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3주

유럽영화제 시즌이 돌아왔다. 매년 이때쯤이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었는지, 보려고 하면 이미 막이 내려있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짬을 내서 가보게 되었다. 내가 고른 영화들이 내가 고른 날짜에 있어서 다행이고, 2주에 걸쳐 두편씩 볼 예정이라, 다 볼수는 없어도 보고싶은 영화 몇개는 눈에 넣을수 있어서 다행이다. <푸른 수염>, <너의 한마디>는 다음주 주말에 볼 예정이고, 그 다음주에는 <리틀 애쉬>를 볼 예정이다. 예매하려고 했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예매를 했는지 이상한 자리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안타깝긴 하지만....ㅠ ㅠ

더불어, 지난주까지는 별로 볼 영화가 없었는데, 이번 주에는 관심작들이 꽤 있어서 언제 시간을 내서 다 봐야할지 걱정이 되기까지 한다!!! 일단 내일은 <퍼니 게임>부터 get하겠다! 

디스트릭트 9 

영화 개봉하기전에 뭔가 알수 없는 분위기에 끌려서 관심이 갔던 영화인데, 어디서 줏어들으니 평이 아주 훈훈하다. 외계인이 지구로 오게되는 뻔한 SF 영화들의 공식은 지키면서도, 영화자체는 무척 신선하다는 평. 

남아공에 실제로 있었던 디스트릭트 6라는 백인거주지역이 영화 제목의 모티브가 되었던 것 같은데, 외계인 영화로 흑인 차별정책까지 빗대었다고 한다. 남아공 출신 감독이 풀어놓는 "미국을 떠난" 외계인 영화는 과연 어떨런지, 일요일에 확인해보겠다. 음화화화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씨클로>의 트란 안 홍 감독의 새 영화. 관심작이긴 하나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관심작인 이유는 조쉬 하트넷 때문도 아니요, 이병헌 때문은 더더욱 아니고, 기무라 다쿠야 때문도 아니고 오로지 라디오헤드 때문이다.-_-; 

<씨클로>와 마찬가지로 라디오헤드의 노래가 영화 전반을 덮어버리고 있다던데, 라디오헤드를 워낙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냥 음악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북극의 눈물 

TV에서 했던 다큐멘터리라는데, TV를 잘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왠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봐줘야 제대로 봤다는 느낌이 들 것 같은 다큐멘터리. (아이맥스에서 하려나?) 생각보다 많은 극장을 잡아서 다행이고, 이런 저런 영화를 보니라 보러가는게 좀 늦을 것 같은데 그때까지만 살아있어다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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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 The Piano Teac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날 것"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주는 하드코어의 느낌이 가득한 영화 <피아니스트>.
제목만큼 결코 우아하지 않고, 포스터만큼 에로틱하지 않다. 불편한 기묘함과 가공되지 않은 직설적임 속에 숨은 너무 소박해서 안타까운 슬픔이 이 영화를 지배하는 힘이라고 볼수 있다.

여기 안타까운 노처녀 에리카가 있다.
나이 마흔, 나름대로 성공한 부류의 피아노과 교수. 그 나이 성공한 노처녀들이 대게 그렇듯 깐깐하고 완벽주의자적이며, 지적이고 정갈한 느낌이 드는 여자이다. 남자친구도 없고 사생활도 없다.
그녀에게는 오로지 어머니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 함께 늙어가는 딸의 모든 것을 지켜봐야 직성이 풀리는 의심쟁이 어머니는 딸의 사생활은 철저히 감시할 망정, 딸의 감정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
연애 한번 해본 적 없이 자신에게 주어지고 어머니가 그러길 바랬던 이미지대로 살았던 딸은 그 과정에서 미쳐갔던 것일까.
누구나 그렇게 사는대로, 남들이 사는대로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그녀는 이런 변태성욕자가 되지는 않았을 터.
완벽한 겉모습뒤에 숨겨진 그녀의 엄청난 욕망들은 평범한 사람의 그것과는 달리 한참 삐뚤어지고 역겨운 방식으로 표출된다. 타인의 카섹스를 훔쳐보거나, 자해하거나, 혼자 포르노 DVD방에 들어가 포르노를 보거나. 섬뜩할 정도로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그녀의 은밀한 욕망들이 그저 그녀 혼자의 것이고 평생 감추어져 있었던 거라면 어쩌면 괜찮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는 그런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고 잔인하게도 그녀를 사랑에 빠뜨려버린다.
아들뻘 되는 공대생 클레메.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녀를 동경하며 사랑하게 되는 이 건강한 청년은 자신의 사심을 꺼릴길 것 없이 털어놓는다.
어쩌면 클레메가 그녀를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에리카가 클레메를 동경했던 것을 아닐까.
그의 솔직한 욕구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소박한 욕구들이 어찌 클레메에게만 있는 것인지.
그와 똑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표현할줄 모르고, 어떤 표현이 올바른 것인지 알지 못하는 이 노처녀는 이상한 방식으로 그에게 자신을 들어내게 된다.
폭력과 강간. 사랑도 아닌 이상한 관계를 요구하면서, 그 얘기를 듣고 아연실색해 지쳐 나가떨어지는 클레메에게 매저키스트처럼 달라붙어 자신을 모욕해주기를 바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녀의 매저키스트적인 욕망이 그녀의 어머니가 해왔던 억압에서 오는 건지,
매저키스트적인 성질이 그녀를 억압받게 했던 것인지 알수 없다.
누군가의 허락과 매질이 필요한 나약한 여자.
사람으로 태어나 그런 대우를 받아도 괜찮은 사람은 있어서는 안되지만, 본인 스스로가 그것을 원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진짜 악이든, 혹은 위악이든, 에리카에게 필요했던 것은 상대방의 악에서오는 자기 위안이 아니었을까.
혼나고 인정받아야 그제서야 안심되는 성향. 학습된 억압에서 오는 무력감과 심리적 쾌락.
끔찍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다.

영화 내내 짜증날 정도로 불쾌하면서도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던 것은 영화에서 뻔뻔히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은밀한 방식으로 표현되던 그녀의 소박한 사랑에 대한 열망이었던 것이다.
에리카가 늘 완벽하게 틀어올리던 머리를 풀던 순간, 자기 나름대로 화사한 색깔의 옷을 골라입기 시작했던 순간,
그것이 사랑에 빠졌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클레메는 왜 알지 못했을까.
자신을 기형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듯한 에리카의 태도에 노골적으로 경멸을 표시하던 클레메는 그런 사소한 순간들을 놓쳐버리고, 겉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기행에만 관심을 가졌었던 느낌이 든다.
하긴, 완벽주의자 노처녀로 보였던 그녀를 사랑했을 만큼, 그는 내면까지 사랑할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는 젊은이에 불과했는지도 모르지.

참으로 비참하게 잔혹했던 영화이다. 영화는 괜찮게 봤는데, 너무 끔찍하고 비참해서 두번 다시 보고싶지는 않다.
예전부터 괜히 눈에 밟히던 영화라 이번기회에 보게되었는데, 감독이 미하일 하네케였다.
역시 불편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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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강탈자 - 당신의 심장은 나의 것
딘 R. 쿤츠 지음, 김진석 옮김 / 제우미디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젊은 나이에 대부호가 된 라이언 페리는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이다.
34살 나이에 인터넷관련 사업으로 대박을 쳐서 엄청난 부를 가졌음은 물론이고,남을 밟고 올라서지도 않았던 "착한 부자"이며 잘생겼고, 미모와 지성을 갖춘 여자친구까지 있다. 호화롭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심장이 이상하다는 점을 알게되고, 병원을 찾게 된다.
그리고 심근증이라는 심장이 비대해지는 병을 갑자기 얻게 되었고, 그에게 남은 삶이 1년 내외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34살의 건강한 남자, 적당히 운동하고, 잔병치레도 없던 남자가 갑자기 심장병을 얻게된 것이다. 죽음이 두려워진 라이언 페리는 점점 소심해지고, 의심이 많아져 간다.
얼핏, 의사에게 주워들은 심근증의 원인중에 독극물 중독이 있을수도 있다는 말에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고, 끔찍히도 사랑하던 여자친구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고, 급기야 아무도 몰래 여자친구 사만다와 그녀의 가족의 뒷조사까지 하게되면서,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부에대한 열망을 가진 그녀의 어머니가 배후에 있었던 것은 아닌지까지 의심해보게 된다.
자신에게 병을 진단해준 의사를 믿지 못해 관련업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의사를 찾아가게 되고, 뜻밖에도 그는 생각보다 빨리 심장이식수술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게 끝일까.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28가지 약을 먹으면서 살아야하고,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장소를 꺼리게 되었고, 죽을 날을 받아놓았을 때도 헌신적이던 여자친구는 알수 없는 이유로 떠나가 버렸는데, 급기야 어느 날 그의침실에 심장을 꼭 닮은 하트모양 사탕 꾸러미가 얹어져있다.
Be mine. 나의 것이 되어줘.
이런 악랄한 장난을 치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가 얻게 된 삶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딘 쿤츠의 이름은 익숙하지만 소설을 읽어본 적은 처음이다. 스티븐킹과 비견되는 만큼 편안한 진행과 안정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이런 류의 스릴러 소설가들이 대게 그렇듯, 읽는데 거리낄 것 없이 스피디하고, 가독성이 좋다.
스릴러 소설중에는 뻔하디 뻔하게 정석대로 진행되어가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들어간 데와 나오는 데가 다른 소설이 있는데, 딘쿤츠의 <심장강탈자>는 후자의 느낌이다. 초반과 중반, 그리고 소설 말미의 느낌이 모두 다르고, 독자의 예측을 불허하 듯 뜻밖의 사건으로 퍼져나가는 소설이다.

이 점은 장점이기도 하나, 또다른 면에서는 단점이기도 했다.
예측하기 힘들기는 하나, 후에 이어지는 사건들과 앞부분의 이야기가 조금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고, 다소 쓸데없다 느껴지는 복선들도 많이 깔려져 있어서, 다 읽고 나니 그 부분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하는 부분들도 생겼다. 물론 소설의 말미에서 작가는 나름대로 그 불필요해보이는 부분들에 대한 해명을 해놓기는 했지만, 쌩뚱맞게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일지.
갑작스러운 병을 얻게 되면서부터 라이언 페리가 시달리게 되는 여러가지 망상과 의심들은 충분히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심장병을 얻게 되었을 때 보통 사람들이 하는 행동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 부분은 라이언 페리가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랬을수도 있지만...)
다소 쿨해보이는 전형적인 스릴러 남자주인공같은 인물처럼 묘사되는 라이언 페리가 의심을 품게 될수 밖에 없으며 그로인해 소심하고 쪼잔하게 여러가지 뒷배경까지 캐가게되는 결정적인 상황을 만들어놓았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심리묘사 자체는 괜찮지만, 그 심리에 어울리는 상황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 실수가 아니었을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제목의 느낌과 소설의 내용의 불일치함 역시, 소설의 전체적인 어울림을 망치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유한 제목, 이를테면 원제처럼 <당신의 심장은 나의 것>같은 제목을 붙였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따분하지 않게 가볍게 읽기에는 괜찮았는데, 그렇다고 딱히 특별할 점은 못느꼈던 소설이다.
작가의 필력은 무척 안정적이지만, 이런 류의 작가들은 이제 너무나 많으니 조금 더 특별한 부분을 느낄수 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덧붙여, 일부러 그랬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속에서 라이언 페리가 얼마나 잘난 인물이고, 얼마나 대단한 부를 지녔으며, 얼마나 사치스럽고 고급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소설 내내 간간히 주어지게 되는데, 은근히 거슬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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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기필코 가고 말테다.-_-


<푸른 수염>(Blue Beard)
감독 : 까트린느 브레이야
주연 : 도미닉 토마스, 롤라 크레톤
프랑스 / 2009 / 80분 / 판타지  

2009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2009 부에노스 아이레스 국제영화제 초대
2009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초대
2009 시애틀 국제영화제 초대
2009시드니 국제영화제 초대 

Synopsis
언니에게 ‘푸른 수염’을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하는 카트린느는 책 속의 인물인 마리 카트린느 공주와 자기를 동일시한다.
중세 유럽, 푸른 수염을 가진 남자. 권력과 부를 가진 그와 결혼한 여자들은 모두 다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웃에 사는 두 자매 중 호기심 많은 둘째 마리 카트린느는 이 남자의 청혼을 수락하고 결혼한다. 남자는 예상 외로 따뜻하고 친절하지만 그녀에게 단 하나 금기사항을 당부한다. 복도 끝 잠긴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것. 하지만 본능적인 호기심으로 비극은 시작되는데…

Director 까트린느 브레이야 (Catherine Breillat)
<로망스><팻 걸><섹스 이즈 코미디><지옥의 체험><미스트리스>등 파격적인 노출과 묘사, 성의 정체성, 충격적인 이야기로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이번 신작 <푸른 수염>은 전작들의 대담한 섹슈얼리티와 에로티시즘이 아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로 또 다른 그녀의 재능을 보여줄 예정이다.

 Comment
유명한 동명 동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 <잠자는 숲속의 공주><신데렐라>의 작가이자 동화의 아버지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이 절대 권력자의 폭력과 금기에 대한 인간의 교묘한 심리를 섬뜩하게 묘사했다면 영화 <푸른 수염>은 절대 권력자의 관계를 통해 어른과 아이, 돈과 사랑, 욕망과 후회에 관해 이야기 한다. 프로이드 식의 이야기를 격조 있는 스타일과 유머로 그려낸 감독의 개성 넘치는 연출과 함께 카트린느 역의 16세 소녀 ‘롤라 크레톤’이 선사하는 전율적인 연기도 놓쳐서는 안될 요소.





<돈 지오반니>(I, Don Giovanni)
감독 : 카를로스 사우라
주연 : 토비아스 모레티
이탈리아, 스페인 / 2009 / 127분 / 드라마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Synopsis
18세기를 풍미한 작사가 로렌조 다 폰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가 대본을 쓴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에 관한 영화

Director 카를로스 사우라 (Carlos Saura)
스페인이 탄생시킨 세계적인 거장 감독. 칸느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까마귀 기르기>),칸느국제영화제 예술공로상(<카르멘>),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사냥><얼음에 얼린 박하>) 그리고 최근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7번째 날>)까지 세계 유수의 상을 통해 그 진가를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사회, 정치적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부터 개인적인 영감을 살린 영화까지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걸작을 남겼고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Comment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2009년 최신작. 18세기, 모차르트의 오페라 대본을 비롯하여 최고의 작사가로 명성을 날린 로렌조 폰테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우라 감독이 매혹 된, 모차르트의 뛰어난 오페라를 완성시킨 장본인이자 당대 최고 바람둥이 였던 로렌조 폰테의 파란만장한 예술과 인생이 올 MEFF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 



<너의 한마디>(One Word from You)

감독 : 앙헬레스 곤잘레스 싱데
주연 : 말레나 알테리오, 에스페란자 페드레뇨
스페인 / 2008 / 100분 / 드라마 /


2009 스페인 시나리오 협회 최우수각본상, 최우수남자조연상, 최우수여자조연상

Synopsis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은행 청소부 로사리오는 새벽 버스를 기다리다 우연히 학교 동창 밀라그로스를 만난다. 고독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열정적인 밀라그로스와 함께 다투고 화해하며 거리에서 청소일을 하는 로사리오. 그러던 중 그들은 버려진 갓난 아이를 발견하고 이로 인해 로사리오는 미처 몰랐던 밀라그로스의 상처를 알게 되는데… 

Director 앙헬레스 곤잘레스 싱데 (Angeles Gonzalez Sinde)
스페인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학장을 거쳐 현재 스페인 문화부 장관 을 재임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여성 감독. 작가, 감독, 배우로 활동한 그녀는 작가로서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 왔다. 현재 위치가 보여주듯 1965년생임에도 불구, 현 스페인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  연출작으로는 <너의 한마디><잠들어 있던 행운>등이 있다. 

Comment
스페인에서 10주간 장기 상영하며 초대형 흥행성공을 이룬 작품. 각각 고독함과 비밀스런 상처를 지닌 두 여인이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감동드라마이다. 뛰어난 작가인 감독의 재능이 발휘된 탄탄한 시나리오와 섬세한 연출력의 저력을 보여준 수작.




<시스터 스마일>(Sister Smile)

감독 : 스틴 코닝스
주연 : 세실 드 프랑스
벨기에, 프랑스 / 2009 / 드라마 / 120분 



 Synopsis
음악을 통해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은 자닌은 결혼을 재촉하는 어머니에게 염증을 느끼고 홧김에 수녀원에 들어간다. 하지만 엄격하고 매정한 수녀원 생활에 지친 그녀는 그곳에서 노래  ‘도미니크’를 만드는데 이 것이 카돌릭 방송국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녀는 유명세를 얻고 급기야 음반까지 내게 되는데…

Director 스틴 코닝스 (Stijn Coninx)
벨기에 태생. 감독코미디 <헥터>로 주목 받기 시작, 19세기 말 노동자들과 진보적인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단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Honorable Mention’ 수상,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유럽영화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Comment
<시스터 스마일>은 1960년대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벨기에 수녀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자닌 데케르의 실화를 그린 작품. ‘노래하는 수녀’ 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녀는 미국 음반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유명했지만 뮤지션, 수녀,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갈등은 그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었다. 이제 <시스터 스마일>을 통해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살아간 여인의 기쁨과 비극을 MEFF에서 만나게 된다. 







<천국의 속삭임>(Red Like the Sky)
감독 : 크리스티아노 보르토네
주연 : 프란세스코 캄포바소, 루카 카프리오티
이탈리아 / 2006 / 96분 / 드라마




2008 뉴포트비치 영화제 관객상
2008 시드니 국제영화제 관객상
2007 몬트리올 국제아동영화제 그랑프리



Synopsis
자상한 부모, 뛰어난 외모와 총명한 두뇌.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소년 마르코. 그러나 우연한 사고로 시력을 잃은 뒤 집을 떠난 마르코는 모든 희망을 잃고 스스로 어둠 속에 갇힌다. 그러나 천사처럼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위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적에 도전하는데…


 Director 크리스티아노 보르토네 (Cristiano Bortone)
이탈리아 태생.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약을 보이는 그는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 <천국의 속삭임>으로 전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극찬을 받으며 수많은 상을 수상, 현재 가장 주목받는 유럽 감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Comment
시력을 잃고 절망에 빠진 한 소년이 아름다운 영혼의 소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감동드라마. 현존하는 최고의 이탈리아 음향 감독인 미르코 멘카치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실화이기에 더욱 울림이 큰 이 작품은 전세계 수많은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과 특별상을 석권, 감동과 재미를 인정받았다.



<줄리아>(Julia)
감독 : 에릭 종카
주연 : 틸다 스윈튼
프랑스, 미국, 벨기에, 멕시코 / 2008 / 144분 / 스릴러, 드라마/ 



2008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

Synopsis
알코올 중독자 줄리아는 알코올중독자 치료 모임에서 만난 멕시코계 여자로부터 자기의 아들을 유괴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때문에 그녀는 강제로 아이를 빼앗겼던 것. 두 사람은 모종의 계획을 꾸미지만 의견이 엇갈리면서 줄리아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되고 설상가상 또 다른 유괴범들에게 아이를 납치당하는 상황에 빠지는데…



Director 에릭 종카 (Erick Zonca)
42살에 감독에 데뷔, 첫 작품 <천사들이 꿈꾸는 삶>이 칸느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고, 영화의 두 주연여배우가 나란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또한 세자르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Comment
에릭 종카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 아동 납치를 둘러싼 사건을 그린 스릴러로 <마이클 클레이튼>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런던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 <올란도> 시애틀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등 최고의 배우 틸다 스윈튼의 명품 연기가 압권이다.



<리틀 애쉬 : 달리가 사랑한 그림>(Little Ashes)
감독 : 폴 모리슨
주연 : 로버트 패틴슨, 자비에 벨트란
영국 / 2008 / 112분 / 드라마

Synopsis
자유분방한 사고를 지닌 18살의 살바도르 달리는 대학에서 만난 상류층 페데리코, 그리고 루이스와 절친한 관계를 맺는다. 시대를 앞서는 그들은 마드리드에서 유명인물이 되어 가고 살바도르는 카리스마 있는 페데리코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며 다른 이들이 꿈꾸지 못할 우정 그 이상을 공유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호숫가에서 그들은 예상치 못한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Director 폴 모리슨 (Paul Morrison)
20세기 초, 유대인 남자와 웨일스 출신 여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솔로몬과 게이너>로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두 번째 작품 <원드라우스 오빌리언> 역시 큰 호평을 받으며 주목해야 할 차세대 영국 감독으로 떠올랐다.



Comment
시대를 풍미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유년 시절을 그린 작품. 변화의 바람이 불던 1922년 스페인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예술과 사랑을 탐닉한 달리, 그리고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친 그의 친구들의 깊은 우정과 사랑을 격정적으로 그려냈다. <트와일라잇>의 히어로 로버트 패티슨이 열정적인 예술가로 변신한 모습도 주목할 것. 





<더 카운테스>(The Countess) >감독 : 줄리 델피
주연 : 줄리 델피
프랑스, 헝가리 / 2009 / 94분 / 드라마, 스릴러


2009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Synopsis
재력과 권력을 가진 장군과 어린 나이에 결혼한 엘리자베스. 남편이 전쟁에서 죽자 그녀는 젊고 잘생긴 백작과 정열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백작이 정치적인 문제로 오랫동안 떠나게 되고 그녀는 그가 돌아올 때도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려는 욕망에 결국 처녀들의 피를 원하게 되는데… 

Director 줄리 델피 (Julie Delpy)
우아하고 세련된 미모로 전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은 최고의 여배우 줄리 델피. 그러나 그녀의 재능은 연기를 넘어 연출까지 확장되고 있다. <비포 선셋>의 각본 참여를 시작으로 직접 각본을 쓴 로맨틱 코미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으로 감독 데뷔, 세자르영화제, 유럽영화제 등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Comment
1560년에 태어나 마녀 또는 흡혈귀로 알려진 실존했던 인물 엘리자베스 바토리 백작부인에 관한 이야기. 감독이자 배우로서 줄리 델피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드레드>(Dread)


감독 : 앤서니 디블라시
주연 : 잭슨 래스본, 샤운 에반스
영국 / 2009 / 98분 / 공포 
 

2009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부문  

Synopsis
3명의 대학원생이 ‘드레드’란 제목의 연구를 준비한다. 'Fear Study'란 공고를 내고 실험 대상을 모집한 3인조는 대상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내면 깊숙한 곳의 두려움에 대해 터놓게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뚜렷한 성과가 없자 팀 내에는 분열이 생기고 연구에 대한 집착으로 서로를 위험에 빠트린다.  

Director 앤서니 디블라시 (Anthony DiBlasi)
<북 오브 블러드><미드나잇 미트 트레인>등 클라이브 바커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영화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영화계에 입문.  2010년 <헬레이저>의 감독으로 물망에 올랐다. <드레드>는 직접 각본, 연출했으며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Comment
소설가이자 영화 감독 클라이브 바커의 동명 소설 영화화. 내면에 잠재된 공포의 실체를 탐구하려는 세 명의 대학생이 벌이는 혼란과 광기의 이야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사전예매에서 일찍이 매진된 작품.



<북 오브 블러드>(Book of Blood)



감독 : 존 해리슨
주연 : 조나스 암스트롱, 소피 워드
영국 / 2008 / 96분 / 공포, 스릴러 
 

Synopsis
수 년간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해 온 매리 박사는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그녀는 연구를 위해 과거의 경험을 통해 영매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제자 사이몬을 연구에 참여시킨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될수록 매리 박사는 아름다운 사이몬에게 사적인 마음을 품게 되고 점차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 커져가는데… 

Director 존 해리슨 (John Harrison)
공포영화의 거장 조지 R 로메오 감독의 조연출로 영화계에 입문, 작가, 연출, 음악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다. 그가 참여한 TV시리즈 <사구>는 에미상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Comment
<드레드>와 함께 공포 소설의 대가 클라이브 바커의 대표작을 영화화한 작품. 산 자와 죽은 자가 소통하는 공간에서 영매가 된 한 남자의 몸에 죽은 자들의 이야기가 새겨져 나가고, 남자는 ‘피의 책’이 된다. 죽은 자들의 이야기와 그 고통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그려냈다. 
 



*클라이브 바커원작의 <피의 책>과 <드래드>와 줄리 델리의 <더 카운데스>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심야 상영만 하나보다. 아쉽다. 세 작품을 연달아서 볼수 있는건가? 메가박스 코엑스, 동대문에서 금요일 12시부터 시작이라 아쉽게도 보기 힘들 것 같다.ㅠ ㅠ
이외에도 이미 지난 영화들의 재상영회도 포함되어있다.
<수면의 과학>, <룩앳미>,<타임투리브>,<5x2>, <돈컴 노킹>, <히든>, <레밍>, <더 차일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할람포>가 재상영된다.
<할람포>나 <더 차일드>같은 영화도 보고싶고, <수면의 과학>이나 <타임 투 리브>같은 봤던 영화 또 보기 신공도 펼쳐보고 싶으나, 시간은 제한이 있으니, 욕심내지 말고, 일단 이번회에 상영하는 영화나 제대로 보고 오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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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0-1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짝이야 ^^; 10/8 표 오픈, 10/21 개막이죠

Apple 2009-10-13 06:1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예매하려고 했다가 깜짝 놀랐어요.;;;ㅎㅎ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뱀파이어 연대기 1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처음 만난 건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로 돌아간다. 새학기를 맞아 잠실에 있는 모 백화점에 친구와 가방을 사러 갔다가, 아무 생각 없이 무슨 영화인지도 모른 채 극장으로 들어갔었다. 이 영화가 내 친구의 선택이었는지, 내 선택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극장에서 나올 때 나는 가슴 벅차오르는 어떤 감정을 느꼈고, 꽤 오랫동안 이 영화에 빠져있었다. 브래드 피트를 좋아하게 된 것, 탑건이나 칵테일같은 영화에 나와서 경솔하고 지혜롭지 못하나, 열정은 불타오르던 젊은이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톰 크루즈를 재발견 하게 된 것도 이 때이다. (하긴, 한편으로는 이 영화에서 톰크루즈의 레스타 또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거의 사랑에 가까웠으며, 나는 이어지지 않고 멈춰버린 마지막 장면 이후의 이야기를 자꾸만 상상해보게 되었다.
그들은 불사의 존재이고,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존재이니 어쩌면 이후의 이야기가 있다면, 클라우디아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환상은 이루어지지 않은 루이스와 클라우디아의 사랑의 완성판이었던 것 같다.
이상형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처음 깨닫게 된 것도 그때 쯤이었다.
나는 언제나 고뇌와 고독에 차있고, 나약하며, 혼자있기 좋아하는 외골수형의 인간을 사랑하고 싶었다. 꼭 루이스같은.
그렇다. 나는 모성애가 가득한 중학생 소녀였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만난지 15년이 되었다.
내가 그 영화를 처음 보았던 딱 그 나이 만큼 세월이 흘렀다.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를 서점에서 발견하고 낚아채듯 사서 와 읽은 것은 그보다 훨씬 후 20대의 일이었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나는 다시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고, 정신없이 그때까지 나와있던 모든 시리즈의 책을 사들이고, 정신없이 읽었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렀고, 새로운 뱀파이어 연대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번역되지 않아 미처 읽지 못했던 전 시리즈를 다 볼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터질정도로 흥분된다.
딱 이 정도로만 얘기해도 내가 얼마나 뱀파이어 연대기를 사랑하는지 알수 있으리라.
이제부터 써내려가는 리뷰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 스타일의 찬양에 가까운 극찬 리뷰일 것이 뻔하니, 거슬리는 분들은 여기부터 읽지 않으시면 되는 것이다. 으하하하하하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 중 첫번째 편으로, 전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한 기자가 밀랍같은 얼굴을 한 뱀파이어를 만나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의 영생의 삶과 고독과 그를 지배하고 있던 생각들을 테잎에 녹음해 가면서.
그 뱀파이어의 이름은 루이스라고 한다. 부유한 농장주 젊은이였던 루이스는 사랑하던 동생을 잃은 후 실의에 빠져있다가 뱀파이어 레스타를 만나게 된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고 도도하며 자신만만한 모습에 빠져 정신을 잃은 것은 잠깐, 자신의 재산과 재정관리 능력을 노리고 접근해 동료로 만들어버린 레스타를 곧 증오하기 시작한다.
수수하고 고독함에서 안정을 찾는 루이스와는 달리, 화려한 세계와 예술을 사랑하고 지극히 사치스러운 레스타.
그리고 이들의 사랑인지 증오인지, 아니면 그저 동료의식인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루이스는 괴로움에 차있던 어느 날 죽은 엄마옆에서 울고 있던 6살 짜리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물게 된다.
루이스는 어린 아이의 피를 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무슨 생각인지 레스타는 그 아이를 데리고 와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린다.
그 아이가 클라우디아. 6살짜리 소녀이면서, 귀부인이고, 놀랍도록 아름다운 인형 뱀파이어이다.
처음에 레스타를 피해 클라우디아를 보호하려던 루이스는 곧 클라우디아에게 깊이 빠져들게 되고, 그의 삶에 의미있는 것은 단 하나 클라우디아 뿐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아버지와 딸, 또는 연인과도 같은 관계.
25살의 외형을 가지고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루이스와 6살의 외형을 가지고 교활할 정도로 똑똑하며 도발적인 클라우디아.
한결같이 공허하지만 사치스럽고, 비밀스럽지만 끈끈한 이들의 삶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은 클라우디아가 레스타를 죽이기로 결심하면서 부터였다.

작가 앤 라이스는 이 소설을 6살짜리 딸을 읽고 술독에 빠져지내다가 정신차리고 쓰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녀는 소설에서나마 죽은 딸의 영생을 바랬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소설을 차차 써내려가면서 어쩌면 그녀도 이런 삶이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않았을까.
지독히도 고독하고, 방관자적인 뱀파이어의 삶은 인간의 삶과 너무나 다르다.
그들에게 희열과 열정이 존재하는 것은 식사할 때, 그러니까 인간의 피를 빨 때 뿐.
아무리 고독하고 상념에 자주 잠기고, 지혜롭다 하여도 결국은 식욕이 가장 중요한 짐승이 되어가는 것이 그들의 창백하고 아름다운 얼굴 속의 정체였다.
루이스가 자주 괴로워지는 이유는 인간과 뱀파이어 그 사이에서 오느 괴리감이 너무 크게 때문이다.
인간이었던 루이스는 온정을 바라고, 선을 바라는 착실한 청년인데, 뱀파이어가 된 루이스는 살기 위해 또는 잠깐의 쾌락을 위해 인간을 죽여야하는 짐승이 되어버린 것이다. 평생 가지고 있는 선에 대한 결벅증적인 관념과 피를 원하는 욕구 사이에서 한없이 괴로움과 고독에 젖는 루이스의 모습은 이 소설 이전에는 볼수 없었던 뱀파이어의 모습이었다.
내게 이 소설이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한도 끝도 없는 영생의 공허함과 박재된 아름다움, 인간성을 잃어가는 과정의 거인과도 같은 상실감.
결코 가볍지도, 천박하지도 않은 채 더할나위 없이 깊이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들의 짐승같은 행위, 잔학하고 교활한 술수 또한 그 깊이감으로 인해 한없이 우아하고 또 쓸쓸하다.
또 아무리 생각이 깊은 척 하고, 세상의 온갖 철학과 감정을 느껴본 듯 말하지만 결국은 인간의 피를 빨고 사는 한마리 짐승에 가깝다는 점 또한 허망하게도 아름답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 어떤 멋들어지고 가슴 벅차오르는 씬들 보다도, 루이스가 한없이 고뇌하고 절망에 빠져있는 순간이 내게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 또한, 이런 아이러니한 감정에서 비롯되리라.

나는 뱀파이어를 다루면서, 인간의 감정과 상실감을 이야기하는 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뱀파이어 연대기 전 시리즈중에서 가장 좋다. 이후의 이야기는 레스타의 모험에 가까운 이야기이고, 그것이 결코 지나치게 가볍고 경박한 것은 아니지만, 그 어느 시리즈보다 더더욱 마음속에 깊이 박히는 것은 이 소설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인간성에 대한 성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이 점은 루이스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 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레스타가 화자로 등장하면 이야기는 더 화려해진다.)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뱀파이어 이야기. 이전에, 또 이 후에 어떤 뱀파이어 소설이나 영화가 나온다 해도, 내 마음속의 최고봉에 오른 것은 바로 뱀파이어 연대기이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그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앤 라이스의 우아하면서도 공허한 문장들 또한 내게는 피할수 없는 매력이다.
흠모하고 또 흠모하는 뱀파이어 연대기를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이번에는 반드시 그 끝을 확인할수 있기를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책장을 다 덮고나서 꼭 매우 슬픈 꿈을 꾸고 일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루이스가 그랬듯, 나는 그 슬픔을 사랑하고, 그 슬픔속에서 안정적이서 슬픈데도 마음이 벅차올랐다.
이제 락스타가된 레스타의 조금더 명랑한 이야기로 넘어갈 차례.
올 가을은 뱀파이어들과 그들의 허망한 영원속에서 헤매일란다.

p.s 책을 받아들고 뒤늦게 깜짝 놀랐다. 안에 만화가 박희정씨의 일러스트가 권두에 하나씩 들어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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