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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 왕국의 여행자 ㅣ 자연과 인간 1
한영식 지음, 이승일 사진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에게 평안함을 안겨 준다. 자연 속에는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삶들이 담겨있다. 이들은 제각기의 삶을 영위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생명을 보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아름다운 생명의 시작과 끝을 인간은 모르거나 또는 무시하며 살아 왔다고 볼 수 있다. 모처럼 이러한 자연의 생명을 인식할 수 있는 책이 발간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우리 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200여종의 딱정벌레라는 한정된 대상을 미시적으로 관찰하며 자연에서의 삶의 고귀함을 인간에게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딱정벌레 연구에만 10여년을 메달려 살아왔다. 그리고 이 책에서 자신이 그동안 관찰했던 딱정벌레를 아낌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편으로 저자는 단순히 곤충이라는 지협적 사고로 딱정벌레를 다루지는 않았다. 점심시간을 맞아 빌딩에서 쏟아져 나와 각기 제 입맛에 맞는 먹거리를 찾아 식당을 찾는 인간에 빗대어 곤충들의 먹이찾기를 설명한다던가, 지역적으로 유명한 먹거리가 있어 그 유명세를 쫒듯 곤충이 쫒는 먹이도 있다....는 식으로 인간과 곤충의 동질성을 함께 논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채집 대상 곤충을 어떻게 포획하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므로써 단지 책으로 보고 끝나는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도 저자와 같은 곤충 채집에 관여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한마디로 저자는 곤충채집을 위해 망사로 된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던 어릴적으로 독자들을 회귀시키고 있다 할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딱정벌레를 분류하며 그 서식환경에 따라 땅, 꽃, 잎, 나무, 물속, 밤하늘(야간)로 구분하여 그들의 생활 형태나 먹이, 습성등에 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200여종의 딱정벌레 각각의 습성이 어떠한가를 상세히 설명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가 세밀하고 끈질기게 관찰을 해 왔음을 말해준다 할것이다. 그리고 곤충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곤충과 연계하여 설명하므로서 그 곤충을 쉽게 떠올리게 하고 있다.(풀잎위의 다이빙 선수, 치어리더, 비단 마후라를 두른 비행사, 나무위의 장갑차 등등)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과일에 붙어 있는 노린재를 먹었다던가 하여 인간과 함께하는 곤충임을 잊지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인간과 함께 공생하는 곤중의 수난에 대해서도 저자는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야간에 주유소의 밝은 불이 곤충이 모여들게 되는 환경이며 이로 말미암아 많은 곤충이 죽어가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멸종 위험이 있는 곤충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산하에 살고 있는 곤충의 멸종이라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에 읽는이로 하여금 보호해야 되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불러 일으키는 자연 사랑의 마음도 함께 심어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생물학을 전공한 저자가 곤충과 가까와지는 계기가 무엇이었나를 간간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도 머릿속은 곤충의 세계를 담은 영화를 보고 있는듯 하다. 그 정도로 저자는 딱정벌레와 함께 하며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머릿속에 담고 있다. 벌레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그들과 친구가 되어 살면서 그들의 사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아내어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그들의 몸짓 하나 하나가 뜻하는바가 무엇인지를 상세히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인간 주변에서 인간과 함께 하는 딱정벌레들을 인간이 어떻게 해야 더불어 살 수 있나에 대한 부분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인데 이는 자연보호와 병행하여 딱정벌레들이 살며 그 종의 번식을 위한 환경보존과 마련에 힘을 쓰며, 인간 주변에서 살아가는 곤충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인간이 곤충을 곁에 두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인식과 자연과의 교감이 중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모처럼 인간과 자연이 하나됨을 알게 해주는 좋은 책을 골른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 如 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