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이란 한없이 모순적인 존재.
혼자이기를 바라면서 소통을 바라고, 외롭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그 외로움을 즐기곤한다.
누구나 사람이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수많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사람들 속에서도 고독하다고 느끼는 것 역시 모순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웃고, 떠들면서도, 우리는 왜 고독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진 것일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선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적당한 거리감과 적당한 비밀이 있어야 온전하게 서로를 평가하고 사랑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완전히 소통할수 있는 인간 관계란 세상에 없다.
마음속까지 완전히 들여다보고 내 안의 악, 내 안의 독마저 모두 사랑해 줄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심지어 가족마저도.
거리감 없고 뼛속까지 들여다 볼수 있는 관계는 병적으로 변질되어버리거나, 증오의 관계가 되어버리거나 차디찬 연민을 받게 되어버릴 것이다.
 
가족, 친구들, 그리고 내가 만나고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 모두 나를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어느 인간관계나 마찬가지 일것이다.
완전히 자기자신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자신 밖에 없다.
그런 사실은 당연하면서도 가끔은 슬픈 사실이다.
인간 세상의 그러한 끝없는 모순은 지금까지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텐도 아라타의 고독의 노랫소리를 읽으면서, 문득 내가 아무도 모르게 실종이 된다면 누가 나를 찾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혼자 살고 있는 독신이라면, 가끔 연락해줄 다정한 부모도 없는 상태라면,
그리고 일주일동안 누구와도 연락 한 통하지 않는다면, 누가 내 실종을 발견해 줄 것인가.
결국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씁쓸하게 웃었다.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정작 내가 어려울 때 먼저 나를 발견해 줄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내가 아닌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 친구중 누군가가 일주일동안 아무 연락이 없더라도 그저 바쁜가보다 하고 생각해버리고 말 것이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그만큼 선을 그어놓고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고독하다.

 
텐도 아라타의 "고독의 노랫소리"는 간단히 말하자면 연쇄살인마이야기이지만,
소설 내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독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을 치며 공감할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고독해서, 완벽한 가족의 유토피아를 만들려는 병적인 애정결핍증환자인 연쇄살인마 다카시나,
고독하기 때문에 살아있고, 그런 사실이 슬픔에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즐기며,
어린시절 친구의 실종과 죽음에 아픈 트라우마를 가지고 회복해보려 노력하는 여형사 후키,
부모도 친구도 없는 생활에서 자기안의 고독을 음악으로 풀어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준페이.
고독의 정점에 서서 선을 넘은 인간관계를 바라는 다카시의 엽기적인 행각은
역겹고 증오스러우면서도 무척 쓸쓸하다.

 
후키는 말한다. 혼자 이기 때문에 만남이 있는거라고.
그래. 모두가 고독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소통을 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누군가는 나를 자기자신처럼 아껴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고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론이 나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자기자신을 모두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자기안의 독과 악, 애달프고 교활한 고독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늘 웃으려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그림자를 뒤에 숨기고 내 안의 가장 그럴듯한 모습을 앞세워서 이게 나라고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고, 고독하기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고, 선이 그어져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관게를 유지한다.
쓸쓸하지만, 불완전하지만 그게 사실이고, 그래야한다.
완벽한 소통과 완전한 관계를 바란다면, 다카시처럼 병적인 유토피아를 꿈꾸게 될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의 고독이라는 것도 많이는 외롭지 않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기위안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잡은 순간부터 손에 놓지 않고 읽었던 책이다.
무지막지하게 공감되는 명문장이 도처에 수두룩. 텐도 아라타는 글을 무척 잘쓰는 작가같다.
딱 이정도의 담담하고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이 참 좋다.
고독의 노랫소리가 이렇게 재밌는데, 대표작이라는 영원의 아이는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재밌을지 걱정이 될 지경이지만,
절판이 되어서 구할수 없으니 아쉽다.
어디선가 빌려라도 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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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죠. 이 작가 참 좋아요^^

Apple 2006-05-0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보고나니 영원의 아이가 너무 보고싶어져서 도서관에 가면 있을까 싶어서 처음으로 도서관에 갈 생각도 했답니다.;ㅅ;이히히히...

jedai2000 2006-05-05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 작품 너무 좋죠. 텐도 아라타, 정말 뛰어난 작가입니다. <영원의 아이>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Apple 2006-05-05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없어요.ㅠ ㅠ징징...어디서 빌리나....ㅠ ㅠ

2006-06-01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pple 2006-06-0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야클 2006-07-1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굉장히 리뷰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Thanks 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