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책 1 - 한밤의 식육열차 - 뉴 라인 호러 001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은지 도희정 옮김 / 씨엔씨미디어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이 공포 영화를 만들고 공포 소설을 만들고 무서운 얘기들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자신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즐기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텐데 말이다.
나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이 만든 "종교"라는 것은 "믿고 싶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만든 공포영화나 소설은 그 반대의 이유로 생겨난 것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다.
보지 못하는 지옥에 대한 호기심이 그런 이야기를 만든 것이 아닐까.
가장 무섭고 끔찍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는 공포스러운 소재에서
사람은 공포에 떨기도 하며 또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의 충족에 즐거워하기도 한다.
 
클라이브 바커의 공포단편 시리즈 "피의 책"은 한 젊은이의 몸에 죽은 자들이 원한을 세겨넣으면서
독특하게, 그리고 폼나게 시작한다.
피의 책 시리즈에 기록된 이야기들은 젊은이의 몸에 세겨진 죽은자의 이야기들이다.
모든 사람은 피의 책이고, 어디를 펼치든 붉다.
한 젊은이의 몸에 기록된 기이한 지옥의 이야기들이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첫번재 이야기, 소설의 표제가 되기도 한 "한밤의 식육열차"는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의 특징을 단번에 알수 있는 잔인무도하며 경이로운 세계관이 응축된 단편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단편이다.
끔찍한 연쇄살인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피곤에 쩌들은 인간이
도시의 근원, 뼈대를 만나 경이로운 환희를 얻는다.
 
부처님 반토막같은 중년남자를 악의 세계로 인도해야하는 책임을 가진 악마의 이야기 "야터링과 잭"은
비교적 유머감각이 넘치는 단편으로, 읽으면서 누가 더 악한가를 떠오르게 만든다.
아내가 자기집 침실에서 다른 남자와 뒹굴고 있어도 은근슬쩍 문을 닫아주고,
귀여운 막내딸이 레즈비언이 되겠다는데도 조금도 말리지 않는 너그럽다 못해 무감각한 중년의 남자.
그리고 그를 분노하게 만들고 나락으로 떨어뜨려야하는 하급 악마 야터링의 대결구도는
어쩐지 코믹하기까지 하다.
 
매혹적인 암퇘지가 등장하는 "돼지피 블루스"는 어쩐지 Korn의 Untouchable 앨범 자켓이 떠오르는 단편이다.
소년들은 암퇘지를 경배한다.
인간을 먹는 암퇘지. 그 거대하고 우아한 모습.
소년들 사이에 생겨난 이 이상종교의 모습은 스산하고 몽환적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떠오르는 "섹스, 죽은, 그리고 별빛"에서는
쇄락해가는 연극 연출자 앞에 모자로 얼굴을 가린 죽은 남자가 등장한다.
모든 관객이 시체가 되고, 시체가 다시 극단을 꾸려나가게 된다.
 
"언덕에, 도시가"는 클라이브 바커의 이 단편들 중에서 공통된 특징만을 엄선해놓은 듯한 단편이다.
도시와 사람. 수천명이 죽어가지만, 도시는 움직인다.
이 이야기에서 싸움은, 인간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들이 한다.
너무나 거대하고 생소한 것에 대한 공포는 경이로 바뀌고, 경이는 찬양으로 바뀐다.
클라이브 바커의 공포가 성스러움으로 발전하는 모습은 이렇다.
 
 
책 뒷편에는 여러가지 찬사의 글이 적혀 있다.
클라이브 바커는 공포의 미래다, 이처럼 독창적인 작품은 본적이 없다. 등등...
다 보고나서는 나도 동감할수 밖에 없다.
이처럼 독특하고 독창적인 공포소설은 처음이다.
단순히 잔혹하고 자극적인 장면만 찔러넣은 요즘의 공포이야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작가 자신이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공포와 경배가 오고가는 모습은
마치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읽는 듯 끈끈하고 음습하게 다가온다.
그와 더불어 냉소적이고, 철학적인 지적인 늬앙스 역시 잊지 않는다.
악과 성스러움은 거의 반대말처럼 들리지만, 클라이브바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것은 동음이의어처럼 생각된다.
 
클라이브바커는 참 독특한 소설가다.
책을 펼치는 순간, 그의 악의 세계에 빨려 들어가게 될것이다.
잔혹하고 경이로운 공포를 찬양하라.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 그들이 믿고 살아가는 것은 우주의 티끌보다도 작다.
그 뒷편에는 작고 초라한 인간따위가 상상할 수 없을 만한 거대한 진실이있다.
그러니까 잘난척 하지 말아라.
................라고 클라이브 바커가 꾸짖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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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8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대단하죠. 전 보면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좋더라구요^^;;;

Apple 2006-05-19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대단하더군요~보면서 몇번이나토할뻔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것이 명품 호러다!!!!"
 
돌 속의 거미 블랙 캣(Black Cat) 4
아사구레 미쓰후미 지음 / 영림카디널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소리로 찾아가는 여자의 흔적을 그린 "돌속의 거미".
 
가족들을 학대하던 아버지를 죽이고 소년원에 수감된 후 다치바나는 사람을 멀리한채 살아온다.
혼자서 작업할수 있는 직업인 악기수리공이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그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새로 이사할 집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소머즈같은 슈퍼청력을 얻게된 후
그의 모든 감각은 청력에 기대게 된다.
다른 사람들처럼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으며 사물을 인지하지 않고,
예민한 청각에 기대어 모든 것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된것이다.
 
그 무렵, 그 집에 전에 살던 여자의 실종소식을 듣게되고,
소리를 통한 그녀의 흔적과의 교류로 그녀의 행방을 찾아나가기 시작한다.
 
"돌속의 거미"는 다치바나의 행적을 따라 모든 서술이 청력에 기대어 있는 책임에도 무척 조용하다.
주위를 둘러싼 모든 소리가 손에 잡힐듯한 색체와 형상을 가지도록 서술해 나가는
작가의 묘사는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탁월하다.
다소 자폐적인 성향을 띄며 몽환적으로 진행되는 전개는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하나의 결론에 이르른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지루해진 점, 뒤로 갈수록 힘이 딸리는 점,
너무나 소리에 의지해버린 전개와 지나친 우연의 난발로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단지 귀에 들리는 소리만으로 추리해나가는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고,
시종일관 섬세함과 침착함을 유지한 점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할수 있겠다.
 
사람은 누구나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싶어한다.
그것이 진실이 아닐지라도.
다치바나의 방안 구석구석 남겨진 소리의 흔적을 따라 여자를 찾으려고 한 것은,
그 여자 역시 자신처럼 고독하게 살아온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서가 아닐까.
마치 소울메이트처럼, 똑같은 상황에 내버려진 채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다고 믿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돌속에 갖힌 거미.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었던 가련한 거미는 구하고 싶었던 그 여자가 아니라,
자기자신인지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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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의외로 괜찮지 않나요^^

Apple 2006-05-15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썩 설득력이 있거나 휘몰아치는 긴장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는데,
작품 전체를 흐르고 있는 울적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좋았다는....^^
 
영원의 아이 -상 영원의 아이
텐도 아라타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고, 또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또 아이를 낳는다.
인간은 완벽할수 없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새에 서로가 서로를 상처입힌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평생을 견딜수 없는 상처를 받은 자식은, 설사 증오가 섞여있을지라도 그런 부모라도 사랑한다.
자기 배아파 나은 자식에게 상처를 받은 부모는, 그래도 자식이기 때문에 그런 자식이라도 사랑한다.
혈연이라는 것은 그런 것일까.
설사 증오스럽고 공포스럽더라도 쉽사리 끊어버리기엔 가슴이 아파지는 관계.
인간이 처음으로 타인에게서 상처를 받게되는 계기는 언제나 가족안에서이다.
배신감, 공포, 아픔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 역시 그렇다.
이처럼 가깝고도 이처럼 먼 관계.
그것이 가족이다.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는 그런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정에서 크게 상처를 받고 정신요양원에서 만난 세 아이 유키, 쇼이치로, 료헤이의 이야기는
그들과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어서
또다른 상처와 과거의 회한을 끄집어내게 만든다.
그들의 부모와 세상에 대한 배신감이나 증오보다도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자기자신을 학대하고 자책하는 그들 자신의 모습이다.
그래서 살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아이들.
겨우 12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은 자기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나같은 거 살아있어서 뭐가 되겠어. 모두 나 때문이야. 나 같은거 죽어도 싸.
12살 아이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자기학대는 인생을 좀먹어 들어간다.
그들이 17년후, 29살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해주었던 "살아있어도 괜찮아"라는 위로때문이었다.
수없는 상처로 얼룩져서 세상과 벽을 쌓아두고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인간은 17년전의 그 한마디 때문에 살아숨쉴수 있는 오묘한 존재.
 
아버지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하고 살아온 유키는 끝없이 자살하려고 하는 여자아이이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 보다 더더욱 유키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은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엄마의 부정때문이었다.
결국 거짓말쟁이가 되고, 12살 나이에 평범한 가정의 딸이면서도
가족 누구에게도 의지해버릴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유키는 자기자신을 부정해버린다.
가정을 깨뜨려버린 것은 모두 자기자신때문이고,

아빠가 그렇게 된 것 역시 자기자신 때문이라고.
그런 죄책감은 유키를 완전무결한 아이로 만든다.
누구에게도 폐끼치고 싶지 않아서, 온몸을 바쳐 동생과 엄마에게 헌신하는 딸이된다.
동생이 열등감을 느낄까봐 원하던 의사를 포기하고 간호사가 되는가 하면,
가장 힘든 일을 도맡아 해가면서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다.
타인이 소중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치 없기 때문이다.
 
방탕한 어머니 아래서 자란 쇼이치로는 모울(두더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오랫동안 벽장속에 갖혀있던 기억은 평생 어둠을 두려워하는 아이로 만들어버린다.
남자만 생기면 내던지듯 돈을 놓고 아무 설명없이 집을 떠나버리는 쇼이치로의 엄마.
가스도 전기도 끊어진 방안에서 몇일이고 공포와 고독에 덜덜 떨면서 쇼이치로는 그런 엄마를 기다린다.
매번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자신을 끝없이 배신하는 엄마를 증오하면서도
젊은 나이에 치매가 걸려서 정신을 놓아버린 엄마를 놓치 못하는 아들의 모습은
가슴이 찡할정도로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지라프(기린)이라는 별명을 가진 료헤이는 온몸에 담배로 지진 상처를 갖고 가는 아이이다.
그 모습이 기린의 얼룩과 닮아서 모두들 지라프라 부른다.
원치않는 아이를 가진 엄마는 화가 날 때마다 료헤이의 몸에 담배를 지지고,
아빠는 마음내킬때마다 때린다. 할머니는 이런 아빠를 방관한다.
활달한 개구쟁이같은 인상과는 다르게 무척 폭력적인 아이 료헤이는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타인의 아끼는 애완동물을 죽이면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를 보면 달겨들면서,
한없이 난폭하게 풀어버린다.
 
이 세소년소녀가 만나서 서로를 구원해주고자 한다.
자신을 부정하게 만들던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유키에게 상습적인 성폭력을 행하던 아버지를 죽이는 걸로,
그들은 서로를 구원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유키 아버지의 죽음이후 17년이 흐른 후에도,
유키는 여전히 금욕적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자기자신을 아끼지 않고,
쇼이치로는 여전히 어둠을 두려워하며, 료헤이는 가족을 갖고 똑같은 악습이 되풀이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어째서 가장 안전해야할 가족에게서 상처를 받는가.
그러면서도 왜 가족을 완전히 버릴수도 없는가.
인간은 똑같은 과오를 범하면서 살면서 왜 또다시 가족을 만드는 것일까.
아이가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는 어떤 식으로든 또다른 자식에게 되풀이되는데,
어째서 세상은 가족으로 넘쳐나는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실타레처럼 엉켜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거의 1200 페이지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의 세권을 다 덮고 났을때 나는 꽤 위로받은 기분이 들었다.
상처투성이의 세 아이가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서로에게 "살아있어도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것을 들으면서,
나 역시, 가치없이 사라질 운명을 가진 인간일지라도
단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장하다는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살아있어도 괜찮아. 너는...살아있어도 괜찮아. 정말로, 살아있어도 괜찮아."
유키, 쇼이치로, 료헤이 세 아이가 내게도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가족을 보았다.
책속의 가정처럼 극단적으로 흐트러진 가정은 아닐지라도,
매일 서로 죽일듯이 싸우는 가족을 바라보면서,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가족을 바라보면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어쩔수 없이 살아가는 것이 되어버린 가족을 바라보면서,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어느 밤이 떠오른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그로인해 입는 상처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언젠가 내 자식에게 내가 줄 상처가 두려웠다.
부모는 자식의 인생을 결정할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자식이 어떤 인생을 걸어가든,
내가 원한 방향이 아닌 자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인생을 걸어갈지라도,
부모는 자식을 끌어안아야한다.
부모이기 때문에. 내 자식이기 때문에.
내가 주었을지도 모르는 자식안의 상처를 부모 자신만은 끌어안아 책임져줘야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자신이 없다고. 그렇게 거대한 부모의 아량을 품기엔 내가 너무 작다고.
지금은 잘 모르겠다. 독신으로 살고자 결정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내가 이끌어가는 가족을 갖는다는 것 역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끔은 내 부모를 책망할 때도 있었고, 부모가 물려준 상처를 끌어안고 나를 자책할때도 있었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부모님에게 발끝도 못미치는 부모가 될 것이다.
내가 아이를 가져보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나자신이 잘해나갈 거라는 자신감을 가질수 없다.
그만큼 나를 완전히 믿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고나서 여러가지 느낌이 드는 책이었고, 나도 모르게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살아있어도 괜찮다.
죽으려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살아남은 것 그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가끔은 가슴이 아프로 외로울 지라도, 살아있다는 것은 역시 꽤 괜찮은 모험이니까.
눈물과 미소를 짓게 만들어준 텐도 아라타에게 감사한다.
아주 높은 산을 등산하고 내려온듯이 마음속에는 감동과 따뜻한 위로와 성취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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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하는데 쟁여만 놔도 뿌듯해서 아직 못보고 있어요.

Apple 2006-05-12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국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크크....
꼭 보시길..

쥬베이 2007-11-16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즈님 서평 읽으니, 다시 감동이...
저도 3권 다 읽고 나서 위로 받은 기분이었어요. 감동했고, 가슴이 쓰렸고, 눈가에 그만..
'오늘을 살면서 이런 명작을 읽을 수 있었다'란 생각에 새삼 삶을 돌아보고...(이건 좀 오버지만ㅋㅋ) 아무튼 서평 잘 봤습니다^^ 저도 서평 써야하는데, 부담되서 못쓰고 있어요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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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500페이지인데도 불구하고 가뿐하게 읽을수 있는 소설 "검은 집".
책 표지에 마치 귀신의 집 이야기라도 되는 듯
"검은 집으로 초대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얼어붙는다!"라고 써있는데,
막상 펴보면 보험금사기를 치는 섬뜩하고 무정한 사이코패시와 정의감에 불타는
보험회사직원의 심리전을 다루고 있다.
 
다른 사람의 평과는 좀 다르게 나는 이 소설을 별로 무섭지 않게 보았는데,
사지절단난 토르소몸에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죽은 시체, 잘려진 목 등
무척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전혀 동요되지 않는 것은
단지 자극적일 뿐 내 공포심을 자극할 만한 장면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살인자, 피해자, 쫓는 자의 모든 시각에서 풀이해버리는 소설들을 읽어서인지,
이 소설은 무척 단조로운 느낌이었고, 쉽게 읽었으나, 별로 재미는 없었다.
 
다 보고나서는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찼다.
 
첫째는, 왜 굳이, 하필, 신지를 주목했는가-
범인은 보험회사의 수많은 직원중에 왜 주인공 신지를 주목했을까.
초반에 무척 중요한듯 등장하는 이 의문은 중반을 지나면서
어느새 풀이할 필요가 없는 잊혀진 의문이 되어버린다.
 
둘째, 왜 경찰은 가만히 있는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의문사를 당했는데, 소설속의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공권력의 부패를 다룬다기보다는, 주인공 신지가 직접 발벗고 나서는 전개를 하고싶어서 이렇게 한듯 싶지만,
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이 자살을 했는데도, 무고한 범죄심리학자가 죽음을 당했는데도,
보험금 탄지 얼마나 되었다고 고모다씨가 팔이 잘려서 왔는데도,
경찰은 아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참내.....
 
셋째, 고모다씨는 어디로?
중반까지 유력한 범인으로 등장하던 고모다씨는 팔이 잘려버린 이후에는
죽기라도 한듯이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 사건 해결부분에서 잠깐 그가 자살했다는 사실만 알려둘 뿐,
어쩐지 도구처럼 이용되어버린 캐릭터가 되어버리는데, 이렇게 되면 별로 긴박감이 넘치지 않을텐데...
이 소설은 범인을 맞추기위한 반전 소설이 아니라, 초반부터 범인이 거의 지목되어있고
보는 사람으로써 쉽게 범인을 유추할수 있는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중간에 싹 버려버리는 캐릭터가 있어버리면 좀 시시해져버린다.
 
넷째, 그렇다면 뭐하려고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빠찡꼬에 빠졌다는 얘기는 아주 슬쩍 나오긴 했지만, 돈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었을까.
뭐 제대로 나오지를 않는다.
그냥 무지막지한 살인자를 하나 만들고 싶었던 걸까.
범인의 심리라던가, 어린시절, 또는 그 외의 이야기들은 거의 "얘기해두는" 식으로 밖에 설명이 되어있지 않은데,
술렁술렁 넘어가는 그런 부분들이 참 중요한데 그게 빠져있다.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는 자극적일 뿐, 흥미롭지는 않아져버린다.
 
다섯째, 신지의 자살한 형은 왜 만들었는가.
그 과거의 사건과 관련하여 뭔가 있는줄 알았는데, 그냥 주인공의 과거가 그렇단다.
쩝...어쩐지 불필요한 이야기아닌가.
 
여러가지 의문을 남기고, 뜬금없이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검은집이다"라는 결론을 내려버리는데,
그런 결론을 유추해나가는 과정이 허술해서 조금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묘하게 주인공도, 범인도, 주인공 여자친구나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별로 매력이 없다. 아마도 신지 위주의 심리묘사 때문인 듯 싶다.
좀더 치밀하고, 좀더 섬세하기를 바랬는데, 어쩐지 단순히 자극적인 공포로 변질되어버린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검은집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줏어들었는데,
영화로보면 어떨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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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 작품을 호러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추리소설인데요. 그리고 푸른불꽃의 전초전격으로 소년을 담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네요.

Apple 2006-05-0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사실 왜 호러소설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디가 그렇게 무섭다는 얘긴지...음...
 
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이란 한없이 모순적인 존재.
혼자이기를 바라면서 소통을 바라고, 외롭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그 외로움을 즐기곤한다.
누구나 사람이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수많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사람들 속에서도 고독하다고 느끼는 것 역시 모순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웃고, 떠들면서도, 우리는 왜 고독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진 것일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선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적당한 거리감과 적당한 비밀이 있어야 온전하게 서로를 평가하고 사랑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완전히 소통할수 있는 인간 관계란 세상에 없다.
마음속까지 완전히 들여다보고 내 안의 악, 내 안의 독마저 모두 사랑해 줄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심지어 가족마저도.
거리감 없고 뼛속까지 들여다 볼수 있는 관계는 병적으로 변질되어버리거나, 증오의 관계가 되어버리거나 차디찬 연민을 받게 되어버릴 것이다.
 
가족, 친구들, 그리고 내가 만나고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 모두 나를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어느 인간관계나 마찬가지 일것이다.
완전히 자기자신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자신 밖에 없다.
그런 사실은 당연하면서도 가끔은 슬픈 사실이다.
인간 세상의 그러한 끝없는 모순은 지금까지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텐도 아라타의 고독의 노랫소리를 읽으면서, 문득 내가 아무도 모르게 실종이 된다면 누가 나를 찾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혼자 살고 있는 독신이라면, 가끔 연락해줄 다정한 부모도 없는 상태라면,
그리고 일주일동안 누구와도 연락 한 통하지 않는다면, 누가 내 실종을 발견해 줄 것인가.
결국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씁쓸하게 웃었다.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정작 내가 어려울 때 먼저 나를 발견해 줄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내가 아닌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 친구중 누군가가 일주일동안 아무 연락이 없더라도 그저 바쁜가보다 하고 생각해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그만큼 선을 그어놓고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고독하다.

 
텐도 아라타의 "고독의 노랫소리"는 간단히 말하자면 연쇄살인마이야기이지만,
소설 내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독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을 치며 공감할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고독해서, 완벽한 가족의 유토피아를 만들려는 병적인 애정결핍증환자인 연쇄살인마 다카시나,
고독하기 때문에 살아있고, 그런 사실이 슬픔에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즐기며,
어린시절 친구의 실종과 죽음에 아픈 트라우마를 가지고 회복해보려 노력하는 여형사 후키,
부모도 친구도 없는 생활에서 자기안의 고독을 음악으로 풀어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준페이.
고독의 정점에 서서 선을 넘은 인간관계를 바라는 다카시의 엽기적인 행각은
역겹고 증오스러우면서도 무척 쓸쓸하다.

 
후키는 말한다. 혼자 이기 때문에 만남이 있는거라고.
그래. 모두가 고독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소통을 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누군가는 나를 자기자신처럼 아껴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고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론이 나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자기자신을 모두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자기안의 독과 악, 애달프고 교활한 고독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늘 웃으려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그림자를 뒤에 숨기고 내 안의 가장 그럴듯한 모습을 앞세워서 이게 나라고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고, 고독하기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고, 선이 그어져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관게를 유지한다.
쓸쓸하지만, 불완전하지만 그게 사실이고, 그래야한다.
완벽한 소통과 완전한 관계를 바란다면, 다카시처럼 병적인 유토피아를 꿈꾸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고독이라는 것도 많이는 외롭지 않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기위안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잡은 순간부터 손에 놓지 않고 읽었던 책이다.
무지막지하게 공감되는 명문장이 도처에 수두룩. 텐도 아라타는 글을 무척 잘쓰는 작가같다.
딱 이정도의 담담하고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이 참 좋다.
고독의 노랫소리가 이렇게 재밌는데, 대표작이라는 영원의 아이는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재밌을지 걱정이 될 지경이지만,
절판이 되어서 구할수 없으니 아쉽다.
어디선가 빌려라도 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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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이 작가 참 좋아요^^

Apple 2006-05-0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보고나니 영원의 아이가 너무 보고싶어져서 도서관에 가면 있을까 싶어서 처음으로 도서관에 갈 생각도 했답니다.;ㅅ;이히히히...

jedai2000 2006-05-05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 작품 너무 좋죠. 텐도 아라타, 정말 뛰어난 작가입니다. <영원의 아이>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Apple 2006-05-05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없어요.ㅠ ㅠ징징...어디서 빌리나....ㅠ ㅠ

2006-06-01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pple 2006-06-0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야클 2006-07-1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굉장히 리뷰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Thanks 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