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도시 - In Brug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역시 우리나라 식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이다. 제목과 포스터만 보면 하드보일드 액션영화인줄 알겠다.
내가 영화 제목을 살짝 바꾸자면, "킬러들의 유머"정도가 딱이겠다.
막상 포장을 까놓고 보면, 이 영화 상당히 큐트하다!

중세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도시 브루쥐로 가게된 두 킬러. 거기서 자신들에게 내려질 어떤 지시를 기다리며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고 있는데, 중세시대스타일의 도시에 감탄해 일반 관광객이 되어버린 늙은 킬러 켄과 달리, 젊은 킬러 레이는 시궁창같은 도시라며 투덜대기 일쑤다.
연륜이 느껴지는 킬러 켄과 시종일관 눈치없는 욕설이나 퍼부어 대는 경박하기 이를데 없는 레이는 대체 이곳에 왜 오게 되었을까?
영화 중반쯤 까지도 그들이 벨기에의 한적한 도시에 떨구어진 이유는 등장하지 않고, 다소 소심하고 쪼잔하면서도 어딘지 기묘하게 귀여운 유머들이 계속된다. (이 유머가 그리 대중적인 유머코드는 아니니, 누구에게나 웃긴다고 보장할수는 없겠다. 개인적으로 "버팔로 66"식의 유머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물들이 하나같이 어딘지 굉장히 허술해서 그 점이 웃기는데, 그들에게는 어떤 투철한 직업정신이 있고, 나름 상처도 있다. 그 점이 더 기묘해서 계속 웃게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괜시리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한다.
참 진짜 뭔가 이상하고 기묘한 영화인데, 정말 귀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Vicky Cristina Barcelon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발 이런 제목은 지양해 달라! 영화가 급 싸구려 되는 느낌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우디알렌의 영화를 보면 요점이 뭔지 모르겠다.
영화라 너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너무 즉흥적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항상 우디알렌의 영화를 볼때면 영화 만들면서 스토리를 쓰나? 하는 느낌이 든다. 예측 불허? 이런 느낌이라기보다는 내게 요점 없음! 으로 보인다.
드라마라기에는 가볍고, 로맨틱 코미디라기에는 기묘한, 이상한 기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이 딱 적당하겠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점때문에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정도 확실한게 좋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하고싶은 얘기를 잘 모르겠다.
말하고 싶은게,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움에 대한 얘기인지, 우연히 만난 여행지에서 만난 한때 불같은 사랑인지, 이상하게 바뀐 제목처럼 하비에르 바르뎀-페넬로페 크루즈-스칼렛 요한슨의 "내 남자도 좋고,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서 우린 셋이 사귀기로 했어"라는 건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어쩌면 내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영화속의 스칼렛 요한슨은 대체 뭘 하는 여자이길래, 12분짜리 단편영화 하나에 등장한 무명여배우 주제에 몇달씩 여행할수 있는 재력이 있는거지???하는 현실적인 불만도...

그래도 영화속의 바르셀로나는 아름다웠고 (가보고 싶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불꽃연기(-ㅠ-;;;)도 좋았다.
역시 유럽에 미국인이 서있으면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리 스칼렛 요한슨처럼 다소 화려한 외모를 가진 여자라도, 대충 끼워입은 듯 살짝 부담스러운 듯한 유럽인들의 찐한 외모앞에 서면 뭔가 촌스러운 시골여자 같아지고.
간지가 달라 간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이 포스터 정말 너무 싫다. 러브액츄얼리냐??????????

강렬한 정사씬으로 시작하는 이영화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전에"는 포스터에 나와있듯이 가족잔혹사를 다룬 영화인데, 영화 거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잔혹"의 배후에 깔려있는 가족의 잔혹한 역사가 더 인상적이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는데, 왜 항상 더 아픈 손가락이 있어서 나머지 손가락들을 섭섭하게 하는걸까?
무능력하고 불안정한 동생 행크, 돈은 없고 많지 않은 나이에 자식이 딸렸고, 철없는 딸은 학교에서 가는 130달러짜리 라이온킹 관람을 하고싶다고 칭얼대고. 이때 한탕하자는 형의 제안에 흔들리지 않을수가 없다.
그러나 먼저 말했듯이 약간 모자란 캐릭터인지라, 실수를 해버리고 말고, 얘기는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능력있고 느긋한 형 앤디. 예쁜 마누라에, 별로 어려울 것없는 생활에 뭐가 부족해서 이 사람은 보석점을 털자는 생각을 하게되었을까. 마누라와 남미에 가서 평화롭게 살고싶다는 욕망? 연봉이 10만불되는 이 남자에게 그게 그리 불가능하고 절실한 소망이었을까? 털려고 하는 보석상은 또 왜 하필 부모님이 경영하는 보석상이었을까?
여러가지 불안정한 힘을 가지고 영화는 거의 두시간 가까이 진행되는데,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내재되어있는 가족에 대한 분노가 서서히 터지는 꽤 예리한 영화였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잔혹할수 있는 가족이라는 존재. 가족이 사랑이라는 둥 하는 교과서적인 말은 집어치우고, 우리는 얼마나 폐쇄적으로 가족을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나를 모르는 존재. 한가지 이미지를 만들어놓으면 그 이상의 나는 없다고 생각하는 독단은 가족에서부터 시작. 세상이 원래 그런거라는 건 어린 시절 겪는 작은 사회 "가정"이라는 테두리안에서 형성되는 절망일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막장인생을 선사하게 되는 콩가루 가족 비극사.

p.s 마리사 토메이 언니 많이 늙었다...앵앵대는 목소리 때문인지 주로 정부인 역활보다는 첩같은 역활으로 등장하는 듯..-_-; 약간 머리빈 팜므파탈이랄까. 그래도 몸매는 여전히 굿굿★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9-06-02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몸매 정말 좋죠? 그 나이에 그 몸매라니!

마지막에 가방 싸들고 떠나면서 남편한테 차비 달라고 할 때는 정말이지 아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Apple 2009-06-02 19: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나이든것같아서 안타까웠어요.ㅠ ㅠ
나름 아끼고 있던 언니인데...흐흑..
 
박쥐 - Thirs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보는 내내, 왜 이렇게 우왕좌왕한다는 생각만 들었던건지 모르겠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기괴함과 신비함 뒤섞인 박찬욱 스타일이 딱 드러나며, 성의있게 보았던 초중반부와 달리, 우왕좌왕,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고 버벅대다가 농담했다가 지혼자 울었다가- 원맨쇼로 마무리짓는듯한 후반부. 초중반부가 계획성있게 짜내려간 정교한 디자인화같았다면, 후반부는 유치원생이 크레파스로 찍찍 그려버린 막그림같았달까.

욕망과 박애의 충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거 안다...-_-
그래서 뱀파이어라는 폭력적인 존재를 신부에게 씌웠고, 성경에서 금하는 내이웃을 아내를 탐하게 되고, 어쩔수 없이 살아가는듯한 무기력한 그 여인이 사실은 온갖 인간 극단의 욕망을 가진 여자였고, 송강호 자신이 인간이며 흡혈귀인 이도저도 안되는 박쥐에 속하는 존재이며, 포스터에서 두 인물이 뒤집힌듯 보이듯이 김옥빈이 그 자신의 욕망을 가장 원초적으로 보여주는 거울같은 존재이고, 자신이 만든 괴물의 죄까지 끌어안고, "예수"처럼 자멸한다......하고싶은 얘기는 이거잖아.
당신 스타일대로 가장 불경스러운 방법으로 성경을 패러디했던 것 같은데...
하려고 했으면 좀더 명백히 메시지를 표현하던가, 이건 뭐, 네이버 영화평에서 보듯, 흡혈귀판 사랑과 전쟁이라는 표현에 꽂혀버리게 만드니 원...
정말 예상밖으로 생각할수 있는 제일 최악의 뻔한 전개만 보여줘서 그 점이 더욱 놀라웠다.
그래서 다 보고 나니 대체 뭘 하자는 건지, 무슨 얘기가 하고싶은 건지 알수가 없어졌다.

찜찜함과 불쾌함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감각을 불쾌하게 해달라!
나름 집어넣으려던 철학적이 메시지는 대충 얼버무리고 천박한 개그만 남아버린 것같은 불쾌함을 남기도록 영화를 찍었다면 당신은 능력자..-_-
겉멋만 들었다는 생각은 괜히 드나.
키치에 꽂혔었던 복수삼부작. 그래. 뭔가 기괴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점이 딱 영화속의 미술과 잘 어울어졌다.
이번에는 오리엔탈인가. 내 어린시절에나 있었던 조잡한 자개농, 촌스러운 한복집, 지겹도록 어두컴컴하고 눅룩한 전형적인 옛날집에 역시 조잡하기 그지 없는 싸구려 트로트. 이것도 컨셉이라면 컨셉이겠지만, 정확히 노린듯한 컨셉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그 컨셉 역시 옛싸구려향수를 자극하고 싶어하는 겉멋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전체적으로 참으로 과하고, 도발적이면서, 섹시하지는 않고, 재미는 없다.

<사이보그라도 괜찮아>이후에 그만큼 어이를 상실한 영화는 다시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사실 어이상실은 이 영화에서 더했어. 그나마 걔네는 미치기라도 했지.
그래도 내 취향을 반영해줄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박찬욱 영화가 나오면 또 보게될 것 같지만,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로 왜 이렇게 우왕좌왕 산만하게 얘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다.
아...좀 이러지 마세요. 감독님.....ㅠ 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똥파리 - Breathl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와, 멋있다. 몇년간 우리나라 인디영화 꽤 봤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재미와 잔향이 남는 영화도 흔치 않았다.
<워낭소리>가 예상밖의 성공을 거두었는데, <워낭소리>못지않은 인기를 몰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영화, 진짜 물건이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듯 인디영화라고 무작정 무겁거나 어렵지 않으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슬픔이 한가득한 영화이다. 이 영화 안봤더라면 후회했을 것 같다.
굳이 비교해보자면, 이 영화는 자애심과 인간애 가득한 김기덕영화같으며(날 것의 냄새랄까?), <파이란>같은 잔잔하고 거대한 연민의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는 영화이다.

세상이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착하다. 착한 것이 문제가 되었던 걸까?
용역깡패로 욕설을 입에 달고 살고 폭력이 몸에 배었지만, 이 거칠고 막사는 남자 상훈을 우리는 무작정 미워할수 없을 것이다.
공부에는 생각도 없는 고3, 일단 졸업하면 돈벌 생각만 하는 강단있고 변죽좋은 소녀, 죽은 엄마를 바람나 도망갔다며 욕설을 퍼부어대며 딸에게 칼부림까지 해대는 정신 나간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사느라 삐뚤어진 소녀의 동생, 떼인 돈 받는 사채업자이면서도 데리고 있는 용역깡패들 수고비는 절대 잊지 않고,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장.
그 어느 인생이 그저 한심하기만 하고, 밉기만 하겠는가.
그들의 피토하는 듯한 욕설들, 몸부림같은 폭력들에서도 피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모든 등장인물들이 상처와 폭력의 고리를 끊지못하고, 이렇게밖에 이어질수 없다는 듯이 죄여오는 현실의 굴레들.
투박하고 거친 이 영화속에서 그 슬픈 운명의 고리를 발견하는 것은 괴로울정도로 가혹한 일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가정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안식처, 괴로울때 숨을수 있는 곳, 결국 내가 돌아올 곳.
그러면서도 세상 다른 누구보다도 인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 강력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다.
살면서 당신에게 가장 상처가 되었던 말은 무엇이냐 물어보았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족이 했던 폭언에 대해 얘기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이기 때문에 더 상처가 되고, 완전히 떨어질수 없는 핏줄이라는 것이 또 상처가 된다.
대체 이 핏줄이라는 게 뭐길래, 완전 남인 사람들이 했다면 평생 용서하지 않을 행동들을 묵인하고 넘어갈 수 있는걸까.
이미 몇몇 영화에서 얘기하듯, 가족이라는 건 꼭 핏줄을 나눌 필요는 없는지도 모른다.
피투성이가 된 나를 이해해주고,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해주는 것은 꼭 가족일 필요도 없지 않을까.
원래는 별 연고없었을 사람들이 모여 고기를 먹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저런 형태의 가족이 어쩌면 더 가족다울지도 모른다고.
상처를 주었으면서, 상처준지도 모르는 핏줄보다는....

마냥 무겁고 슬픈 영화라기보다는 피식피식 웃을수 있는 코드들이 아주 많고, 그렇기 때문에 슬프기도 한 영화였다.
시종일관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배우들의 욕설에 살짝 거북해하다가, 마지막에는 그 욕설들마저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
그래. 사는 게 이런거라면 욕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겠다. ㅅㅂ....
가장 초라하고도 아름다운 인생들의 이야기. 거북하고 불쾌하고 찝찝하면서도 뭔가 따뜻한 인간애가 풍겨서,
다른 말 필요없이 "짠하다"하는 말로 이 영화를 요약할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에서 피눈물이 철철 난 기분이다.
유명배우 하나 없이, 연기자들 모두 단역배우 출신들이라는데 어느 영화 못지않은 연기 포스를 보여주어서,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인간극장을 보는 듯한 생각마저 들만큼 리얼하다.
감독겸 주연배우인 양익준 감독이 전세집까지 빼면서 만든 저예산 영화라던데, 그가 새집을 살수 있을 정도로(빌리는 게 아니라!!) 이 영화가 성공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내용성에서 훨씬 밀리는 영화들도 잘되는데 이 정도로 마음을 울리고 웃을수 있게 만드는 영화라면 그 정도 댓가는 쥐어줘야하지 않겠는가?
올해에는 재밌게 본 영화들이 많은데, 나의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에는 죽어도 올려줘야겠다.
(아니 그게 무슨 권위가 있다고......;;;;;;;;;)
아...이 영화 다시 보고싶다.

이 참담하기 그지없는 진흙탕같은 세상에 우리는 아직도 살아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장하다.

(+)마지막으로, "아...눈물이 날라고 한다...흑..."하면서 표정관리 하려던 내 옆에서 훌쩍대며 울어대던 어느 덩치큰 청년에게 축복을....-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