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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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키퍼 2
킴 에드워즈 지음, 나선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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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키퍼 1
킴 에드워즈 지음, 나선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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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절 2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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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절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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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순간
에단 호크 지음, 오득주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그림쟁이가 그린 그림은 은연중에 자신의 분위기와 닮게 그리게 된다고들 한다.
어쩌다보면 생긴대로 사는 것같은 사람들을 볼수 있는데, 작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귀찮은 관계로(;;;), 작가의 사진 같은 것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편이고,
그래서 아는 작가들의 얼굴을 다 확인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소설은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와 닮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배우 에단 호크의 데뷔작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말 그대로 그가 생긴대로,
그에게서 느껴지는 그대로의 이미지와 무척 닮아있는 소설이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의 배우(얼마되지 않는다.)가 바로 에단 호크이다. 잘생긴 남자배우라고 단정지을수 없는 묘한 분위기, 아마도 살짝 망가진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나는 좋아하나보다.
 
책을 보면서 그의 영화 "청춘 스케치"와 "비포 선라이즈"를 떠올리게 되었다.
마치 비포 선라이즈로 시작해 청춘 스케치처럼 진행되는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이
그가 찍었던 몇몇 영화같기만했다면 조금 시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 밀려오는 입안을 쓰게 만드는 허무함은 이 책을 내고
그가 받았다는 언론의 찬사를 부끄럽지 않게 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윌리엄이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자 사라를 미워했다.
먼저 유혹해온 주제에 절대 자지 않는 여자,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면서 그 사랑이 부담스럽다는 여자, 결혼하자고 했더니 들은 척도 안하고, 멋대로 약혼을 떠벌리는가 하면 엄마의 걱정스러운 한마디에 결혼생각을 딱 접어버리는 여자. 자기가 떠나게 된다면 꼭 붙들어 달라고 부탁해놓고서는, 이별후에 그가 그녀를 붙들려고 하자 경찰에 신고해버리는 여자. 누가 사랑에 종속되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누군가의 여자친구로 남고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여자.
이 종잡을수 없는 변덕이 주인공 윌리엄 뿐만이 아니라 나를 지치게 만들어서 나는 사라가 너무 싫었다.

사랑에 있어서 열정적인 윌리엄, 울고 욕하고, 비난해도, 사라를 너무나 사랑했고 잊지 못해서
발광에 가까운 이별후를 겪는 윌리엄을 보면서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이럴까...하고.
그러나 그 역시 누군가에게는 사라만큼이나 잔인하고 매몰찬 사람.
이별후의 허무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를 두번이나 떼었던 여자에게 몸만을 바라는 엄청나게 이기적인 인간.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에서만 바라보면 알수 없는 것이 사람일이겠지.
아무리 헌신적이어도, 아무리 열정적이어도, 누구의 사랑이나 이기적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 사랑이란 원래가 그렇게 모두 일방적일수 밖에 없는 것일까.
둘이 사랑해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 것인지,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랑은 항상 불안정하고 씁쓸하다. 열정적이지만 불안정하고, 아름답지만 미숙한 스무살의 사랑들은 그렇게 씁쓸함만 남기고 끝나버린다.
소설의 마지막, 사라가 일하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이유없이 엄청나게 울어버리는 윌리엄은 아마도 그때 깨달았던 것 아닐까.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아팠어도, 시간이 지나면 이토록 뜨거운 순간도, 이토록 고통스러운 시간들도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더이상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고, 목소리를 못알아듣고, 마냥 담담하지만은 않게 다시 만났지만, 그저-그게 끝이었다는 것을.
고통스러운 이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그는 사라가 아니라, 사라를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기억을 사랑했던 것은 알게된 것은 아닐지....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 깨닫고나니,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슬펐겠지.
 
살이 베여 피와 고름이 쏟아져도, 언젠가는 딱지가 눌러 붙고 그 안에서 새살이 돋아난다.
절대로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도,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조차 잊어버릴 날이 오리라.
그렇게 어린 사랑은 성장통과 함께 자라나고, 다음번에는 좀더 차분하고 성숙된 사랑을 만날수 있을 것이다.
나의 스무살때는 어땠던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마음보다 몸이 먼저 나가고 생각해두었던 침착한 말보다는 욱하는 마음이 먼저 나가버리는 이 어설픈 사랑에 혼자 동감하며 웃음짓다가 씁쓸해했다.
에단호크의 첫 데뷔작이고,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라서인지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고 무척 솔직 담백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고, 배우가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에 약간 가볍게 생각한 점도 있었지만, 예상외로 상당히 와닿는 점도 많았다. 아직까지 깊이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모든 것이 성장하듯이 점점 더 성숙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무살보다는, 스무살을 훨씬 지난 사람들이 읽어야 동감할수 있는 이야기.
예쁘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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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2-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단호크 배우군요. 몰랐어요ㅋㅋㅋ
풋풋함이 묻어나는 책 같은데요. 와닿는 점이 많았다고 하시니...저도 한번 읽어볼래요^^

Apple 2008-02-0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에단호크 매력적인 배우이지요.허허
 
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문득 책 뒷편을 펴서 초판 발행일을 보니 1994년.
이 책을 알게되었을때는 이미 책이 절판되어서 더더욱 관심이 갔던 책이다.
무려 10년이 넘은 세월이 흘러 결국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게된 "표절"을 한장 한장씩 넘기며,
왜 이책을 이제서야 보게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장 한장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재밌고 감칠맛나는 책이 아닐수 없고나.
개인적으로 재밌는 점은 이 소설 "표절"이 마치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에드워드의 표절책처럼,
도서관에서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은 채 제대로된 자리도 꿰차지 못하고 푸대접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토토의 천국"이라는 영화를 보고 엄청 열광했었던 적이 있다.
다소 몽상적이고 따뜻해보이는 제목이지만, 그 영화는 한 소년이 자신의 인생이라 믿고 있는
옆집 소년의 인생을 평생에 걸쳐 집요하게 쫓고 빼앗으려는 심리 스릴러인데, 어떤 감정이 치열하다시피 집요하게 강조되어 나타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 영화는 무척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이 책 "표절"도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아주 좋아할만한 소설이었다.
뭔가에 깊이 몰두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을 바라보는 것은 참 재밌다.
그것이 사랑이든, 증오이든 상관없다. 두가지는 어차피 거리가 매우 먼 감정은 아니지 않나.
 
주인공 에드워드는 다소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양지보다는 음지가 어울리는 청년인데,
그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아마츄어 문학작품을 출간하는 일종의 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앞에 찾아온 양지의 청년 소설가 지망생 니콜라, 누구나 사랑할법한 외모와 거기에 어울리는 자신감, 이 니콜라의 후광에 반해버렸는지, 주눅이 들었는지, 에드워드는 니콜라가 어디선가 베껴온 소설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든 그의 표절 사실이 밝혀지지 않도록 교정작업을 봐주게 되고, 그로 인해 그의 친한 동료들도 그를 버린다.
어디서든 빛이나는 니콜라에 대한 선망과 질투와 집착, 몇십년간이나 이어지는 이들의 가식적인 우정.
후에 아주 유명한 소설가가 된 니콜라와
여전히 그의 작품을 교정을 봐주면서 출판계에서는 나름 한자리 꿰차게 되는 에드워드-
그냥 이대로 이런 관계가 이어진다면, 그 우정이 가식적일 지라도 영원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에드워드가 사실은 창작에의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백편의 명작이 태어나지만 그것을 글로 옮기는 순간, 초라한 쓰레기에 불과해져버린다는 것이다.
에드워드는 어찌됐든간에 자신의 머릿속을 글로 형상화 할수 있는 니콜라에 대한 열망과 질투심을 삭이며, 까탈스러운 왕자님의 비위를 맞추면서 말잘듣는 개처럼 꼬박꼬박 그의 곁에 머물러
언젠가 니콜라를 크게 헤하고자하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니콜라는 자신의 평생의 역작이라 할만한 소설을 들고오고,
출판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에드워드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젊은 시절 자신이 잃어버렸던 사랑이야기의 진실을 알게되고 그로 인해 터질듯 쌓여있던 증오의 불은 당겨진다.
에드워드는 복수를 꿈꾸기 실행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처절하고 치열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복수를....
 
어째서 이 소설이 재발간되지않는지 의아할 정도로 손에 땀을 쥐면서 보게되었던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은 꼭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 책을 가질수 없다는 사실에 책을 덮으면서 잠시 아쉬워졌었다.
에드워드가 니콜라를 파멸시키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과정은 한시도 눈을 뗄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고, 복수에 "표절"이라는 소재를 이용한다는 점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범죄이긴 하지만) 또한 독특하다. 독자로써는 화자인 에드워드의 감정에 맞춰져서, 이 에드워드의 위험한 행동을 지지할수 밖에 없는데, (악인과 선인의 구별이 확실하지 않은 이런 소설에서 주인공을 악인이라 치부하기는 뭣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에드워드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응원하게 된다. 종종 독자를 공범으로 만들어버리는 소설들을 보게되는데, 나는 그런 발상이 참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들 살면서 열등감을 느껴보지 않은 적 있을까.
누구든 살면서 나보다 잘나보이는 누군가를 헤하고자 하는 생각을 품어보지 않은 적 있을까.
베베 꼬인채 처절하게 파국을 준비해나가는 에드워드의 침착함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은
이 사람의 심정을 나 역시 조금은 이해할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재되어있는 취약점을 끌어내는 작가들은 내게 항상 너무나도 부러운 사람들이다.
 
꼭 다시 한번쯤 읽고 싶어서 어디선가에서는 다시 한번 출간되었으면 좋겠는 소설이다.
빌려보기에는 내 취향에 너무도 잘 맞는 책인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혼란과 삐둘어진 심사,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애증의 대 복수극.
정말이지 두근거리는 작품이 아닐수 없다!!!
아, 이 소설은 정말이지 짜릿하고 음흉하고 완벽하다!!!!!!!!
작가의 처녀작이라니...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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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8-01-3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음흉하죠^^

Apple 2008-01-31 21:07   좋아요 0 | URL
넵..^^그러고보니 이책은 물만두님 덕분에 알게되었던것같네요.
좋은 책 소개 언제나 감사..^^흐흐..

쥬베이 2008-01-3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좋은 책하나 알고 갑니다.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네요^^

Apple 2008-01-31 21:07   좋아요 0 | URL
넵..굉장히 재밌어요!!!>ㅅ< 강추하고 싶습니다!!
 
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사랑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빠르게 지나쳐 버리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랑은 사람의 인생을 변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이 많은 사람에게도 사랑은 사랑인 듯, 매몰차고 냉정한 사람에게도 사랑은 사랑이다.
인생을, 자신을 변하게 만들, 그 무언가.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나같이 기괴하고 지나치게 생존본능에 의존해 있어 간악해 보이기마저 한다. 190센티미터의 엄청난 장신인데다가, 사팔뜨기 눈을 가진 카페의 여주인 미스 아밀리아는 돈밖에 모르는 교활하고 억센 여자이고, 한때 그녀를 사랑해 결혼했으나, 단 몇일밖에 이어지지 않았던 기이한 결혼에서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남자 메이시는 그녀를 사랑하기 전까지는 악마에 가까울 정도로 타인을 괴롭히고 무시하는 못된 성미를 가진 남자인데다가, 어느 날 카페에 나타나 자신이 미스 아밀리아의 머나먼 친척이라 주장하고 나선 라이먼은 못생긴데다가 심지어는 간사하기 까지한 꼽추이다.
다른 소설에 나왔더라면 악역일수 밖에 없는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간악함을 가졌다는 점이다.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황무지같은 느낌은 아마도 이렇게 자신의 생존본능에 충실해 자기 인생만을 돌보기도 바쁜 주인공들에게서 풍겨져 나으리라.

평생 사랑한 것은 돈밖에 없는 무뚝뚝한 부자 여인 미스 아밀리아는
한때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해 구혼을 하고, 결국은 자신의 사랑을 받기 위해 전재산을 받쳐버린 남자도 돈만 받고는 차버릴 정도로 매정한 여자이다.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찾아온 어느 꼽추는 더러운 행색에 불쌍한 척 울기까지 하면서 자신이 그녀의 머나먼 친척이라 말한다. 동네 사람들은 매몰차기로 유명한 미스 아밀리아가 이 꼽추를 살해해 버릴거라고 생각하지만, 무슨 일에선가 그녀는 자신의 키에 반밖에 미치지 못하는 병약한 꼽추 라이먼을 사랑해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자기밖에 모르는 그녀는 변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서 카페를 개업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하고,
이 작은 카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하루를 이야기하는 공간이 따뜻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꼽추 라이먼에게는 못된 버릇이 있는데, 그는 여기 저기 끼어들기 좋아하며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친한 사람들끼리 이간질 시키는 것이 주 특기이다. 모두들 그의 그런 행동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한다.
왜냐면, 그는 교활하지만, 반면으로는 사교적인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고,
그에게 손끝 하나라도 댔다가는 미스 아밀리아가 자신을 파멸에 이끌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 아밀리아의 극진한 사랑은 이 작은 마을을 변화시킨다.
사랑하는 라이먼을 위해서라고 하기는 하지만,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녀의 카페는 나이든 자도, 지친 자도, 가난한 자도, 누구나 들러 사람과의 온정을 나눌수 있는 사랑방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래전 자신이 버렸던 남자, 모든 것을 잃고 사악한 본성을 되찾아 범죄만 저지르고 다니다가
오랫동안 교도소에 갖혀 있었던 메이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미스 아밀리아와 라이먼, 메이시 세사람 사이의 얽히고 설키는 삼각관계와 그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리는 슬픈 카페.
사랑으로 인하고, 사랑으로 파멸되는 사람들.
사랑 앞에서는 아이처럼 순수해지는 사람들.
그럼에도 사랑은 맹독이라, 누구의 사랑이나 결국은 짝사랑에 불과하고 자신을 고독하게 만들 뿐이라는 듯, 이 소설은 기이하기도 하지만, 기구하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누가 더 사랑하고, 누가 덜 사랑하고, 그런 문제로 마음을 졸일 나이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사랑과 상대방의 사랑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은 참 쓸쓸하면서도 어쩔수 없는 문제이다.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사랑을 받는 것, 사랑을 하는 것.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일때는 "나는 역시 사랑을 받고 싶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는 내가 사랑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이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고독을 더 처연하게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아마도 그 때쯤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을 해도 우리는 결국에는 혼자일 수 밖에 없고,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짐을 덜어주고 싶어도, 근본적인 문제는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슬픈 카페안에 갈 곳 없는 고독한 영혼들이 그득차 있어 그들이 온정과 연민을 나누어도,
내일이 되면 서로 뿔뿔히 흩어져 지친 삶을 또 이어가야 하듯이....
 
이 짧은 동화같은 이야기는 처연한듯, 쓸쓸한듯,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찌르는 고독함이 담겨있다.
책을 읽는 내내 "바그다드 카페"를 떠올리면서 읽어서인지, 소설이 더더욱 서글프고 황폐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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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1-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릭터가 인상적이네요, 좋은 느낌 받으신거 같아요
일단 보관함에^^

Apple 2008-01-29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짧지만 재밌어요...^^소곤소곤...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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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보자. 여자와 남자의 역활이 바뀐 세상을.
이런 상상력에서 시작된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 가상의 나라 이갈리아에서 사용하는 몇개의 언어를 익혀야한다.
그 사회에서 누구를 더 중심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언어들이 바뀐다.
이를테면, 영어에서 많은 단어들이 he를 중심에 두고 바뀌듯이 말이다.
man, woman-굳이 따지고 보면 woman은 man에서 파생된 소단어로 보이기도 하며,
왕국 kingdom 역시 여자 남자 다 살아가는데도 불구하고 중성적인 선택없이 king이 주체가 된다. (그러고보면 여자, 남자 역시, 아들 자(子)를 포함하고 있으니 마찬가지 아닌가.)
모계중심사회인 이갈리아의 말들 역시, 여성중심으로 바뀌어있다.
 
여자는 움, 그리고 남자는 맨움이라 부르고, (레디스 앤 젠틀맨은 로디스 앤 젠틀움이 된다.)
kingdom은 queendom이 되며, 그들이 믿는 신 역시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도나 제시카가 된다.(그리고 하느님어머니!라고 부르고, 믿을수 없이 황당한 순간, jesus!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donna!라고 말한다.)
이런 나라에서는 여자가 모든 주도권을 잡는다.
움과 맨움사이의 타고난 육체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움은 어린 시절부터 육체적인 힘을 기르고, 맨움은 아버지의 교육 아래 참한 신랑감이 되는 연습을 한다.
늠름한 움(여자)은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얌전한 맨움(남자)는 집안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살림을 한다. 이런 나라에서는 모든 기준이 움에게 맞추어져, 힘, 권력, 성적인 위치 모든 것에서 움은 맨움을 지배한다. 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윗도리를 벗고 다니고, 맨움들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기 위해,  "페호"라는 성기가리개를 착용해야하며, 움에게 잘보이기 위해 꽃 페호, 망사페호, 레이스 페호같은 것을 착용하기도 한다. (치마도 맨움이 입고, 맨움은 움에게 사랑받아야 하므로, 턱수염을 예쁘게 파마해야할 의무가 있다.)
움은 맨움보다 자연에 가까운 존재이며 아이를 낳는 거룩한 일을 하므로 움은 더 우월하며,
그들의 첫월경은 세상사람들에게 모두 축하를 받아야하며, 이 나라에서 가장 성대한 축제는 월경축제이다.
물론 피임도 맨움의 몫이며,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맨움의 몫이다.
그들이 결혼해 서로의 배우자가 되기 위해서는 맨움은 움이 원할 때 그들을 임신시키고,
'부성보호'라는 시스템을 통해 움에게 "간택"되어야 한다.
부성보호를 받지 못하는 맨움은 사회의 지탄을 받거나, 가난하고 비참하게 겨우 목숨만 부지하는 삶을 살게되므로, 부성보호란 이갈리아의 맨움에게 있어서 평생의 꿈이다.

여자와 남자의 성역활이 완전히 반대로 바뀐 소설이고, 남성중심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여자인 나조차도 어색함에 끊임없이 피식피식 웃어가며 읽게 되는 소설이지만, 뼈를 담고 있는 유머같은 이 소설이 남성중심의 사회속에 담긴 남녀차별 문제를 수도 없이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여자로 태어나 살면서, 나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내게 약간의 남성혐오증이 있기 때문인데, 사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은 적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런 혐오증을 가진 사실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반항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많은 남자들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좋아한다"는 의미가 성적인 의미에 그친다는 것 또한 안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어하고, 책임지고 싶어하고, 여자의 몸도 영혼도 사랑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를 존경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여자는 연인이고, 배우자이고, 어머니이며 할머니이지만, 스승은 될 수 없다.
그것은 여자가 더 못났기 때문이 아니라, 여자는 그런 대상으로 여길수 없다는 암묵적인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말속에 은연중에 깔린 여자에 대한 경멸과 무시, 가부장적인 메세지를 여자인 나는 종종 느끼는데, 그것이 비단 남자들 자체가 여자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거나, 대놓고 무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교육되어 관습화 되어진 여자의 위치와 성역활이 그들에게 그런 생각을 가져다 주고 있음도 나는 알고 있다.

어떤 사람과 이야기 도중에 그는 말했다.
결국 역사를 만든것, 이 세상을 만든 것은 남자이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자는 남자가 만들어놓은 것에 해택을 받지 않았느냐고.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만약, 남자가 없었다면 역사가 없었을 것 같냐고. 남자가 하는 생각을 여자는 못할 것 같냐고.
남자가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든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수없이 밖으로 나오려는 여자를 막았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냐고.
남녀의 역활이 바뀌면 어색할 것 같지만, 여성중심 사회인 이갈리아를 바라보면 여성중심의 세상 역시 어색할 것은 없다. 사회적 통념에 따라 사람은 많은 것이 바뀐다. 이갈리아의 움들이 근육질의 여자들인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보고 누구나 패미니즘을 논하지 않을수 없지만, 패미니즘 자체가 차별적인 개념으로 보이는 나는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없다. 과거에도 지금에도, 아무리 평등해 보인다고 해도 암묵적으로 깔려있는 차별은 존재해왔고, 남자는 여자를 여자로 보기이 전에, 인간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얼굴, 그들의 몸, 그들의 영혼을 사랑하기 전에, 인간으로써 살아온 그 세월 역시 이해하고 알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부터가 평등의 시작이지 않나 싶다.
여자로 태어나서 부끄러웠던 경험, 여자로 태어나서 서러웠던 경험-
"비교적" 평등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그런 경험을 가진 여자는 아직도 수도 없이 많다.
적어도, 태어난 것 자체가 수치스러워지는 그런 사회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당신이 만약 남자라면, 남자의 우월함을 말하기전에, 여자가 받은 억압 역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것이 당신의 어머니의, 당신의 연인의 길고도 서러운 역사이니까.
 
지금같은 세상에서는 노골적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일들이지만,
여성 억압의 역사, 사회적 차별과 여성 자체의 각성을 통해 패미니즘이 시작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이갈리아라는 가상의 국가속에서 입장을 바꾸어 풀어놓은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
한편으로는 통쾌하고, 한편으로는 우습고, 또 한편으로는 씁쓸한 코미디인데,
소설속의 많은 사건들과 행동들이 다소 극단적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게 되는 재미와 은근한 통쾌감이 있다.
글쎄..이 소설을 굳이 패미니즘의 입장에서만 봐야할까. 소설로써도 충분한 재미를 주고 있는데.
패미니즘에는 그다지 관심없는 나에게는 재밌는 상상력과
여성중심으로 모든 단어 바꾸어놓는 작가의 센스가 더욱 돋보였는걸.
내가 너무 단순하게 읽은걸까.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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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8-01-2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오래 전에 읽었지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리뷰를 보니 다시 읽고싶어지네요.

Apple 2008-01-2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참 재밌는 책이었죠.^^

쥬베이 2008-01-2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과 여성이 바뀐 세상을 이야기하는 책인가봐요
설정만으로도 느낌이 옵니다ㅋㅋㅋ
페미니즘적 해석이 불가피한 소설이란 느낌??

Apple 2008-01-29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거죠.
하지만 참 재밌는 책이예요. 쥬베이님에게도 추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