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는 내내, 왜 이렇게 우왕좌왕한다는 생각만 들었던건지 모르겠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기괴함과 신비함 뒤섞인 박찬욱 스타일이 딱 드러나며, 성의있게 보았던 초중반부와 달리, 우왕좌왕,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고 버벅대다가 농담했다가 지혼자 울었다가- 원맨쇼로 마무리짓는듯한 후반부. 초중반부가 계획성있게 짜내려간 정교한 디자인화같았다면, 후반부는 유치원생이 크레파스로 찍찍 그려버린 막그림같았달까.
욕망과 박애의 충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거 안다...-_-
그래서 뱀파이어라는 폭력적인 존재를 신부에게 씌웠고, 성경에서 금하는 내이웃을 아내를 탐하게 되고, 어쩔수 없이 살아가는듯한 무기력한 그 여인이 사실은 온갖 인간 극단의 욕망을 가진 여자였고, 송강호 자신이 인간이며 흡혈귀인 이도저도 안되는 박쥐에 속하는 존재이며, 포스터에서 두 인물이 뒤집힌듯 보이듯이 김옥빈이 그 자신의 욕망을 가장 원초적으로 보여주는 거울같은 존재이고, 자신이 만든 괴물의 죄까지 끌어안고, "예수"처럼 자멸한다......하고싶은 얘기는 이거잖아.
당신 스타일대로 가장 불경스러운 방법으로 성경을 패러디했던 것 같은데...
하려고 했으면 좀더 명백히 메시지를 표현하던가, 이건 뭐, 네이버 영화평에서 보듯, 흡혈귀판 사랑과 전쟁이라는 표현에 꽂혀버리게 만드니 원...
정말 예상밖으로 생각할수 있는 제일 최악의 뻔한 전개만 보여줘서 그 점이 더욱 놀라웠다.
그래서 다 보고 나니 대체 뭘 하자는 건지, 무슨 얘기가 하고싶은 건지 알수가 없어졌다.
찜찜함과 불쾌함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감각을 불쾌하게 해달라!
나름 집어넣으려던 철학적이 메시지는 대충 얼버무리고 천박한 개그만 남아버린 것같은 불쾌함을 남기도록 영화를 찍었다면 당신은 능력자..-_-
겉멋만 들었다는 생각은 괜히 드나.
키치에 꽂혔었던 복수삼부작. 그래. 뭔가 기괴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점이 딱 영화속의 미술과 잘 어울어졌다.
이번에는 오리엔탈인가. 내 어린시절에나 있었던 조잡한 자개농, 촌스러운 한복집, 지겹도록 어두컴컴하고 눅룩한 전형적인 옛날집에 역시 조잡하기 그지 없는 싸구려 트로트. 이것도 컨셉이라면 컨셉이겠지만, 정확히 노린듯한 컨셉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그 컨셉 역시 옛싸구려향수를 자극하고 싶어하는 겉멋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전체적으로 참으로 과하고, 도발적이면서, 섹시하지는 않고, 재미는 없다.
<사이보그라도 괜찮아>이후에 그만큼 어이를 상실한 영화는 다시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사실 어이상실은 이 영화에서 더했어. 그나마 걔네는 미치기라도 했지.
그래도 내 취향을 반영해줄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박찬욱 영화가 나오면 또 보게될 것 같지만,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로 왜 이렇게 우왕좌왕 산만하게 얘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다.
아...좀 이러지 마세요. 감독님.....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