의 소설 "별"의 낭만적 분위기와 비유한다는 것은 넌쎈스다. 이러한 넌쎈스는 이 책의 구석구석에 널려있어 거슬린다.

  그렇더라도 금요주말제를 맞아 여행을 계획해보자. 비단 이 책의 내용이 조금은 엉성하더라도 이 책이 선정한 장소는 나름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에 그곳에서 이 책에 서술하고 있는 내용과는 다른 진정한 자연의 느낌을 느껴보자. 그 느낌과 이 책에서 말하는 느낌이 얼마나 다른지...또는 동일한 느낌인지도 비교해 보자. 이 책이 담고 있는 의미는 그 내용을 떠나 주말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들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와 기회를 가질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 如       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