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야구가 전국 종합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대회의 성격은 전국의 아마츄어와 대학팀, 그리고 프로야구 2군들이 참석하는 대회입니다. '종합'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현재 프로팀이 아닌 나머지팀이 총 출동해서 치루는 경기입니다. 이 대회에서 상무는 연전연승을 거듭하고는 우승기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저희 상무가 이겼으니 기분이 나쁠리야 없겠지만, 사실 이 대회의 성격이 조금은 애매모호하더군요. 아마츄어는 아마튜어끼리 대결을 하고 프로는 2군이라도 프로끼리 대결을 해서 결승전에서 만나 대결을 치루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니 결승전까지 오르기전에는 모두 프로야구 2군과의 시합을 치뤄야 하는 셈이랍니다. 말이 프로야구 2군이지 실은 1군과 2군은 왔다갔다 하면서 유지가 되는 팀이기에 특별히 다르다고 할것도 없는 셈입니다만, 다른 2군팀과는 달리 상무는 프로 2군과 아마츄어가 혼재된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특별히 잘 하는 아마선수가 아니라면 상무에서는 프로 선수라고 하더라도 빛을 보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리고 실제 입대하는 선수는 아마츄어보다는 프로 선수들 위주가 되고 있습니다.
상무라는 아마츄어팀에서 프로 선수를 입대토록 한다는 것이 원래의 취지와는 다른것입니다. 상무는 엘리트 체육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병역을 필 할 징집대상 자원에게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부대입니다. 여기는 축구나 야구와 같은 프로 선수들은 받아서는 안되는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그들이 상무에 입대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더 커나가야 할 대학 졸업을 마친 아마츄어의 자리가 좁아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우수 선수들은 대학 졸업후에 바로 프로를 택하기에 다른쪽으로 생각하면 입대할 우수 자원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나 선수의 기량이 대학 졸업당시가 최고가 아닐것이며 대기만성형 선수는 그보다 조금 시간이 지나야 제 기량을 발휘할 수도 있는데 대학 졸업 당시에 실력이 변변치 못하다고 강제 도태시키는것 같아 안타깝게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하여간, 상무는 이런 이유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의 병역을 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우수한 각 프로구단의 2군 선수들이 많이 지원을 합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그렇다면 "상무가 우승하는것이 당연하겠네..."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프로 2군도 성적이 중요하기에 2군 감독이나 코치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하여 우수한 자원은 병역 연기기한까지 선수를 입대시키지 않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앞 날 보다는 감독의 목이 성적과 관련되어 위태위태 하니 어느 감독이 우수한 선수를 입대토록 하겠습니까? 한편으로는 감독이 뭐라하던 입대를 하면 될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을 것입니다만, 프로구단 생리상 그렇게 마음먹는 선수가 있다면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그 선수는 프로구단과는 영원히 이별을 해야 한답니다.
상무는 이런 선수들로 구성된 각 프로야구단의 2군들과 경기를 치루면서 승승장구 하였고, 결승전에서는 대학부에서 올라 온 순수 아마팀인 건국대와 대결을 하게 되었고, 결과는 8 :4로 승리를 하였습니다. 이겼으니 다행이지만 사실 준 프로팀이 아마츄어인 대학팀을 상대로 해서 이겼다고 해서 별로 큰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겠지만, 상무의 코치진은 대학팀과의 경기라도 쉬운일이 아니며, 언제 뒤짚일지 모르는 점수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하긴 준 프로팀이 아마츄어에게 패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대단한 망신이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객관적인 면에서 우수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무가 결승까지 올라오느라 경기를 치룬 여타 2군 팀과의 경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힘들었다는데는 동의를 하지만 결승전에서 맞붙은 대학팀에게 혹시라도 져서 망신 당할까봐 전전긍긍한다는 것은 얼마나 웃기는 일이겠습니까?
프로 2군은 나름대로 리그를 벌이고 있습니다. 저희 부대 야구장에서도 가끔 경기가 벌어지는데 말 그대로 <그 들만의 잔치>입니다. 관중이라야 부대 장병중 시간이 나는 점심시간에 관전하는 장병, 그리고 볼일이 있어 그곳을 지나가는 장병들이 유일한 관중이지만 <그 들만의 잔치>에 임하는 2군 선수들의 경기 모습은 매우 진지하답니다. 2군 리그도 프로야구 리그가 끝나는 기간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종료하게 됩니다. 그 리그에 참가하는 2군 선수들은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어서 빨리 1군으로 올라가 관중들 앞에서 멋진 경기를 펼쳐야지...." 하는 것이 2군 선수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꿈 일 것입니다. 수많은 관중의 환호성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고 홈에 들어오는 야구 선수의 꿈, 9이닝 동안 전 선수를 상대로 퍼팩트 게임을 꿈꾸는 투수들의 야망.....그런것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제대로 된 관중하나 없는 야구장에서 <그 들만의 잔치>임을 알면서도 매진하는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