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거의 500페이지인데도 불구하고 가뿐하게 읽을수 있는 소설 "검은 집".
책 표지에 마치 귀신의 집 이야기라도 되는 듯
"검은 집으로 초대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얼어붙는다!"라고 써있는데,
막상 펴보면 보험금사기를 치는 섬뜩하고 무정한 사이코패시와 정의감에 불타는
보험회사직원의 심리전을 다루고 있다.
 
다른 사람의 평과는 좀 다르게 나는 이 소설을 별로 무섭지 않게 보았는데,
사지절단난 토르소몸에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죽은 시체, 잘려진 목 등
무척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전혀 동요되지 않는 것은
단지 자극적일 뿐 내 공포심을 자극할 만한 장면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살인자, 피해자, 쫓는 자의 모든 시각에서 풀이해버리는 소설들을 읽어서인지,
이 소설은 무척 단조로운 느낌이었고, 쉽게 읽었으나, 별로 재미는 없었다.
 
다 보고나서는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찼다.
 
첫째는, 왜 굳이, 하필, 신지를 주목했는가-
범인은 보험회사의 수많은 직원중에 왜 주인공 신지를 주목했을까.
초반에 무척 중요한듯 등장하는 이 의문은 중반을 지나면서
어느새 풀이할 필요가 없는 잊혀진 의문이 되어버린다.
 
둘째, 왜 경찰은 가만히 있는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의문사를 당했는데, 소설속의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공권력의 부패를 다룬다기보다는, 주인공 신지가 직접 발벗고 나서는 전개를 하고싶어서 이렇게 한듯 싶지만,
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이 자살을 했는데도, 무고한 범죄심리학자가 죽음을 당했는데도,
보험금 탄지 얼마나 되었다고 고모다씨가 팔이 잘려서 왔는데도,
경찰은 아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참내.....
 
셋째, 고모다씨는 어디로?
중반까지 유력한 범인으로 등장하던 고모다씨는 팔이 잘려버린 이후에는
죽기라도 한듯이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 사건 해결부분에서 잠깐 그가 자살했다는 사실만 알려둘 뿐,
어쩐지 도구처럼 이용되어버린 캐릭터가 되어버리는데, 이렇게 되면 별로 긴박감이 넘치지 않을텐데...
이 소설은 범인을 맞추기위한 반전 소설이 아니라, 초반부터 범인이 거의 지목되어있고
보는 사람으로써 쉽게 범인을 유추할수 있는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중간에 싹 버려버리는 캐릭터가 있어버리면 좀 시시해져버린다.
 
넷째, 그렇다면 뭐하려고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빠찡꼬에 빠졌다는 얘기는 아주 슬쩍 나오긴 했지만, 돈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었을까.
뭐 제대로 나오지를 않는다.
그냥 무지막지한 살인자를 하나 만들고 싶었던 걸까.
범인의 심리라던가, 어린시절, 또는 그 외의 이야기들은 거의 "얘기해두는" 식으로 밖에 설명이 되어있지 않은데,
술렁술렁 넘어가는 그런 부분들이 참 중요한데 그게 빠져있다.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는 자극적일 뿐, 흥미롭지는 않아져버린다.
 
다섯째, 신지의 자살한 형은 왜 만들었는가.
그 과거의 사건과 관련하여 뭔가 있는줄 알았는데, 그냥 주인공의 과거가 그렇단다.
쩝...어쩐지 불필요한 이야기아닌가.
 
여러가지 의문을 남기고, 뜬금없이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검은집이다"라는 결론을 내려버리는데,
그런 결론을 유추해나가는 과정이 허술해서 조금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묘하게 주인공도, 범인도, 주인공 여자친구나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별로 매력이 없다. 아마도 신지 위주의 심리묘사 때문인 듯 싶다.
좀더 치밀하고, 좀더 섬세하기를 바랬는데, 어쩐지 단순히 자극적인 공포로 변질되어버린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검은집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줏어들었는데,
영화로보면 어떨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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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 작품을 호러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추리소설인데요. 그리고 푸른불꽃의 전초전격으로 소년을 담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네요.

Apple 2006-05-0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사실 왜 호러소설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디가 그렇게 무섭다는 얘긴지...음...