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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시민 - Law Abiding Citize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목이 웃겨서 안보려고 했는데, 감독이 <이탈리안 잡>의 게리 그레이 감독이란다.
그래서 보기로 했다.(단순하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야기지만, 꽤 흥미진진하게 얘기를 풀고 나갈줄 아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 너무 가볍지도 않지만, 너무 무겁지도 않다. 스릴러 특유의 호화찬란한 폭팔에 기대지 않고도 적당한 무게로 적당히 선을 지키는 감독이라서, 내게는 호감인 감독이다. <이탈리안 잡>이 그랬듯, 약간 모자른 <모범시민>의 느낌 또한 그랬다.
어느날 집에 강도가 들어 딸과 아내를 잃은 주인공.
이 파렴치한 범인은 잡혔으나, 그가 야구방망이에 얻어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어가는 동안 목격한 사실은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의기양양한 범인은 고작 3년형을 선도받고 만다.
항의하는 주인공에게 검사는 냉혹한 법정의 현실을 말해준다.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입증하는게 중요한 거라고.
그래? 그렇다면, 내가 아주 기가 막힌 범죄를 저질러주지.
너희들이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어도,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입증해야 할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니까.
발명가이자, 한때 스파이 두뇌 역활도 했던 주인공은 복수를 계획한다.
범죄는 뻔뻔하게 일어나고, 범인인 그도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입증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가 어떤 방법으로, 앞으로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될지, 반드시 입증해야 할것이다.
<모범시민>에서 우리가 볼수 있는 법의 무력감이라는 것은, 우리들이 매일매일 신문에서, 거리에서, 소문에서 발견할수 있는 사회적 불합리함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 존재하는 최소한의 도덕. 인간이 하는 일이니 헛점이 없을래야 없겠지만, 그 헛점의 구멍은 사실 너무도 커서 그 구멍에 빠져 버리는 무고한 사람들의 숫자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법과 공권력의 무력함에 자가응징을 하러 나서는 안티 히어로들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어도 영화에서는 종종 볼수 있다.
그들은 범죄를 막기위해, 자신이 범죄자가 되는 것을 서슴치 않거나, 사회적인 모순을 꼬집고 비틀어버린다.
영화속의 안티히어로들의 사회로의 복수는 거대하고 냉혹한 현실에 내버려진 평범한 소시민들 나름의 로망이라면 로망이겠다.
영화속에서나마 우리는 이 무력한 사회에 대한 복수를 행하고 싶다.
범죄를 저지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만큼, 영화속에서나마 대리적인 통쾌함을 얻고 싶은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초점을 거기에 맞춘다면 결말에서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으니..)
천재적인 두뇌, 가공할만한 추진력을 가진 이런 주인공이 사회의 모순을 더 비틀어버리기를 바랬건만, 영화는 결국 권선징악이라고 하기도 뭣한, 당연히 그리로 가야할 귀결점으로 다시 돌아가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범죄가 밝혀지는 지점의 이야기들이 약간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어설픈 자기 반성도 조금 거슬리긴 했다.)
초반부터 시간 낭비를 전혀 하지 않고 원인들이 돌격해 나가는 점도 좋고, 주인공들의 대사, 움직임들, 내러티브, 메시지, 적당한 액션 다 좋아서 스릴러 영화로써의 본분은 충실하지만,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결말에서 뭉게져버렸다.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겠지만, 나는 이 역시 고작 영화 하나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는 헐리우드 영화이니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가볍게 받아들여버렸다.
어쩌면 이렇게 맥빠지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허무하게 결말나버리는 현실이 진짜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두근두근 흥미진진하게 결말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이
그런 맥빠지는 현실을 맞딱뜨리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악랄하지만 통쾌한 사회로의 복수였을까?
어느 쪽에 초첨을 맞추는지에 따라서, 결말을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