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올라퍼 아르날즈의 앨범이 국내에 출시되었구나. 11월에 발매된 것 같은데, 뒤늦게 알았다.
오랜만에 생각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알라딘에서 파는 것이 걸렸다.아..그저...눈물이....ㅠ ㅠ

올해초이던가. 친구 블로그에서 이 음악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난 적이 있었다.
뭔가 기분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속상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뭔가 감정이 벅차올라서, 노래를 듣다보니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노래를 듣다가 울다가 하루종일 듣다가 결국 친구에게 음악 파일을 얻어 듣고 또 듣고.....
그런데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 기쁘고 다시 울적해지고 그렇다.

우리나라 음악은 그닥 잘 듣는 편이 아니라서, 그리고 점점 갈수록 사고싶은 CD도 줄어서,
그리고 예전처럼 수집욕구도 줄어서 CD를 예전에 비해서는 훠~얼씬 덜 사고있는데,
오랜만에 충동적으로 두장 다 사질러 버렸다. 잘했다. 잘했어. 꾸물대다가는 더이상 못사게 될지도 몰라.

아...두근두근....새로 산 오디오로, 일하면서 들어야지....
괜히 울고 싶은 날에 들으면 딱 좋을 앨범....
어쩌면 올해 가장 많이 들었고, 가장 좋아했던 음악이 아니었나 싶다.

당일배송이니 오늘 오겠다. 우루이히....
근데, 2009년을 하루밖에 안냅두고, 나 이런 음악 들어도 되려나...
가뜩이나 기분도 우울한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9-12-3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어엉 책임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오늘 아침 이 페이퍼 보고 벅스에
신승훈- 언니네 이발관- 그리고 이 음반 - 달리아 - 알 자로 걸어 놓았는데,
방금 언니네 이발관 흥얼거리다가 끝나고, '40' 나오는데, 이게 뭐에요. 철푸덕- ||orz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Apple 2009-12-31 17:23   좋아요 0 | URL
이거야말로 쩔죠?ㅠ ㅠ 저도 올해 엄청 빠져서 들었어요.우흐흐흐흐흐.....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연말을 올라퍼 아르날즈 앨범을 들으면서 칙칙하게 보내보아요.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아바타 - Avat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래. 정말 영상 혁명이더라.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거침없이 보여주는 기술력과 자본, 상상력은 거의 혁명급이더라.
그러나 딱 거기까지만! 영상 혁명이었을지는 모르나, 영화 혁명이 되기에는 무척 아쉬운 영화이다.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스토리를 논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고, 이런 말을 한다고 이 영화의 스토리가 봐줄수 없을 정도로 거지같았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지 영상 하나로, 이 영화를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보기에는 뭣하다는 얘기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이야기의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연출.
"늑대와 춤을"에서도 봤던 것 같고, "포카혼타스"에서도 봤던 것 같으며, 심지어 "미션"같은 영화도 생각난다.
그러니까 이른 바, 새로운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그 세계에 동화되어 그들의 세상에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을 저지하러 나선다- 이런 이야기로 요약하면 딱 되겠다.

가끔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미국인들이 자성을 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그냥 별 뜻없이 역사를 다시 한번 얘기해보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여느모로 보나, 이 이야기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동네를 침략한 유럽인들의 이야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스머프처럼 파란 피부에 인간보다 키나 등치가 약 1.5배 큰 나비족의 신비롭고 자연에 가까운 모습들과 여러 기계 문명으로 처들어오려는 지구인들의 전투를 또 달리 볼수 있겠나.
그래서, 자신들의 자연친화적인 문명을 지키며 살아가던 인디언을 그렇게 몰아낸 것에 대해, 미국사람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다음에 또 그런 기회가 온다면, 자연과 원주민을 위해 순순히 물러서겠는가?)
또 영화 "미션"이나 "늑대와 춤을"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서양인들의 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다분히 기독교적이고 이기적인 선교 의식을 이 영화에서도 보게된다.
결국 세계를 구하는 히어로는 나비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으로 잠입하게 된 "인간"이니까 말이다.
미국놈들이 죄다 나쁜 놈들이라도 딱 한사람, 선한 미국인은 다른 세계도 구할수 있다는....그런식으로 보이는 것은 내가 삐뚤어져서 일까. 


좀 다른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몇달전 보았던 <디스트릭트 9>과 비교해 볼수도 있겠다.
<아바타>의 주인공은 아바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에게 흡수되어 그들의 문명과 자연에 동화된다. 그리하야 여기서 사랑에도 빠지고, 나비족의 문명에 흡수되어 가는 도중, 인간들이 나비족의 세계를 뺏으려 하자, 전설의 존재가 되어 나타나 나비족을 위해 그들을 처단한다.
<디스트릭트 9>의 주인공은 어떨까. <디스트릭트 9>의 주인공 역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외계인이 되어가는 운명에 처한다. 정체모를 물질에 감염되어 점점 몸이 변해가는 주인공. <디스트릭트 9>에도 역시 인간에게 저항하는 외계인들이 등장하고, 어쩌다보니 주인공은 그들의 편에 서서 싸우게 된다.
왜냐면, 그래야 자신이 인간으로 돌아갈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 세계에 동화되어 그 자신이 히어로가 되어 세계를 구하는 <아바타>와
잃어버리게 될 운명에 처한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외계인의 편에 서는 <디스트릭트 9>.
외계인이 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표현방식과 저변에 깔린 의식은 서로가 너무 다르다.
굳이 고르자면, 나는 <디스트릭트 9>이 더 좋았다고 하겠다.
내러티브가 이 정도는 되어야 (적어도 외계인 영화중에서는) 혁명적인 이야기도 될수 있지 않을까.
나는 우월감과 선민의식에 넘치는 히어로의 위대한 자기 희생보다는, 더 단순할지라도 더 개인적이고 더 인간적인 <디스트릭트 9>의 이기심이 더 와닿는다.

아무튼 이래저래 삐뚤어진 상념들을 털어놓기는 했지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자체로는 무척 괜찮다.
돈을 쓰려면 이정도는 써야 영상혁명이 나오는구나 싶다.
제임스 카메론은 그닥 취향이 맞는 감독은 아니라 기대한 바도 없어서, 내러티브 자체의 뻔함을 제외하고는 이정도면 얘기도 충실하다고 생각된다.
영상미도 반짝반짝 아름답고, 초반에 다소 징그럽게 보이던 나비족도 가만히 보고 있다보면 무척 신비롭고 우아하다.
초대형 자본과 기술력이 만들어낸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호화찬란한 영상미로 마음껏 눈호강 하고 싶어서 극장을 찾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이다.
그래도 연말이라면, 이런 영화 하나쯤은 봐줘야하지 않겠나? 아하하하하하


p.s 3D 입체 안경을 끼고 보면 이 영화가 어떻게 보일까? 일반 영화로 관람해서 그게 좀 궁금하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범시민 - Law Abiding Citiz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목이 웃겨서 안보려고 했는데, 감독이 <이탈리안 잡>의 게리 그레이 감독이란다.
그래서 보기로 했다.(단순하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야기지만, 꽤 흥미진진하게 얘기를 풀고 나갈줄 아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 너무 가볍지도 않지만, 너무 무겁지도 않다. 스릴러 특유의 호화찬란한 폭팔에 기대지 않고도 적당한 무게로 적당히 선을 지키는 감독이라서, 내게는 호감인 감독이다. <이탈리안 잡>이 그랬듯, 약간 모자른 <모범시민>의 느낌 또한 그랬다.

어느날 집에 강도가 들어 딸과 아내를 잃은 주인공.
이 파렴치한 범인은 잡혔으나, 그가 야구방망이에 얻어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어가는 동안 목격한 사실은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의기양양한 범인은 고작 3년형을 선도받고 만다.
항의하는 주인공에게 검사는 냉혹한 법정의 현실을 말해준다.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입증하는게 중요한 거라고.

그래? 그렇다면, 내가 아주 기가 막힌 범죄를 저질러주지.
너희들이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어도,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입증해야 할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니까.
발명가이자, 한때 스파이 두뇌 역활도 했던 주인공은 복수를 계획한다.
범죄는 뻔뻔하게 일어나고, 범인인 그도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입증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가 어떤 방법으로, 앞으로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될지, 반드시 입증해야 할것이다.

<모범시민>에서 우리가 볼수 있는 법의 무력감이라는 것은, 우리들이 매일매일 신문에서, 거리에서, 소문에서 발견할수 있는 사회적 불합리함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 존재하는 최소한의 도덕. 인간이 하는 일이니 헛점이 없을래야 없겠지만, 그 헛점의 구멍은 사실 너무도 커서 그 구멍에 빠져 버리는 무고한 사람들의 숫자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법과 공권력의 무력함에 자가응징을 하러 나서는 안티 히어로들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어도 영화에서는 종종 볼수 있다.
그들은 범죄를 막기위해, 자신이 범죄자가 되는 것을 서슴치 않거나, 사회적인 모순을 꼬집고 비틀어버린다.
영화속의 안티히어로들의 사회로의 복수는 거대하고 냉혹한 현실에 내버려진 평범한 소시민들 나름의 로망이라면 로망이겠다.
영화속에서나마 우리는 이 무력한 사회에 대한 복수를 행하고 싶다.
범죄를 저지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만큼, 영화속에서나마 대리적인 통쾌함을 얻고 싶은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초점을 거기에 맞춘다면 결말에서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으니..)
천재적인 두뇌, 가공할만한 추진력을 가진 이런 주인공이 사회의 모순을 더 비틀어버리기를 바랬건만, 영화는 결국 권선징악이라고 하기도 뭣한, 당연히 그리로 가야할 귀결점으로 다시 돌아가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범죄가 밝혀지는 지점의 이야기들이 약간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어설픈 자기 반성도 조금 거슬리긴 했다.)
초반부터 시간 낭비를 전혀 하지 않고 원인들이 돌격해 나가는 점도 좋고, 주인공들의 대사, 움직임들, 내러티브, 메시지, 적당한 액션 다 좋아서 스릴러 영화로써의 본분은 충실하지만,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결말에서 뭉게져버렸다.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겠지만, 나는 이 역시 고작 영화 하나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는 헐리우드 영화이니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가볍게 받아들여버렸다.

어쩌면 이렇게 맥빠지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허무하게 결말나버리는 현실이 진짜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두근두근 흥미진진하게 결말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이
그런 맥빠지는 현실을 맞딱뜨리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악랄하지만 통쾌한 사회로의 복수였을까?
어느 쪽에 초첨을 맞추는지에 따라서, 결말을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의미
마이클 콕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길에서 누군가를 죽인다. 그 살인이 너무 쉽고 가벼워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살인자의 이름은 에드워드 글랩손. 처절한 복수를 꿰하면서 그 복수에 대한 예행연습으로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
에드워드가 복수하려는 그의 적의 이름은 포이보스 돈트라고 한다.
에드워드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도 여전히 그를 붕괘시키려고 하고 있는 자.
이들의 악연의 시작은 어쩌면 탄생에서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에드워드의 본명은 에드워드 글리버였었다.
어린 시절 돌아가셨다는 아버지의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자랐지만, 혼자 몸으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소설을 써내려가던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의 직업을 닮아 에드워드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사랑했다.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결코 충만하지도 않았던 소박한 어린 시절, 어느날 어머니는 그를 이튼 칼리지에 보내고자 한다고 했다.
알려지지 않은 독지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이튼 칼리지에 다니게 된 책을 사랑하는 지적인 소년 에드워드 글리버의 미래은 그가 들어간 명문 학교의 명성만큼이나 밝은 것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그의 숙명의 적이 될 포이보스 돈트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포이보스 돈트는 두 얼굴을 가진 인간이다. 이튼 칼리지에서 만난 동창이지만, 몇몇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지적이고 영리한 모습과는 다른 교활한 악인이었던 것이다.
포이보스 돈트의 악랄한 장난으로 에드워드 글리버는 이튼 칼리지에서 퇴학당하고 만다.
그에게 주어져있었을지도 모르는 풍족한 미래와 명성을 빼앗겨버리고, 에드워드 글리버는 한없이 추락하고 만다.
급기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에게서 받을 유산 같은 것도 없었던 에드워드의 현실은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이튼 칼리지를 졸업하기만 했다면, 쉽게 들어왔을 직장들이 하나둘씩 그에게서 멀어지고, 지식인도, 노동자도 아닌 어중간한 에드워드가 세상에 낄 곳은 아무데도 없는 듯 했다.
이 모든 것이 포이보스 돈트의 생각없는 장난에서 비롯된 일.
더이상 어쩔수 없는 무기력과 절망에 빠진 에드워드와는 달리, 포이보스 돈트는 떠오르는 신인 작가로 명성을 얻게된다.
어쩌면 에드워드가 가졌어야 했을 그 자리를, 그를 모함해 인생을 파멸시킨 포이보스 돈트가 가지게 된 것이다.
결코 포이보스 돈트에게 호의를 가질수 없는 상태에서 에드워드는 더더욱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알게된다.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중 그녀의 일기장을 읽게된 후, 에드워드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게된다.
친모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어머니는 자신의 양모였을 뿐, 자신의 진짜 가족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신의 가족은 영국에서 가장 명망높은 귀족중 하나인 텐저경이었다.
명예와 돈, 세상 모든 것을 거머쥔 텐저경에게는 자식이 없다. 그는 자신의 숨겨진 자식이 (그것도 정통혈통의) 어디선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가문의 명예와 존속을 위해 후계자를 반드시 만들어놓아야 했던 텐저경은 자신의 교구 목사의 아들 포이보스 돈트를 마음에 들어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지위를 넘겨줄 생각까지 한다.
교활하게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려는 포이보스 돈트의 계략들.
그리고 그 포이보스 돈트에 의해 자신에게 보장되어있던 미래를 빼앗기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진짜 아버지마저 빼앗길 위치에 처한 에드워드 글리버.
이제부터 두 남자의 치밀하고 처절한 복수극이 막을 열었다.


포이보스 돈트의 말처럼 "복수는 기억력이 좋다".
한 사람의 인생에 오로지 행복뿐이거나 오로지 불행뿐인 것만은 아니지만, 유독 불행은 더더욱 기억력이 좋다.
한 여자의 잔인한 복수로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에드워드 글리버의 기억속에서, 그의 양모는 항상 좋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소설을 쓰다 지쳐 잠이 든 모습, 자신에게 다정하게 책을 읽어주던 모습, 그를 걱정해주던 양모의 따스한 눈길.
그런 것들이 분명 기억속에 켜켜히 남아있을텐데도, 욕망이라는 것은, 출생의 비밀이라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복수에 목숨을 바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어리석으면서도, 다분히 인간적인 감정이다. 우리는 부처가 될수 없으니, 내 출생의 비밀이라는 것에 대단한 부와 명예가 걸려있다면 어떻게서든 밝혀내고 앞으로 나서고 싶을 것이다.

마이클 콕스의 <밤의 의미>에 등장하는 두 청년 에드워드 글리버와 포이보스 돈트는 서로를 증오하고 경계하면서도 무척 닮아있는 인물이다. 부와 명예, 그리고 비밀로 한없이 끌려들어가는 나방처럼 그들은 위험도 잊은 채 비밀을 파고들거나 비밀을 은폐하려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른 존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와 명예와 복수.
모든 것은 욕망에서 비롯된 일. 두 세대를 뛰어넘어서까지 이어지는 욕망과 배신과 복수들의 핵에는 사랑과 믿음이 존재한다.
사랑했기 때문에 배신을 참을수 없었고, 사랑했기 때문에 깜빡 속아 넘어가버릴수 밖에 없었고, 사랑했기 때문에 간악한 짓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사랑이라는 욕망이 현실적인 욕망과 결부되었을 때, 그것이 어찌나 추하고 잔인하게 서로를 망가뜨리던지...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아직까지도 효력을 얻는 것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에 대한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복수와 배신이 판을 치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복수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책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은 거의 소극적이던, 적극적이던 자기만의 복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에드워드 글리버는 포이보스 돈트에게, 포이보스 돈트는 에드워드 글리버에게, 미스 카터릿은 에드워드 글리버와 자신의 아버지에게, 레이디 텐저는 자신의 남편에게, 레이디 텐저의 변호사였던 트레드골드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어쩌면 사랑하는 레이디 텐저를 가진 텐저경에게 그 나름대로의 복수를 행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끝도 없이 이어지는 복수와 배신의 끝에서, 작가는 그들에게 나름의 죄값을 치루게 만든다.
그들의 복수는 거의 모두 성공적으로 실행되었으나, 그들중 어느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았다.
인간이 살아가는 궁극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행복이라는 것의 바탕에 오차없이 깨끗한 부와 명예가 깔려있다면, 더이상 바랄 나위 없이 복받은 인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 삶이 그렇게 쉽게 무언가를 내어주던가.
삶이라는 악마는 하나를 내어주면 하나를 빼앗아가버리는 잔악한 존재인 것이다.
부와 명예가 있으면 소박한 행복을 잃게 마련이고, 소박함속에 남겨진 사람은 부와 명예를 헛되이 꿈꾸게 된다.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는 현명한 사람이 될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부처도 공자도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다.

근래 보기힘든 걸작에 가까운 소설로,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설은 아니었다. 어떤 소설들은 읽다가 지루해진다 싶으면 더이상의 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기도 하는데, 희한하게 이 책은 초반부부터 중반부까지가 무척 지루한데도 계속 읽게 되더라.
그리고 책의 말미에 가서야 진정한 이 책의 재미와 이 책이 이렇게까지 두꺼운 이유를 비로소 알게된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깔려있는 배경지식이었다는 사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에 녹아들어가 있는 어떤 정보도 헛된 것은 없더라.
마이클 콕스는 이 책을 30년간 집필했다고 한다. 과연 그 노력이 눈부신 결실로 맺어진 것 같다.
오랜 세월 연구하고 책을 써낸 보람이 있게, 책은 몹시 장엄하고 중후하며, 이야기는 통속적인 동시에 처절하고 아름답다.
책밖으로 흘러넘치던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어마어마한 정보와 입체적인 캐릭터들, 통속적인 드라마인 동시에 한 가문의 이야기까지 다루는 깊이감 또한 훌륭하다.
빅토리아 시대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도저히 거부할수 없는 책이 되리라고 장담하고 싶다.
빅토리아조 소설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써는 정신없이 빨려들어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삼켜버리고, 에드워드가 마지막으로 흘렸던 눈물에서 거대한 감동을 받아 가슴이 두근거리고 꽤 짠한 후폭풍속에서 한동안 잠이 들지 못했으니, 적어도 내게만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마이클 콕스는 <밤의 의미>의 속편격의 이야기를 구상중이라고 한다.
비록 이 책은 초반부의 지루함덕에 천천히 읽었지만, 속편격의 작품은 열렬히 기다릴수 있을 것 같다.
이 후에, 이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될까.
그들의 인생에는 또 어떤 폭풍같은 비밀들이 숨겨져 있을지.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행위인가 깨달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셜록 홈즈

줄거리 :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정이 온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가 영원한 명콤비 왓슨 박사와 함께 피의 복수를 외치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악당 블랙우드의 음모를 파헤쳐가는 액션 어드벤쳐. 

자칭 추리소설 팬이라 자부하는 사람중에, 셜록홈즈와 아가사 크리스티를 모르는 간첩들도 있을까?
역사상 가장 유명한 소설속의 탐정인 셜록홈즈가 영화로 재탄생 한다.
뭐, 셜록홈즈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감독의 이름을 보니 "엥?"하는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
가이리치가 만들어낸 셜록홈즈와 왓슨은 대체 어떨까?
스틸컷만 보기로는 어쩐지 셜록 홈즈와 왓슨이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딘가 머슴같은 느낌이 드는 셜록홈즈, 주드로가 연기하는 오만방자한 얼굴의 왓슨은 또 어떤지!!!)
게다가 장르는 "추리"가 아니고 "액션 어드밴처"란다.
가이리치가 그 유명한 셜록홈즈를 어떻게 요리해놓았을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아무튼 이번주 개봉되는 영화중에는 유독 관심가는 영화들이 정말 차고 넘치지만,
그중에서도 <셜록홈즈>는 겨울용 블록버스터로 꼭 봐야할 것 같다.
(또 빅토리아 시대라면 무조건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는 내 습성상, 이 영화를 안보고는 못배길 것 같고...)
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봉일이 벌써 다음주이다!
딱 일주일만 기다리자! 음화화화화화화

 


그러고보니 어제 나는 셜록홈즈 전집을 사고야 말았고.......(영화를 맞추어 산 것은 아니지만서도.....)
 

명탐정 홈즈(1984) 


그러고보니 어린 시절 이런 애니메이션이 TV에서 했었다.
주인공들이 모두 멍멍이로 등장하는 홈즈였는데, 세월이 오래 지난 만큼 자세히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멍멍이들도 귀엽고 내용도 재밌어서 꼬박꼬박 챙겨봤었다.
(허드슨 부인이 멍멍이임에도 묘하게 우아했던 기억도...)
오랜만에 생각난 김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 애니메이션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참여했고 일본+이탈리아 합작이라는데,
주인공을 모두 개로 만들어달라는 이탈리아의 강력한 요구때문에 모든 주인공을 개로 만들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 있단다.
대체 이탈리아는 무슨 생각으로...?
그래도 캐릭터들은 멍멍이인만큼 그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삼총사도 동물판으로 만들어졌던 것 같은데, 달타냥이 멍멍이로 등장했다.
역시 삼총사에서는 아라미스가 진리인 것이다. 어떤 애니메이션에서도 무조건 아라미스가 진리였다. 적어도 내게는!!!)
 

 

<명탐정 코난> <김전일 소년의 사건 기록부> 


대표적으로 사건을 몰고다니는 아이들, 코난과 김전일.
언젠가 인터넷에서 누군가 <김전일...>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의 범인은 김전일이라고 주장하는 설을 보고 웃은 적이 있는데,
시리즈도 만만치 않은 <명탐정 코난>과 <김전일 소년의 사건 기록부>를 보고 있다보면, 정말 얘네들만 없으면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태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괴도 세인트테일

(꼭 그런건 아니지만;;)남아를 위한 탐정물 애니메이션이 코난과 김전일이었다면, 여아를 위한 탐정 애니메이션으로는
괴도 세인트테일-천사소녀 네티가 있다.
변신소녀물+탐정물의 포맷을 가지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TV에서 방영하던 당시 그 특유의 뽀샤시하고 세련된 색감 덕분에
홀딱 빠져서 볼수 밖에 없었는데....
매번 사건을 해결하기전에 수녀 세인트와 네티가 이마를 맞대로 "주님. 오늘도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주세요" 하는데,
지금생각해보니 묘하게 백합구도였다는 생각도 들고...=_= (이 관계는 카드캡터 사쿠라에서 사쿠라와 토모요의 관계도 살짝 생각나고...)
남자주인공으로 등장한 셜록스 같은 경우에는 셜록홈즈를 염두해놓고 만든 캐릭터임이 확실한 것 같은데,
사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셜록스보다 세인트와 네티가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루팡 3세

탐정과 괴도를 말하다보니 역시 어린 시절 보았던 <루팡 3세>도 떠오른다.
괴도 루팡의 손자라면서 등장한 루팡 3세. 원숭이같은 얼굴에 호색한이어서 여자한테 자주 이용당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일본에서는 꽤 인기있었던 시리즈라고 하던데,  TV방영하던 당시에는 뭔가 내 취향과 맞지 않았는지
보다 안보다 했었던 것 같아서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셜록홈즈 전집을 사고나니....이런 것도 자꾸 눈에 밟히고..... 

셜록홈즈에 대해 쓰다보니 갑자기 탐정, 괴도 애니메이션 얘기로 빠져버렸다.
이 삼천포 기질이란....
이런 애니메이션을 갑자기 찾아보다보니, 일본 사람들은 참 옛스러운 추리물을 좋아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서양소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밀실트릭이라던가, 퍼즐식 구성이라던가, 범인은 바로 자네야!!!하는 듯한 반전이 돋보이는 소설들이
유독 일본쪽에서는 아직도 꽤 나오는 것 같으니....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에도, 어른용 애니메이션에도 그런 옛 탐정같은 캐릭터들이 종종 등장하는 것도
일본 사람들이 그 추리물들을 무척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 시절, 셜록 홈즈와 아가사 크리스티에 빠져있었던 나로써는, 그런 소설들과 애니메이션들은 묘하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근데 근데, 찾다보니 이런 영화도 있었다!


 


아르센 뤼팽(2004) 


(알라딘에 없어서 포스터를 찾아왔다.)
2004년도작이라는데 개봉을 안했었나?;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기억조차 없다.
포스터가 멋들어져서 언젠가 봐야겠다고 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