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 Avat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래. 정말 영상 혁명이더라.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거침없이 보여주는 기술력과 자본, 상상력은 거의 혁명급이더라.
그러나 딱 거기까지만! 영상 혁명이었을지는 모르나, 영화 혁명이 되기에는 무척 아쉬운 영화이다.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스토리를 논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고, 이런 말을 한다고 이 영화의 스토리가 봐줄수 없을 정도로 거지같았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지 영상 하나로, 이 영화를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보기에는 뭣하다는 얘기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이야기의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연출.
"늑대와 춤을"에서도 봤던 것 같고, "포카혼타스"에서도 봤던 것 같으며, 심지어 "미션"같은 영화도 생각난다.
그러니까 이른 바, 새로운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그 세계에 동화되어 그들의 세상에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을 저지하러 나선다- 이런 이야기로 요약하면 딱 되겠다.

가끔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미국인들이 자성을 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그냥 별 뜻없이 역사를 다시 한번 얘기해보고 싶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여느모로 보나, 이 이야기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동네를 침략한 유럽인들의 이야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스머프처럼 파란 피부에 인간보다 키나 등치가 약 1.5배 큰 나비족의 신비롭고 자연에 가까운 모습들과 여러 기계 문명으로 처들어오려는 지구인들의 전투를 또 달리 볼수 있겠나.
그래서, 자신들의 자연친화적인 문명을 지키며 살아가던 인디언을 그렇게 몰아낸 것에 대해, 미국사람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다음에 또 그런 기회가 온다면, 자연과 원주민을 위해 순순히 물러서겠는가?)
또 영화 "미션"이나 "늑대와 춤을"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서양인들의 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다분히 기독교적이고 이기적인 선교 의식을 이 영화에서도 보게된다.
결국 세계를 구하는 히어로는 나비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으로 잠입하게 된 "인간"이니까 말이다.
미국놈들이 죄다 나쁜 놈들이라도 딱 한사람, 선한 미국인은 다른 세계도 구할수 있다는....그런식으로 보이는 것은 내가 삐뚤어져서 일까. 


좀 다른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몇달전 보았던 <디스트릭트 9>과 비교해 볼수도 있겠다.
<아바타>의 주인공은 아바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에게 흡수되어 그들의 문명과 자연에 동화된다. 그리하야 여기서 사랑에도 빠지고, 나비족의 문명에 흡수되어 가는 도중, 인간들이 나비족의 세계를 뺏으려 하자, 전설의 존재가 되어 나타나 나비족을 위해 그들을 처단한다.
<디스트릭트 9>의 주인공은 어떨까. <디스트릭트 9>의 주인공 역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외계인이 되어가는 운명에 처한다. 정체모를 물질에 감염되어 점점 몸이 변해가는 주인공. <디스트릭트 9>에도 역시 인간에게 저항하는 외계인들이 등장하고, 어쩌다보니 주인공은 그들의 편에 서서 싸우게 된다.
왜냐면, 그래야 자신이 인간으로 돌아갈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 세계에 동화되어 그 자신이 히어로가 되어 세계를 구하는 <아바타>와
잃어버리게 될 운명에 처한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외계인의 편에 서는 <디스트릭트 9>.
외계인이 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표현방식과 저변에 깔린 의식은 서로가 너무 다르다.
굳이 고르자면, 나는 <디스트릭트 9>이 더 좋았다고 하겠다.
내러티브가 이 정도는 되어야 (적어도 외계인 영화중에서는) 혁명적인 이야기도 될수 있지 않을까.
나는 우월감과 선민의식에 넘치는 히어로의 위대한 자기 희생보다는, 더 단순할지라도 더 개인적이고 더 인간적인 <디스트릭트 9>의 이기심이 더 와닿는다.

아무튼 이래저래 삐뚤어진 상념들을 털어놓기는 했지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자체로는 무척 괜찮다.
돈을 쓰려면 이정도는 써야 영상혁명이 나오는구나 싶다.
제임스 카메론은 그닥 취향이 맞는 감독은 아니라 기대한 바도 없어서, 내러티브 자체의 뻔함을 제외하고는 이정도면 얘기도 충실하다고 생각된다.
영상미도 반짝반짝 아름답고, 초반에 다소 징그럽게 보이던 나비족도 가만히 보고 있다보면 무척 신비롭고 우아하다.
초대형 자본과 기술력이 만들어낸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호화찬란한 영상미로 마음껏 눈호강 하고 싶어서 극장을 찾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이다.
그래도 연말이라면, 이런 영화 하나쯤은 봐줘야하지 않겠나? 아하하하하하


p.s 3D 입체 안경을 끼고 보면 이 영화가 어떻게 보일까? 일반 영화로 관람해서 그게 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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