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도서출판 <해냄>에서 발간된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
2년전쯤에 읽었던 주제 사라마구의 "모든 이름들"의 재발간작으로, 눈먼 자들의 도시-눈뜬 자들의 도시와 시리즈로 만들려는지, 이런 이름으로 다시 나왔더라.
발간된 사실은 알고 있었고, 그 소설이 이 소설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오늘 교보문고에 갔다가 우연히 책을 들춰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럴수가. 2년전 책을 읽고 책 리뷰를 블로그에 올리고 알라딘에 있는 내 서재에 함께 올렸었는데,
내 서평에서 일부 발췌한 글이 책 소개글로 띠지에 인쇄가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 건조하고 쓸쓸한 얘기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는
나 역시 죽은 후에는 서서히 존재감을 잃어갈 너무도 평범한 사람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원본글 : http://blog.aladin.co.kr/midnightclub/833306)

이 부분이 발췌되어 알라딘에서 독자 Apple이 썼다고 되어있었다.
뭐랄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내가 쓴 낯익은 구절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저 독자일뿐인 사람의 책 서평같은 것에는 저작권도 없다는 듯, 내게 한마디 말도 없이 함부로 사용되는 것을 보니 무척 당혹스럽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달까.

한줄밖에 없는 개인적인 글이라해도 누군가가 훔쳐다 자기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기분이 상할수 있는 문제일수도 있는데, 하물며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 남의 글을 상의없이 훔쳐간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내가 예민하게 굴기 때문일지...
내가 무슨 거대한 이익을 바랄 것도 아니고, 한마디 의향을 물어봐주는 것이 그리도 힘들었을까.
 
아무튼, 출판사에 항의를 해봐야겠다.
살다보니 이런 일이 다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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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6-22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의하세요. 거참 해냄. 제목도 전히트작꺼 업어가는 것 같아서 완전 맘에 안 들었는데, 그런 만행을 저질렀군요. 항의노하우는 '출판사및 인터넷서점 전문항의원' 하이드'에게 ㅋ

Apple 2008-06-22 03:51   좋아요 0 | URL
출판사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사이트 공사중이더라고요..ㅠ ㅠ
메일을 보내기는했는데, 받아볼려나 모르겠네요. 뭐 기발한 항의노하우라도 있으면 알려주세요 하이드님..-///-굽신굽신

쥬베이 2008-06-2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좀 너무하네요.
말 한마디라도 해주는게 예의고, 왠만한 출판사는 다 그렇게 하는데...

확실하게 따지세요~ 메일로 반응없으면 전화하세요. 전화가 짱입니다ㅋㅋㅋ
해냄 책 몇권 준다고 하면, 비싼 책으로만 달라고 하세요ㅎㅎㅎ

Apple 2008-06-22 19: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저도 오늘 교보에 가지 못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뻔했습니다;;;핫;;;=_=;
일단 해명을 요구하는 메일은 보냈고요. 담당자가 답장을 줄런지 모르겠네요. 전화를 해볼까나 말까나...생각중이예요.^^

하이드 2008-06-2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비즈니스 실용서가 많으네요. 이외수책들과 마이크로트랜드가 눈에 띈다는.. 응? 왜 찾아본건데? ^^

1. 메일 보낸거 기다려보시구요. 메일 안 오면 두번, 세번까지 보내구요. (나중에 세번이나 보냈는데! 라고 말해야죠)
2. 홈페이지 오픈하면 게시판에 올리구요
3. 알라딘에 연락하세요. 알라딘에 올라온 리뷰가 저작권자의 동의없이 상업적으로 도용된 것이니깐요. 알라딘 측에서도 몰랐겠지만, 책임이 없다할 수 없지요. 개인이 연락하는 것보다 알라딘에서 연락하는 것이 더 빠르기도 하구요.

뭐, 일단 생각나는건 이정도? ^^

Apple 2008-06-22 19:09   좋아요 0 | URL
오오~역시!!!!+_+
항의노하우 적극적으로 참고해보겠습니다!
알라딘에 연락하는 방법도 있었네요. 생각해보지도 못했는데....흐흐..
감사합니다.^^

해냄출판사 2008-06-2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해냄출판사 주제 사라마구의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편집담당 이진숙입니다.
올해 2월 초 이 책을 재출간하면서 미처 독자님께 독자서평에 대한 사용허락을 구하지 못하여 이처럼 독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린 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최종적으로 띠지 카피를 수정하면서 허락을 구하는 작업이 누락된 것에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여 이런 불상사를 초래했습니다. 비록 늦었습니다만, 독자님께 정중히 사과말씀 드립니다. 아울러 문안사용을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회사로 메일 주셨다고 하셨는데, 현재 저희 홈페이지 공사중이라 메일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시면 저의 메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Apple 2008-06-23 14:37   좋아요 0 | URL
이런 출판사인지 몰랐는데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주제 사라마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중에 하나라서, 책이 나오면 열심히 읽어보려고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쓴 서평이 이렇게 이용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중히 사과하신다니 사과는 받아들이겠지만, 책이 다 깔린 지금에 와서야 제가 글 사용을 허락을 하든 말든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네요.

2008-06-24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4 0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8-06-2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도 아니고 출판사 편집자가 저작권에 대해 이정도 개념밖에 갖고 있질않나하는 생각이 들어 실망스럽네요.

Apple 2008-06-24 23:00   좋아요 0 | URL
저도 당황스럽네요;;

쥬베이 2008-06-2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즈님 어떻게 됐어요??? 나중에 후기(?) 써주세요-_-

Apple 2008-06-24 23:00   좋아요 0 | URL
아직 얘기하고 있는 단계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참 여기 쓰기도 뭣하고...음...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1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1
최혁곤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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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쯤이면, 황금가지에서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을 보게되는데,
같은 컨셉으로 매년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제는 연간지같은 느낌이 든달까.
우리나라의 공포문학이 짜임새있게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나,
가끔씩은 소재의 선택이나 몇몇 설정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웠었다.
(특히, 아내의 외도가 설정되어있는 단편들은 이제 식상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에 반해 최근 조금 조용히 등장한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은 공포문학 단편선에서 느꼈던 소재의 식상함은 많이 벗어나 있는 단편 모음집이다. 여기에 실린 열가지 단편중에는, 스파이 스릴러를 비롯해, 형사 추리물, 고전적인 트릭위주의 추리물, 공포스릴러, 팩션등등, 추리물에서 나올수 있는 세부적인 풀이 방식을 저마다 다르게 사용해, 확실히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보다 좀더 짜임세 있고 차분하며 참신하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대부분이 20,30대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완전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조금 더 지켜보고 기대할만한 작가들이 꽤 눈에 띄어서 작가 이름을 곱씹어 보기도 했다.
 
<B컷>으로 미리 접했던 최혁곤의 <푸코의 일생>은 "푸코"라 이름지은 짖지 못하는 개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듯한 킬러가 등장하는 단편으로, 개인적으로 B컷에서 느꼈던 감상과 비슷하다. 주인공의 직업을 달리 설정했더라면 조금 더 참신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으려나 싶기도 하다.
소설에서는 많이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너무 먼 청부살인업자의 이야기들은 비정한 거리의 느낌이 들게 만들어서 현실에서 느낄수 없는 비정한 스릴감을 느끼게 하기는 충분하기는 하지만, 킬러가 등장하는 스릴러를 너무 많이 봐서인지, 이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직업이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지.
막판에 킬러의 뒷통수를 치는 반전이 하나 등장하는데, 반전 자체보다는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안정적인 느낌이 더 부곽되는 단편이다. 왜인지 모르게 최혁곤의 글에서는 어딘지 뒤가 캥기는 듯한 비릿함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을 조금 더 살린 작품을 만나볼수 있다면 좋겠다.
 
이대환의 <알리바바의 알리바이와 불가사의한 불가사리>는 제목부터가 참으로 아스트랄하더니만, 굉장히 참신한 구조로 이루어진 단편이었다. 밀실 트릭을 독자가 추리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참신하고 새로운 느낌이 드는 단편이었던 반면, 글이 산만한 나머지 가독성이 떨어져서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유철의 <암살>은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단편으로 냉정하면서도 조리있는 문체가 무척 매력적인 작품이다. 제주 4.3 항쟁을 배경으로 박대령의 의문의 암살을 추리해나가는 단편인데, 앙리라는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독자 역시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이야기의 안정감과 무게감있는 문체가 멋진 작품이었다.
 
류삼의 <싱크홀>은 아마 <사이코>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사이코>를 떠올릴만한 작품이다. 남편이 집을 나가버리고,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여자가 납치당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단편인데, 일단은 잘 읽히고, 독자를 끌어다니는 매력이 있긴 하지만, 어딘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이 계속 이어지는 점이 아쉽다. 물론 <사이코>를 처음부터 염두해두고 그렸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작품 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계열의 공포 스릴러 작들에서는 많이 등장했을 법한 이야기가 줄줄 이어지는 느낌이라 재밌었음에도 참신함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느낌이다.
 
나혁진의 <안녕, 나의 별>은 여러모로 고개가 갸우뚱하게 만드는 단편이었다.
죽은 여자가 죽기전에 남긴 다잉메시지의 풀이까지는 고전적이라 생각하고 수긍할수 있겠지만, 모든 주인공들의 심리상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달까. 어찌보면 다잉메시지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나머지 이야기를 끼워 맞춘듯한 인상이 든다. 과거에 외모에 그렇게나 집착하던 소녀가 불과 몇년 새에 자기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별볼일 없는 외모의 남자를 사귀는 것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지고,(중간에 마음을 바꾸게 된 큰 계기도 보이지 않고...) 전학온 여학생이 주인공 소녀와 좀 친해지게 되었다고 해서 대학을 보내려고 기를 쓰고 공부를 시키려는 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또 한때, 애들 돈도 좀 뺏고, 동네에서 침도 좀 뱉어봤을 것 같은 미미라는 여자아이가, 후에 자신의 이런 점을 전혀 모르고 예쁘고 귀여운 아가씨로만 알고 있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과거를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여자를 주인공으로 했을 때는 여성 심리를 조금 더 알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강지영의 <거짓말>은 이 단편집 최고의 작품이라 말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사채에 시달리는 여자, 여자에게 반해 결혼했지만, 결국은 무관심해진 남편, 그리고 그녀를 따라다니는 사채업자, 그리고 얼떨결에 두건의 살인을 저지르고 갈곳도 없는 여자를 덜컥 집으로 데리고 온 의문의 남자. 네명이 등장해 참으로 기이하고 구슬픈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와 함께 신비감마저 느껴지는 미옥이라는 여자주인공의 알수없는 침묵들이 차근차근 풀어져 다 읽고 났을 때는 마음이 아려왔다. 이 단편집은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꼭 보고싶다.
 
정명섭의 <불의 살인>은 고구려시대를 배경으로 우연과 필연이 겹쳐지면서 벌어진 방화사건을 다루고 있는 단편이다. 인간의 욕망은 계기만 생기면 불처럼 번지는 것인가보다. 아주 재밌지는않았지만, 적절한 재미는 보장하는 안정적인 작품이다.
 
박지혁의 <일곱 번째 정류장>은 <거짓말>과 함께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다.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한 남자와 그 남자가 반해버린 치과 여의사의 이야기. 한 남자의 짝사랑이야기가 어떻게 스토커 노인의 욕정살인으로 번지는지, 내막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 참 재밌고, 풀이 과정도 설득력 있고, 몰입도도 훌륭하다. 다 읽고나니 마을버스 운전사가 불쌍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짠했다. 짝사랑이 무슨 죄란 말인가!!!
 
한이의 <피가 땅에서부터 호소하리니>는 내 이해력 부족인지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겠는 작품이다. <오리엔트 히트: 스푼 메이커스 다이아몬드>는 독특하게도 스파이 스릴러인데, 분위기는 잘 살리고 있으나 얘기가 너무 평이하달까. 그럭저럭 읽기는 했지만 큰 재미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 베스트를 뽑아보자면, <암살> <거짓말> <불의 살인> <일곱번째 정류장>을 꼽을수 있겠고, 이 작품들만으로도 이 단편집은 단편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쉬운 작품도 있었고, 의외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작품들도 있지만(그런 작품들은 꼭 몇번씩 더 읽어보게 된다.) 앞으로도 이런 기획단편집은 또 보고싶다.
사람마다 개인 취향이 있어서, 장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단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짧은 호흡에 긴 여운을 남기는 단편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런 단편집은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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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6-20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즈님 설명만으로도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의 모든 작품을 읽은 듯 해요^^
좋은 서평 잘 봤습니다^^

Apple 2008-06-22 00:20   좋아요 0 | URL
헤헤....이런 허접한 리뷰를...^^;;핫핫...재밌게 보셨다니 감사..
 
천둥의 계절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쓰네카와 고타로가 만들어낸 가상세계 <온>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제외하고도 "천둥의 계절"이라 불뤼는 계절이 하나 더 존재한다. 천둥의 계절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심판의 계절이며, 이 계절동안 사람들은 집에 칩거하면서 조용히 천둥의 계절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기는 기다린다는 것, 비틀즈가 말하듯 Let it be와도 같은 다소 수동적이면서도 순응적인 삶이 <온>을 이루는 모토가 되고 있어, 이 나라에는 싸움도 분쟁도 없다.
일본에서 조금 벗어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온>, 하계인간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영원한 유토피아같은 곳.
전형적인 환타지 소설에서 의례 그렇듯, 역시 소년 주인공은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계인간이기 때문에 늘 외톨이였던 주인공 겐야는 누나가 사라지던 어느밤, 자신의 몸에서 다른 존재를 느끼게 된다. 바람와이와이-악인이 죽으면 된다던 그 마물에 씌인 채, 겐야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하계인간인데다가, 바람와이와이에 씌였기 때문에 이미 <온>에서의 신뢰를 보장받을수 없는 상태여서, 겐야는 하계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은 어린 아이, 바람와이와이의 인도에 따라 소년은 서서히 자신의 강함을 발견해나가기 시작한다.
 
쓰네카와 고타로의 지난작 <야시>와 비교해볼 때, 기묘한 공포를 제거한 듯한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이지만, 간결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알수 없는 향수는 여전히 존재하는 소설이다. 상실에 대한 향수랄지, 지나온 시절에 대한 향수랄지. <야시>처럼 어린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던지, 어른다운 강함이 존재하기는 어려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어딘지 나약하고 무기력한 느낌이 풍기는 점이 쓰네카와 고타로의 소설에서 기묘하면서도 동시에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에, 나는 종종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이를테면, 캔디처럼 사실은 내가 고아이고 지금의 내 부모님은 나를 키워주는 부모님이다 라던가, 내 부모는 사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나를 애타게 찾고 있을거라는 상상. 딱히 현실이 불행해 미칠 것 같아서가 아니다. 그저 심심했기 때문에, 그런 상상들이 내게는 하나의 놀이였기 때문에, 나는 내가 고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단한번도 상심하거나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상상은 다른 세계와 다른 나를 경험하는 은밀한 쾌감과 동시에, 너무나 지루하고 똑같은 일상의 하나의 도피처일 뿐, 그 이상 그런 상상을 완전히 믿어버릴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쓰네카와 고타로의 소설에 등장하는 환타지들은 꼭 그런 어린 시절의 몽상같은 느낌을 준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 일어나지 않을 일을 부풀려 상상하는 것- 그런 느낌이 어린 시절의 몽상으로 회귀하는 향수병을 불러일으킨달까. 짧고 간결하면서도 나른한 분위기 역시 그런 몽상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크게 재밌는 것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어딘가 데자부를 느끼게 되는 작가가 내게는 쓰네카와 고타로인 것 같다.
장편이어서인지, 지난번의 <야시>보다는 조금 산만한 편이고,(물론 그만큼 드라마적인 요소도 들었다.) 초반부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또 나온다는 쓰네카와 고타로의 <가을의 감옥>은 왠지 기대심 만발하게 하는 작품이어서 앞으로도 또 쓰네카와 고타로를 읽게 될 것 같다.
 
p.s 책 장정이 예쁘다!! 같은 작가의 소설들은 왠만하면 비슷한 컨셉으로 나와주었으면 하는데 딱 좋은 케이스이다.
일러스트 표지가 유행이긴 하지만, 많은 경우에, 책 자체의 매력을 반감시키거나, 책을 펼쳐보기도 싫게 만들거나, 마치 팬시처럼 느껴져서 그 가벼움에 질려버리게 되곤 하는데, 노블마인에서 펼쳐내는 쓰네카와 고타로의 책들은 일관성있는데다가 일러스트도 소설과 무척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든다. 이대로라면 표지모으기 위해서라도 구매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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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6-20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S부분은 저도 이야기한 부분인데, 표지가 참 인상적이에요^^
특히 통일성이 있어서 좋아요ㅋㅋㅋ
이 서평 읽으며 느낀 거 --> 시즈님 글 참 잘 쓰신다^^ 글을 맛깔지게 쓰세요ㅋㅋㅋ

Apple 2008-06-22 00: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리고 책도 무척 예쁘고요..^^ 아무래도 책이 내용이 꽉꽉 들어차있는 책은 아니다보니 장정이 이정도는 되어주어야 돈주고 사는 사람들은 만족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날개는 언제까지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
가와카미 겐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내 이팔청춘시절을 떠올려본다. 또 내 스무살 시절도 떠올려본다.
더 어릴 때는 인생이 시트콤처럼 이어질거라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매일 같이 다른 이벤트가 있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만들어지고, 즐거운 친구들이 곁에 있을 거라고-그렇게 상상해보곤 했다.
그때는 세상이 좀더 재밌어질테고, 좀더 행복할거라고 생각했었다.
이제와서 떠올려보니 모든 것이 환상이지 않았나 싶다. 내 다섯살시절이나 열다섯시절이나 스무살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게 하루하루가 별 일 없이 이어졌고, 일상은 늘 똑같아서 어제나 오늘이나 크게 다를바가 없었고, 자고 일어나면 또 별다른 다음 날이 오는 것은 똑같아서 어느 순간인가 특별한 일상이 이어질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게 되었다.
 
내 사춘기 시절에 행복한 시절이 있었던가. 물론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고 우울했던 시절은 더 많았던 것 같다. 무언가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도, 내가 남들보다 특별히 불행했기 때문도 아니다. 단지 사춘기 시절은 그런 감정을 갖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삐뚤게 생각하기 시작하고, 감정은 불완전한 시기 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수많은 사소한 사건들 중에는 웃음이 나게 만드는 사건들보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화가 나고, 우울해졌던 사건들은 더 많았고, 어린 시절에는 이해할수 없는 어른들의 세상과 나의 부조화때문에 분노한 적이 사실 아주 많았기 때문에, 세상은 독처럼 느껴졌었고, 나는 가끔씩 그 세상이 싫어 세상에서 도망가곤 했었다. 자신만의 공간으로, 아무도 없고, 내가 나이기만 하면 되었던 곳으로.
딱히 행복하지도 않았지만 불행할 것도 없었던 하루하루, 다소 어둡고 격앙되어있었고, 불만에 가득차 있었지만, 그런 유년들이 내게 독이 되는 것 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하나씩 세상을 알아가는 단계가 아니었을까.
 
사춘기가 무엇일까, 이 책을 떠올리며 생각해보았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도기, 어린 시절과 작별을 고하고, 상실감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 시절이 사춘기가 아닐까. 그런 과정에서 슬픔이나 우울함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고뇌할수 있는 것 역시 청춘의 권리니까.
책을 읽으면서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던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었다. 내가 지나온 사춘기의 내 모습과 너무도 달랐기 때문에. 세상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고, 빛나기는 커녕 감정의 혼란이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졌던 그런 시절이 이 소설에서는 너무도 환상적으로 그려지고 이기 때문에. 어떤 청춘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처럼 아름답고 용기와 패기가 넘치기만 하는지 궁금하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지나치게 과장된 만화주인공처럼, 매일매일이 즐겁기만 하고, 어른들의 세상에 쌓였던 분노를 꺼리낌 없이 표출하고, 쉽게 쉽게도 친구가 된다. 청춘의 극히 일부분만을 바라보는 것처럼,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너무 잘나 왕따 당한 여자아이는 전학와 자신을 숨기면서 살게되는데, 같은 반 남자아이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어 세상속으로 쉽게도 뛰어든다.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피아니스트처럼 피아노를 치고, 같은 반 남자아이 앞에서 알몸을 보이는데도 별 꺼리낌도 없어보이며, 책에나 나올 법한 멋들어진 문장들을 잘도 읊어댄다. 겨우 열네살의 여자아이가. 상처도, 쑥쓰러움이나 미숙함도 없는 아이들, 감정이입이 조금도 되지 않는 과한 행동들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읽으면서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은 이런 비현실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이 세상에 동화되어가는 과정이 너무도 쉽고 간편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발 이렇게 흘러가지만은 말아다오'하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순간 딱 그대로 소설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동창회만은 하지 말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동창회에서 옛추억을 되씹으며 끝이 난다. 아...이 책을 읽는 것이 시간낭비였다는 생각은 왜드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초현실적인 환타지소설에 가까운 소설이었던 것 같다.
상처없는 청춘은 조금도 매력적이지 않다. 완전무결한 청춘 역시 비현실적이기 그지 없다.
야구와 비틀즈, 바다와 캠핑, 청춘과 풋사랑-어디선가 수백번은 봤을 법한 이미지들이 조금도 특별할 것없이 차곡차곡 이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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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8-06-2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한개짜리다!!ㅋㅋㅋ
그래도 이상하게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성장소설 좋아하거든요^^

Apple 2008-06-22 00:21   좋아요 0 | URL
저도 성장소설은 좋아하는데, 뭐랄까..조금 오버가..^^;;켁...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6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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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동화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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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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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22일에 저장
품절
GOTH 고스- 리스트 컷 사건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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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1
최혁곤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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