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베르나르다가 나로 하여금 지금보다 더 나은 남자가 되고 싶어하도록 만들었지."
"그건 왜죠?"
"그녀에게 어울리기 위해서. 넌 지금 그게 이해가 안 될 거야. 젊으니까.
하지만 세월이 가면 중요한 건 때때로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고,
무엇을 양보하느냐라는 것을 알게 될거야.
베르나르다와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해왔어.
그녀는 아주 좋은 어머니가 될 거야. 알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이 삶에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어머니가 되는 것 같아.
그리고 난 그 여자를 설탕에 절인 복숭아 통조림보다 더 좋아하거든.
그건 그녀를 위해 내가 32년동안 가지 않았던 성당에 가서
세라핀 성자의 시편을 읊거나, 필요하다면 또 다른 것도 할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할 거야."
"좀 성급한 것 같네요. 페르민. 이제 막 그녀와 사귀기 시작했는데...."
"이봐, 다니엘.
내 나이에는 사태를 정확하게 보기 시작하지 않으면 곤경에 처하게 돼.
이 삶은 서너가지 이유로 인해 살 만하고 나머지는 들판의 비료같은 거야.
난 이미 바보같은 짓거리들을 많이 저질러왔어.
그런데 지금 내가 원하는 유일한 것이 베르나르다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고
언젠가 그녀의 품에서 죽는 거라는 걸 알고 있지.
다시 꽤 괜찮은 남자가 되고 싶어, 알겠니?
나를 위해서가 아냐-우리가 인류라고 부르는 원숭이 합창단의 존경은 내게 안중에도 없거든-.
그녀를 위해서지.
왜냐면 베르나르다는 그런 것들을 믿거든.
그녀는 라디오 연속극도 믿고, 사제들도 믿고,
누군가에 대한 존경도 부르드의 성녀도 믿는단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고 난 그녀의 그런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단다.
그녀의 턱 끝에 달린 털 하나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난 그녀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녀가 '우리 페르민은 진짜 남자야. 캐리 그랜트나 헤밍웨이, 또는 마놀레테(스페인의 전설적인 투우사)처럼 말야'라고 생각하길 바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바람의 그림자> 中에서...
쉴세 없이 떠들고, 지나치게 감정기복이 심하며,
겉으로는 지식인 인척 잘난척 하지만, 속으로는 아이처럼 유치한,
전직 거지, 현재 서점 직원인 깡마른 노총각 페르민씨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쉴틈 없이 지껄여지는 말을 듣다보면,
과장되어서 그렇지 사실은 그게 정석이며 아름다운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를 위해서도,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사랑하는 아줌마 베르나르다를 위해서 더 멋진 남자가 되겠다는-
그녀가 좋은 어머니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아버지 뿐만이 아니라, 아들에게 존경받고 사랑받을수 있는 진짜 "아버지"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는 페르민씨.
그녀가 사랑하는 그 모든 세속적인 것들을 지금까지 증오해왔으면서도,
단지 그녀가 믿고 사랑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따라가는 친절한 페르민씨.
아, 어쩔수 없는 로맨틱가이, 사랑스럽고나♥
귀여워 죽겠삼, 아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